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동 가문 시 모음/노가재의 나무와 꽃

노가재의 < 木几 목궤>

백촌거사 2009. 12. 3. 16:56

< 필자의 첫소리>--------------------------

문곡 김수항의 넷째 아드님이시다. 서예가로, 시조작가로, 또 기행 작가로, 그리고 <추강만박도>라는 그림을 그린 화가로 문명을 날리신 분이다. 머물고 계시던 東郊에서 읊으신 시들 중에는 나무와 꽃들에 대한 독특한 시제의 작품이 많다. 여기에 그 작품들을 따로 모아 그 분의 독특한 시의 경지를 탐구해 보려는 마음에서 마련해 보았다.

조선 왕조의 긴 역사 속에서 세도라는 불명예를 지닌 가문이기도 하지만, 그러나 한편으로는 진정한 한국한문학의 정수 같은 많은 작품들도 있음을 오롯한 긍지를 가지며, 국문학만을 전공했던 필자가 지금은 일흔 살의 늙은이가 되어 미력한 몸이지만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글월들의 향기에 취해 갈 것이다.

한문학 지식에 많이 부족하지만 그러나 오만한 자세가 아닌 배움의 자세로 내 숨을 다하는 날까지 조상들의 향기를 모아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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木几 목궤----------------

           나무 안석

野人倚木几。야인들은 안석에 몸을 기대나,

不知何山어느 산 뿌리인줄 알지 못하네.

竅穴似誰鑿。누구인가 구멍 뚫어 있는 것처럼,

彷彿口鼻입과 코 있는 것과 비슷하다네.

야인의목궤。부지하산

   규혈사수착。방불구비존                                < 老稼齋集卷之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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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어 이해>----------------------------------

木几목궤: 나무안석, 나무 책상. <几>는 안석. 책상

几几- 진중한 모양/ 几席- 안석과 자리/ 几硯- 책상과 벼루/ 几杖- 안석과 지팡이

野人야인:순박한 사람. 시골 사람. 천한 사람. 벼술하지 않은 사람

竅穴규혈: 구멍. 굴. 공규(孔竅) • 誰鑿수착: 누가 뚫었는가. 鑿은 뚫다.

彷彿방불: 근사함. 비슷함. 흐릿하여 분별하기 어려운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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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의 내용>----------------------------------

7.5 조의 리듬으로 담아 보았다.

< 1 행> 소재의 제시- 안석의 편안함 - 순박한 사람의 생활

< 2 행> 소재의 근원- 안석 재료의 근원 모름-- 순박성의 강조

< 3 행> 화제의 전환- 구멍을 뚫은 이는 누구인가.

< 4 행> 화제의 결론-- 인간의 입과 코에도 구멍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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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감상 이해>------------------------

평범한 소재인 목궤라는 안석을 통해서 그 사물이 이루어진 근원적인 이유를 모르고 사는 순박한 사람들의 생활 모습을 그린 시이다.

목궤는 순수한 자연인 나무가 인위적인 힘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우주 만물에 구멍을 뚫은 이는 과연 누구인가. 인간에도 이목구비에 구멍이 있지 않은가 이런 것들을 전혀 모르고 살아가는 순박한 생활인의 모습에 감탄한 것이다. 안석에 몸을 기대고 현실만의 편안함 속에서 살아가는 그 야인들의 모습에 선망하는 서정이 깃들어 있다.

목궤의 재료가 되는 나무의 근본을 모르는 것은 누구인가가 구멍을 뚫어 사람에게도 입과 코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는 것과 비슷하다.

<장자 제물론>에 나오는 混沌 그대로 살아가는 야인의 모습을 그리려고 하였다. 여기에서의 혼돈은 순수한 자연의 원천이다. 구멍을 뚫는다는 것은 순수 자연에 인공적인 힘을 가하는 것이다.

목궤 자체만으로 즐기는 야인들의 편안함과 안온스러움, 느긋함의 생활 모습이 그려져 있다.<不知何山>하는 자세는 우매함이 아니라 그런 것들을 전혀 모르고 살아가는 소박한 그리고 자연 원천대로 살아가는 생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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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도 감상하고 싶었다.

원천적인 자연 모습 그대로 살아가는 그 진정한 멋을 바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 세상 모든 만물에 구멍을 내는 짓은 사람들의

짓거리요, 자연 모습을 파괴하는 행위가 아닐까. 목궤의 편안함이 아니라 나무 그대로의 순수한 자연이 더 아름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깃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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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에 계신 <포상> 선생님의 풀이를 옮겨 싣는다.

