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광장/고전의 향기

고전 명구- 나를 묶은 자 누구인가

백촌거사 2013. 7. 18. 19:51

- 이백열다섯 번째 이야기
2013년 7월 18일 (목)
나를 묶은 자 누구인가
벗어나려 하지 않는 것일 뿐,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特不肯解 非不得解
특불긍해 비부득해

- 유몽인(柳夢寅, 1559~1623)
 「해변(解辨)」
 『어우집(於于集)』

 

  
  ‘결자해지(結者解之)’라는 말이 있습니다. 익히 알다시피 묶은 자가 풀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창밖의 빗소리에 하던 일을 멈추고 잠시 눈을 감지 못하며, 여름날 고요한 밤하늘의 달빛을 응시하지 못하고, 새벽녘 홀로 일어나 앉아 방안의 침묵을 뭉클하게 보듬어 안지 못할 때, 아마 우리는 병든 것일 겁니다. 그 병명은 ‘매임’이라 합니다. 우리가 항상 입버릇처럼 “무언가에 매여 있노라”고 말하는 그 ‘매임’. 그리고 입버릇처럼 하는 그 말의 앞뒤로 우리는 무수한 탄식과 희생, 포기와 눈물, 그리고 보류를 은닉하고 있습니다. 문득문득 우리는 이 매임에서 벗어나기를 갈망하지 않습니까?

  유몽인은 같은 글에서 말합니다.

“천하의 사물은 맺음이 있으면 반드시 풂이 있다. 띠는 송곳, 머리는 빗, 병은 약, 구름은 바람, 근심은 술, 적진은 장군, 귀신은 주문 등 맺은 것으로 인하여 풀지 않음이 없다. 지금 여기 한 사람이 있다. 포승줄로 묶은 것도 아니다. 그런데 무언가가 붙잡아매고 있는 듯하다. 단단히 구속되어 스스로 풀질 못한다. 유독 어째서인가?”

  아마 우리는 답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을 겁니다. 다만 그 답을 마주할 용기가 없는 것은 아닐까요? 대상과 경계는 그대로입니다. 다만 내가 만들어낸 허상이 대상과 경계를 오인할 뿐입니다. 그리고 마침내는 그 허상을 진짜라고 확신하겠지요. 개인의 허상은 개인을, 집단의 허상은 집단을 묶을 것입니다. 우리는 답을 마주할 용기가 없기에 허상에 그리도 집착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유몽인은 이렇게 자신의 처지를 말합니다.

“지금 묶지 않았는데도 묶여 있고 풀려나야 마땅한데도 풀려나지 못한 지 20년째. 무엇이 묶었는지 따져보니 밧줄도 아니다. 그렇다면 이것은 벗어나려 하지 않는 것일 뿐,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벗어나고자 한다면 나를 붙잡아 맨 자를 찾으면 그뿐입니다. 멀리 있지 않습니다. 지금 용기를 내어 눈을 감고 마음을 비운 채 고요히 대면해 봄이 어떻겠습니까?

 

글쓴이 : 이승현(한국고전번역원 연구원)------ 고전 번역원 자료인용,

 

 

 

                 解辨 해변

                                                               유 몽인(柳夢寅)

1559년(명종 14)- 1623년(인조 1) 향년:65세

자 應文 호 於于堂, 艮齋, 默好子

본관 興陽 시호 義貞

成渾의 門人. 李恒福, 李廷龜 등과 교유

於于集後集卷之 六雜識

화제문①

天下之物。有必有

예증②

之結。觹以解之。之結。櫛以解之。之結。藥石以解之。

至於之解雲。之解愁。將軍之解敵陣。禱祠符呪之解鬼神。

예증요약. 주제문 상술③

無不因其結者解之。

④ 전제

今有人於此。

非有徽纆之索。而似有物縶縛之。局局束束而不自解。獨何耶。

⑤ 상술

 

設使 張三解之而李四結之。解與結相敵。解之也不易。

又 令賁育結之而嬰兒解之。解者弱而結者强也。解之也尤難。

⑥ 주제 결론

 

今也不結而結。當解而不解者二十年。

問其結者無綱維。是是特不肯解。非不得解也。

苟有親愛之者。其忍熟視而不肯力乎。其必有能解之者解之。

 

화제문

천하 만물은 맺힘이 있으면 반드시 풀어줌이 있다

구체적 열거 예증 7가지

가 묶인 것은 뿔송곳으로 그것을 풀고, 머리카락의 엉킴은 으로 풀고,

이 들면 으로써 풀고,

바람구름을 풀고, 은 근심을 풀어주고, 장군적진을 풀어주며, 기도와 부적귀신을 풀어줌에 이르는 것들이다.

앞 예증의 결론.

 

그 맺힌 것으로 인해 그것을 풀어주지 않음이 없다.

 

 

구체적 상술

지금 여기에 어떤 사람이 있는데, 동아줄에 묶인 것이 아닌데도, 흡사 무언가를 꽉 잡아매어 묶은 듯 단단히 묶여 스스로 풀 수가 없음은 유독 무엇 때문인가.

설사 누군가(張三)가 그것을 풀어주더라도 또 다른 이가(李四) 그것을 묶는다. 푸는 사람과 묶는 사람이 서로 맞서더라도 푸는 것은 쉽지 않다.

또한 맹분하육 같은 장사가(孟賁은 전국(戰國) 시대 제(齊) 나라의 역사(力士), 夏育은 중국 고대 위(衛) 나라의 용사) 묶어 놓은 것을 어린아이로 하여금 풀게 하니, 푸는 사람은 약하고 묶은 사람은 강한 것이니, 푸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주제 단락.

지금 묶지 않았는데도 묶여 있고, 마땅히 풀려나야 하지만 풀려나지 못한 지가 20 년 동안 그 묶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 물으면 밧줄이 있는 것도 아니니, 이는 다만 벗어나려 하지 않는 것일뿐,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진실로 이를 불쌍히 여기는 이가 있다면 어찌 차마 뻔히 보고 있으면서 힘을 쓰려고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 것은 반드시 풀 수 있는 자가 있어야만, 그것을 풀어줄 것이다.

 

 

 

 

  【백촌 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