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광장/고전의 향기 37

생명이 오는 자리에서

생명이 오는 자리에서 폐병은 겨울이면 늘 심해져 차가운 밤 술잔도 들지 못하는데 한 자 넘게 눈이 온 걸 알자마자 생각이 감실 매화로 앞질러 가네. 마구간엔 말발굽 자주 또각거리고 창가 아이 코골이는 천둥 같은데 심지 밝혀 낡은 문에 눈을 붙인 채 한 생명이 예 왔는지 살펴본다네. 肺病冬常苦 폐병동상고 宵寒未御盃 소한미어배 已知盈尺雪 이지영척설 先念在龕梅 선념재감매 櫪馬蹄頻鼓 력마제빈고 窓童鼾卽雷 창동한즉뢰 心明眼故闔 심명안고합 點檢一生來 점검일생래 - 김시민(金時敏, 1681~1747), 『동포집(東圃集)』 권6 「한밤중 잠에서 깨어[夜半睡覺]」 이 시는 동포(東圃) 김시민(金時敏, 1681~1747)이 1739년 세밑거리에 쓴 작품이다. 수련(首聯)을 보면 작가는 겨울마다 기침으로 고생을 해왔던 모양..

홍양호(洪良浩)의 심모원려(深謀遠慮) 해설 이 승현

심모원려(深謀遠慮) 글쓴이 : 이승현 의주 변경 멀고 아득하니 나라의 서쪽 국경이라 백성들 채무로 곤궁하여 물에 빠진 듯 불에 타는 듯하였도다 공이 그 장부 불태워 재물 버리고 사람 구하니 우리 백성 재앙의 구덩이에서 건져내고 우리 백성 이익의 근원 넓혀주었도다 옛날에는 구렁텅이에 떨어져 있었는데 지금은 전원에서 편하게 지내니 들에는 뽕과 삼이 있고 울짱에는 닭과 돼지 있도다 이에 배불리 먹고 노래하며 자식을 먹이고 손자와 장난치니 어찌 공의 덕이라 하랴 어지신 성군 덕이로다 灣塞遙遙 만새요요 國之西門 국지서문 民困于貨 민곤우화 如墊如焚 여점여분 公火其籍 공화기적 以財易人 이재역인 脫我禍穽 탈아화정 弘我利源 홍아리원 昔阽溝壑 석점구학 今安田園 금안전원 野有桑麻 야유상마 柵有鷄豚 책유계돈 載飽載歌 재포재가..

송시열 (宋時烈,) 수곡(樹谷)의 유산시(遊山詩)에 추후 차운하다」글쓴이 이기찬

2019년 10월 16일 (수)이백한 번째 이야기대지의 끝, 지평선으로 난 길 위에서 천하 선비 하나같이 근심 안고 살거늘 수곡은 어찌하여 홀로 즐거워하는가 세상 밖 자연과는 한가히 연 맺으면서 세간엔 누대 하나 세울 땅이 없었구려 공무를 마치고서 잠시 여가 날 때마다 도처에 호수와 산 ..

조문수(曺文秀) 매화를 보며 눈 내리는 밤 雪夜 강만문<고전번역원>

2019년 1월 16일 (수) 백아흔두 번째 이야기 매화를 보며 눈 내리는 밤 雪夜 눈보라 치는 외딴 마을에 밤이 깃드니 사립문 여는 사람 없어라 병들어 누운 이내 몸 누가 가련해하랴 소한이 오는 게 더욱 두렵구나 등불은 어두워져라 불꽃이 가물거리고 화롯불은 쇠잔해져라 잔불도 재에 숨어..

바다를 건너며[渡海]-김창집(金昌集, 1648~1722), 작법으로 읽는 한시 감언(敢言)

2018년 12월 19일 (수) 백아흔한 번째 이야기 작법으로 읽는 한시(8) 감언(敢言) 바다를 건너며[渡海] 푸른 바다에 풍파 없어 잔잔하다만 내 충신이 교타를 감동시켜 그런 것이랴 작은 배로 탈 없이 잘 건너고서야 청회는 멱라와 다르다는 말 실감하겠네 碧海風恬不起波 벽해풍념불기파 敢言..

만해 한용운의 시 꽃이 핀들 봄이런가 글쓴이 : 이정원 고전 번역원

꽃이 핀들 봄이런가 글쓴이 : 이정원 - 아흔세 번째 이야기 2014년 8월 21일 (목) 꽃이 핀들 봄이런가 지난겨울은 눈도 꽃이려니 이번 봄날엔 꽃도 눈이런가 눈이야 꽃이야 모두 참이 아니건만 어찌하여 이 마음 찢어지려 하는가 昨冬雪如花 今春花如雪 雪花共非眞 如何心欲裂 - 한용운(韓龍..

[한시감상 187] 작법으로 읽는 한시(7) 요상(遙想) 권경열(權敬烈)

[한시감상 187] 작법으로 읽는 한시(7) 요상(遙想) 2018년 8월 15일 (수) 백여든일곱 번째 이야기 작법으로 읽는 한시(7) 요상(遙想) 단오에 우의정 봉암 대감의 시에 차운하며[端午次右相鳳巖韻] 타향에서 절일(節日) 만나 고향생각 간절한데 꾀꼬리는 아니 울고 제비는 날아가네 멀리 석실마..

한시감상 이덕삼을 아시나요.- 조소앙- 한국고전번역원 고전문헌번역실장 이기찬

2018년 6월 20일 (수) 백여든다섯 번째 이야기 이덕삼을 아시나요? 새벽 기운 소슬한 비 개인 하늘 아래 빈 뜰에 가로 선 모습 여전하였는데 폭풍으로 하룻밤새 그대조차 넘어지니 만리 이역 머무는 내 신세도 가련하네 曉氣蕭涼雨後天효기소량우후천 空庭橫立尙依然공정횡립상의연 暴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