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의 향기/안동가문의 산문 모음

삼연 김창흡 (金昌翕) 간찰--- 석 한남 선생님 제공

백촌거사 2020. 5. 31. 17:12

 

김창흡 (金昌翕, 1653 ∼1722 )

김창흡의 자는 자익(子益), 호는 삼연(三淵)이다. 김상헌(金尙憲)의 증손자로, 영의정 수항(壽恒)의 셋째 아들이며, 영의정을 지낸 창집(昌集)과 예조판서 등을 지낸 창협(昌協)이 형이다.
어려서부터 성품이 호방하고 인품이 뛰어났다. 작은 일에 거리낌이 없고 큰 뜻이 있어 부귀와 분화(紛華)한 것은 더러운 것을 보는 듯했다. 이단상(李端相)의 문인이며 사위로 과거에는 뜻이 없었으나, 아버지의 명으로 응시하여 1673년(현종 14) 진사시에 합격하였으며, 이후로는 더 이상 과거에 나아가지 않고 산수를 즐기며 살았다.
1689년 기사환국으로 아버지가 진도에서 사사되자, 영평(永平: 지금의 경기도 포천시)에 은거하며, “장자”와 “사마천(司馬遷)의 사기”를 읽고 시(詩)를 지으며 성리학에 몰두하였다.
그의 학문세계는 “이황(李滉)”의 “주리설(主理說)”과 “이이(李珥)”의 “주기설(主氣說)”을 절충한 경향을 띠었으며, ‘사단칠정(四端七情)’에서는 ‘이(理)’를 좌우로 갈라 ‘쌍관(雙關)’으로 설명한 “이황”의 주장에 반대하고, ‘표리(表裏)’로 나누어 ‘일관(一關)’으로 설명한 “이이”의 주장을 따랐고, “중용”의 ‘미발(未發)’에 대해서도 깊이 연구하였다.
신임사화로 절도에 유배된 형 창집이 사사되자 지병이 악화되어 죽었으며, 저서로 “삼연집”, “심양일기(瀋陽日記)” 등이 전한다.

석 한남 선생님 제공.

佚老宗兄 初度之辰 邂逅團會
弟之懸弧 適又同日 觴豆流連之餘
咸謂不可無詩 遂題一律 以要主翁俯和

邂逅懸弧夕 團圓佚老
忘衰對華鬢 破戒用深
菡萏迎風擧 棕櫚過雨
歸餘申後約 更擬祝年
晬日同在閏月 而適逢之 故結句云

庚寅 七月 初五日 宗弟 昌翕


*일로(佚老) *종형(宗兄)께서 생신을 맞아 단란한 모임을 가졌다.
나도 또한 같은 날에 마침 *생일을 맞았다.
술과 안주로 질탕한 술자리를 벌이던 중, 모두 이 자리에 시(詩)가 빠져서는 안 된다고 하므로, 마침내 율시 한 수를 지어 올리니 주인어른께서 화답해주시기를 원한다.

생신날 저녁의 만남에
일로당(佚老堂)이 단란하구나.
노쇠함을 잊고 흰 귀밑머리 마주하며
거리낌 없이 맘껏 술잔을 채우네.

연꽃 봉오리 바람을 맞아 살랑살랑 흔들리고
비 지나간 종려나무에 찬 기운이 돌면
*귀여(歸餘)에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하고
오래오래 사시길 거듭 축원하네.

생일이 함께 윤달에 있어, 마침 겹치게 되었으므로 마지막 구절에 이를 인용하였다.

1710년 7월 5일 종제(宗弟) 창흡


*일로(佚老): 김성최(金盛最 1645~1713? )로 자는 최량(最良)이며, 호는 일로당(佚老堂)이다. 관직으로 단양군수, 목사(牧使)를 지냈다. 술을 즐겼고 시조에 뛰어났으며, 노래와 거문고도 잘했다.
*종형(宗兄): 동족 또는 동성중에서 같은 항렬에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남자를 일컫는 말로, 나이가 어리면 종제(宗弟)라 한다.
*생일: 원문의 현호(懸弧)는 생일이라는 뜻이다. 옛날에 아들이 태어나면 대문 왼쪽에 활 하나를 걸어두었기 때문에 생긴 말이다.
*귀여(歸餘) : 적월(積月)의 남은 날짜로 윤월(閏月)을 두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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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촌 이해 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