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이 오는 자리에서
생명이 오는 자리에서 폐병은 겨울이면 늘 심해져 차가운 밤 술잔도 들지 못하는데 한 자 넘게 눈이 온 걸 알자마자 생각이 감실 매화로 앞질러 가네. 마구간엔 말발굽 자주 또각거리고 창가 아이 코골이는 천둥 같은데 심지 밝혀 낡은 문에 눈을 붙인 채 한 생명이 예 왔는지 살펴본다네. 肺病冬常苦 폐병동상고 宵寒未御盃 소한미어배 已知盈尺雪 이지영척설 先念在龕梅 선념재감매 櫪馬蹄頻鼓 력마제빈고 窓童鼾卽雷 창동한즉뢰 心明眼故闔 심명안고합 點檢一生來 점검일생래 - 김시민(金時敏, 1681~1747), 『동포집(東圃集)』 권6 「한밤중 잠에서 깨어[夜半睡覺]」 이 시는 동포(東圃) 김시민(金時敏, 1681~1747)이 1739년 세밑거리에 쓴 작품이다. 수련(首聯)을 보면 작가는 겨울마다 기침으로 고생을 해왔던 모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