野人倚木几(야인이 나무안석에 몸을 기대나)

不知何山根(어느 산 뿌리인줄 알지 못하는데)

竅穴似誰鑿(파인구멍 마치 누군가 뚫은 것 같이)

彷彿口鼻存(입과 코 있는 것이 비슷하네)

  여기서 야인은 벼슬을 하지 않는 선비인 작자자신을 지칭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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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混沌)의 구멍 고사《莊子 應帝王》

중앙의 제(帝)인 혼돈이 남해(南海)의 제인 숙(儵)과 북해(北海)의 제인 홀(忽)을 융숭히 대접하자, 숙과 홀이 이에 보답하기 위하여, “사람들은 모두 일곱 구멍이 있어 보고 듣고 음식을 먹고 숨을 쉬는데 이 혼돈은 그것이 없으니, 뚫어 주어야겠다.” 하고, 하루에 구멍 하나씩 뚫으니 7일 만에 혼돈이 죽었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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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의 임금을 숙이라 하고 북해의 임금을 홀이라 하며

중앙의 임금을 혼돈이라 한다

숙과 홀이 때마침 혼돈의 땅에서 만났는데 혼돈이 매우 융숭하게 그들을 대접했으므로 숙과 홀은 혼돈의 은혜에 보답할 의논을 했다 사람은 누구나 일곱 구멍이 있어서 그것으로 보고 듣고 먹고 숨쉬는데 이 혼돈에게만 그것이 없다 어디 시험삼아 구멍을 뚫어주자 그래서 날마다 한 구멍씩 뚫었는데 7일이 지나자 혼돈은 죽고 말았다 7일이 지나자 혼돈은 죽고 말았다

南海之帝爲倏(남해지제위숙) 北海之帝爲忽(북해지제위홀)

中央之帝爲混沌(중앙지제위혼돈)

倏與忽時相與遇於混沌之地(숙여홀시상여우어혼돈지지)

混沌待之甚善(혼돈대지심선) 倏與忽謀報混沌之德曰(숙여홀모보혼돈지덕왈)

人皆有七竅以視聽食息(인개유칠규이시청식식) 此獨無有(차독무유)

嘗試鑿之(상시착지) 日鑿一竅(일착일규)七日而混沌死(칠일이혼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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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변------------------------

족보에 의하면 산소는

<長湍下西面 江漣里 廣大谷 子坐合窆>이라고 기록이 되었음. 아마 휴전선 가까운 곳이라 생각하는데 그 위치를 현재로는 찾을 수 없다. 아래의 묘표는 셋째 아드님 信謙<1693년(숙종 19)∼1738년(영조 14)>이 쓰신 글로<老稼齋集附錄>에 실려 있다.

앞으로 차차 번역하여 실으려고 한다.

<양평군 환경농업박물관>에 <百六哀吟>이라는 문집이 있다고

하나 아직은 열람하지 못했다. 이 문집은 신임사화를 겪은 후에 쓴 것으로 친족과 사우 106 명의 행적을 칠언으로 읊은 서사적인 연시라고 전해지고 있다.

<저는 안동김문의 29세손으로 올 42세의 김기훈이라고 하며, 문정공 청음파인 노가재 휘 창업, 증소 휘 신겸 할아버지의 직계 후손입니다.> 라는 쪽지를 받고 크게 보아 한 핏줄의 강물을 만난

기쁨을 가졌다.

▲19세 信謙- 亮行- 履九- 直淳-仁根-炳愚-玄圭(2)-<王+建>鎭-定漢-瀅東(2)- 褀薰(戊申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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墓表[金信謙] -------------------

公諱昌業。字大有。號稼齋。我金籍安東。鼻祖諱宣平。高麗太師。曾祖左議政文正公諱尙憲。祖同知中樞諱光燦。考領議政諱壽恒。妣貞敬夫人安定羅氏。牧使諱星斗之女。凡擧六男子。公居第四。以農巖,三淵兩先生爲仲叔。公生於崇禎紀元戊戌孝宗九年二月二日。七歲。養于族祖母趙淑人。始文正公有季弟慶州府尹諱尙宓。嗣子韓山郡守諱光烒。無后。淑人其繼配也。以公尸其祀。二十四。中辛酉進士。公戒 家方隆盛。絶意公車。議政公惜其才云。及己巳。議政公遇禍。侍羅夫人廬白雲。甲戌更化。授內侍敎官。不應。遂就松溪。力農圃自晦。晩隨伯氏夢窩公入燕。記詠名山川古蹟。以寫幽欝感慨。歸十年終于家。辛丑十二月十二日也。享年六十有四。明年二月。權長湍江漣里新卜之原。至乙巳。移左數十步午向。以孺人李氏墓合窆。公英明介直。節謹詳恕。文章自高潔。輒以敏悟理事。見難兄弟間。然未甞自多。深惡貌餙徇名者。孺人宗室益豊君諱涑之女。宣祖大王四世孫也。先公二年生。十六歸。三十八卒。始葬楊州栗北里。農巖先生甞有誌。稱孝順之德。生三男一女。男長祐謙先沒。一子由行。女李顯重。次彦謙。三女。長任命周。二幼。次信謙進士。二男亮行。一幼。女適脩撰趙文命。二子載浩載淵。側室子女各二。卑謙。餘幼。嗚呼。公卒未幾。三淵先生繼沒。夢窩公罹極禍。於是諸父皆亡。世無知公者。不肖孤信謙。泣血謹識。

 

※ 문정공파 후손 중에 번역하실 분은 없으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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