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憲問 第 十四
胡氏曰 此篇은 疑原憲所記라 凡四十七章이라.
호씨가 말하기를 “이 篇은 원헌이 기록한 듯하다.” 하였다. 모두 47 장이다.
【論憲1】----------------------------------------------
憲問恥한대 子曰
邦有道에 穀하며
邦無道에 穀이 恥也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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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헌문치한대 자왈 방유도에 곡하며
방무도에 곡이 치야니라.
〔국역〕
원헌이 부끄러운 일에 대하여 물으니, 공자께서 대답하셨다.
“나라에 도가 있을 때에는 녹만 먹으며, 나라에 도가 없을 때에는 녹만 먹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다.”
〔주자〕 憲은 原思名이라. 憲은 原思名이라 穀은 祿也라 邦有道에 不能有爲하고 邦無道에 不能獨善하고 而但知食祿은 皆可恥也라 憲之狷介로 其於邦無道穀之可恥엔 固知之矣로되 至於邦有道穀之可恥하여는 則未必知也라 故로 夫子因其問而幷言之하여 以廣其志하여 使知所以自勉而進於有爲也시니라
憲은 原思의 이름이다. 穀은 祿이다. 나라에 道가 있을 때에 훌륭한 일을 하지 못하고, 나라에 道가 없을 때에 홀로 善하게 하지 못하면서, 다만 祿을 먹을 줄만 아는 것은 모두 수치스러울 만한 일이다. 原憲의 狷介(志操)는 나라에 道가 없을 때에 祿을 먹는 것이 수치스러운 일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진실로 알고 있었으나, 나라에 道가 있을 때에 祿만 먹는 것이 수치스러운 일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반드시 알지 못하였을 것이다. 그러므로 공자께서 그의 질문을 인하여 이것까지 아울러 말씀하여, 그의 뜻을 넓혀서 스스로 힘쓸 바를 알게 하고 훌륭한 일을 할 수 있는 데 나아가게 하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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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습노트〕
憲: 공자의 제자인 原憲 자는 子思.
恥: 부끄러움. 羞恥
邦有道 :나라에 도가 있어야 함- 정치의 도- 나라의 안정
邦無道: 나라의 도 가 없다- 정치의 부도- 나라의 혼돈
子曰:“篤信好學, 守死善道. 危邦不入, 亂邦不居. 天下有道則見,
無道則隱.
邦有道, 貧且賤焉, 恥也; 邦無道, 富且貴焉, 恥也.”
< 논어 태백 13>
독실하게 믿으면서도 학문을 좋아하며 죽음으로 지키면서 도를 잘해야 한다. 위태로운 나라에는 들어가지 않고, 어지러운 나라에는 살지 않으며, 천하에 도가 있으면 나타나 벼슬하고, 도가 없으면 숨어야 한다.
나라에 도가 있을 때에 가난하고 천한 것이 부끄러운 일이며,
나라에 도가 없을 때에 부하고 귀한 것이 부끄러운 일이다.
穀곡: 녹봉으로 받는 곡식. 祿俸,
늠료(廩料:조선 시대, 지방관에게 주던 봉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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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 영어]
[James Legge] Hsien asked what was shameful. The Master said, "When good government prevails in a state, to be thinking only of salary; and, when bad government prevails, to be thinking, in the same way, only of salary;-- this is shameful."
[論語古今註]
邢曰憲。謂弟子原憲。問曰人之行。何爲可恥辱也。〇孔曰穀。祿也。〇補曰君子之道。方而不圓。合於治世。違於亂世。若治世亂世。無往而不食祿。則其人可知。是恥也。
孔曰邦有道當食祿。君無道而在其朝食其祿。是恥辱。
✤ 다산의 유배시------------------------------------
진 꽃
好花方艶時 좋은 꽃 흐드러져 어여쁠 때는
誰不願爲花 누군들 꽃이 되고 싶지 않을까.
迨其萎而隕 시들어 땅 위로 뚝 떨어지면
不如凡草芽 잡풀의 싹만도 못하게 되지.
西游二十年 서울 와서 이십년 노니는 동안
盛衰知幾家 몇 집이나 성하고 쇠하였던가.
分明在眼前 분명히 내 눈으로 본 일이거니
何處無前車 어디인들 전철(前轍)이 아니겠는가?
金柅不蚤繫 쇠 굄목 진작에 매두지 않고
膏와方自夸 기름 통만 혼자서 뻐기었었지.(*와: 車 옆에 蝸에서 虫 뺀 글자)
翔徊俟其便 마음대로 다니며 빙빙 돌다가
轉眄離虞羅 잠깐만에 근심 그물 걸려들었네.
戒之在嬰稚 어려서 이러함 경계하여서
早使此心遐 이같은 맘 진작부터 멀리해야지.
태(迨): 미치다./ 전거(前車): 전철(前轍)과 같은 뜻. 앞서간 수레바퀴의 자국. 뒷 수레가 앞수레의 자국을 따라 가므로, 좋지 않은 선례의 의미로 씀./ 금니(金柅): 고동목. 쇠로 된 수레바퀴 제동장치./ 고와(膏와): 바퀴의 마찰을 줄이기 위해 수레바퀴에 장치한 기름통/ 전면(轉眄): 잠깐 사이. 눈길 한번 돌리는 사이.
핀 꽃은 곱고 진 꽃은 추하다. 진창 속의 진 꽃은 잡초만도 못하다. 한때 장안의 권세를 독점하며 으르렁거리던 집안이 잠깐 만에 몰락해 구렁텅이로 빠져든다. 집 밖에 줄 서던 사람들은 간 곳이 없다. 지금 그 자리를 밟고 올라선 사람들, 그들은 또 제 영화가 천 년 만 년 갈 것처럼 군다. 지난 20년간 내 눈으로 지켜본 집만 손가락으로 꼽을 수가 없다. 그 전철을 내가 밟게 될 줄이야 짐작했으랴. 그동안 나는 브레이크 없는 수레를 몰았다. 그득 채운 기름 통만 믿었다. 어느 순간 내닫던 수레가 엎어지자, 기다리고 있던 그물이 순식간에 나를 채갔다. 나는 왜 내 눈을 믿지 않았을까? 그 일이 왜 내게만은 예외일 거라고 생각했나? 깨달음은 항상 맨 뒤에 온다.
<정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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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박물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