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백열네 번째 이야기 |
난초를 키우는 법 - 사랑스러운 우리의 자녀, 어떻게 키워야 하나? | |
봄이 왔다. 만물이 약동하고, 모든 이들이 설렌다. 바람은 곱고 햇볕은 따사로우며, 새싹은 돋아나고 꽃은 핀다. 천지자연 모든 것이 아름답다. 그러나 그 모든 것 가운데서도 특히 더 아름다운 것이 있다. 아이들이다. 새로이 학교에 입학하는 새내기 꼬맹이들이다. 새로운 희망이 가득한 얼굴로,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 환하게 웃으며 재잘대는 꼬맹이들의 모습, 생각만 해도 저절로 흐뭇해진다. 미소를 짓게 한다. | |
어떤 집의 남쪽 담장이 무너진 으슥한 곳에 난초가 자라나 있었다. 무너진 흙더미가 난초를 에워싸고, 우거진 덤불이 난초를 뒤덮고 있어서, 지나가는 사람들이 난초가 자라나 있는 줄을 몰랐다. 이에 주인이 어린 동자를 시켜서 우거진 덤불을 제거하고 무너진 흙더미를 정리하고 단을 쌓아 난초가 잘 보이게 하라고 하였다. 이는 대개 그 난초를 귀하게 여겨서 그런 것이다. 그러자 곁에서 보고 있던 객이 웃으면서 말하기를, “그대가 난초를 귀하게 여기는 것은 도리어 난초를 해치는 것이다. 무릇 이 난초는 무너진 흙더미 속에서 자라나서 우거진 덤불 속에서 크면서 자신을 숨긴 채 지내고 있었다. 그 때문에 이렇게 무성하게 자랄 수 있었던 것이다. 지금 자네는 흙더미를 정리하고 덤불을 걷어내어 숨겨져 있던 것을 잘 보이게 하려고 한다. 그러나 귀하게 여기는 바에는 반드시 이름이 붙는 법이다. 장차 이름을 붙이는 자가 ‘이 풀은 상서로운 풀이고 향기로운 풀이다.’라고 하면서, 손으로 쓰다듬고 코로 향기를 맡아, 난초를 본성대로 살지 못하게 할 것이다. 이것이 어찌 난초에게 있어서 다행이겠는가.” 라고 하였다. 그러자 주인이 말하기를, “그렇기는 하다. 그러나 이 난초는 기이한 풀이다. 그런데도 오히려 이곳에 숨겨져 있어서 끝내 그 기이함을 드러내지 못한다면, 이 또한 난초에게 있어서 다행이겠는가?” 라고 하니, 객이 웃으면서 말하기를, “어찌하여 그것을 걱정하는가. 이 난초는 그윽한 곳에서 오래도록 자라고 있었다. 아마도 장차 자신을 드러내고자 하면, 바람을 맞고 비에 젖어 뿌리가 굳건해지고 입이 무성해지게 할 것이다. 그리하여 가을이 되어 서리와 이슬이 내려 뭇 초목들이 시들어 죽은 뒤에는 자네 집 뜰에는 푸른빛이 도는 풀이 있을 것이며, 겨울이 되어 눈이 내려서 뭇 기운이 폐색된 뒤에는 자네의 방안으로 은은하게 스며드는 향기가 있을 것이다. 그러니 난초가 제아무리 기이함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한들 드러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무릇 사물이 숨겨지고 드러남은 때에 달려 있는 것이다. 그런데 자네는 어찌하여 이처럼 급급해하는가?” 라고 하였다. 그러자 주인이 객을 돌아보고는 큰 소리로 웃은 뒤에 동자에게 손짓하여 그만두게 하고는, 당신의 말이 옳다고 하였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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