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봉선 화백의 매화전에서< 2011 년>
---------------------------------------------------ㅔ-----------------
애면글면
- 치매행致梅行 · 149에서-----
洪 海 里
머릿속에 고이 잠든 아내의 영혼
깨워서 들어올릴 수 있을까
지레가 없는 남편은 지레 속이 터지고
가슴속 지뢰밭에 묻혀 있는, 저
숱한 불발탄들
제풀에 터지지도 못 합니다
한평생 두남받은 일 없는 사람
어쩌자고 지청구 먹을 짓만 하는지
속이 타다 제물에 문드러집니다
오늘도 소금엣밥으로 한끼를 때우며
하루를 천년처럼 천연세월하고 있습니다
섣달 그믐 대목땜하는 날씨로
창밖은 꽁꽁 얼어붙었습니다
그래도 내 마음계곡은 텅 비어 있어
바람은 제바람에 우름우름 웁니다
사람이 많으면 길이 열린다지만
단 둘이 낑낑대는 우리 집은
가을철 물웅덩이 올챙이처럼
애면글면 애면글면
애이불비 애이불비 혼자 놉니다.
-----------------------------------------
☎ <시인의 언어 의미는>--------
애면글면: 힘에 겨운 일을 이루려고 온갖 힘을 다하는
모양을 나타내는 말
지레: 무슨 일이 채 일어나거나 어떤 때가 되기 전에 미리
두남받은: (사람이)편을 들어 허물도 감싸 주는
남다른 사랑을 받다
지청구: 까닭 없이 남을 탓하고 원망하는 짓
소금엣밥: 소금을 반찬으로 차린 밥이라는 뜻으로,
반찬이 변변하지 못한 밥을 이르는 말
천연세월 (遷延歲月): 일을 그때그때 끝내지 않고
자꾸 미루면서 시간을 보냄
대목땜 : 대목을 맞거나 앞두고 날씨가 추위나
비 따위로 심술을 부림
우름우름: 울음의 옛말 <鳴>
애이불비(哀而不悲): 슬프기는 하지만 겉으로
슬픔을 나타내지 않음
-----------------------------------------------------------------
☎ :http://blog.daum.net/hong1852/16156730 홍해리 시인
시인 님의 최근 모습/
----------------------------------------------------------------------------------------------------------
<필자 노트>
작년 초겨울에 “바다마을” 시인 님이
보내주신 <致梅行>이라는 시집을 받고나서
내 가슴에 솟아나는 슬픔의 강물에 한참을 깊이 빠져
더 이상을 읽지 못하였다.
그러다가 위암으로 일 년 반을 수술도 하지 못하고 물 한 모금도 못 마시는 고통을 겪다가 예순 살 나이에
저 세상으로 소풍을 가 버린 하나뿐 <처남> 일로 그 만
시집을 가까이 하지 못했다.
洪海里 시인님은 필자의 캠퍼스 동문이시며, 집사람과
같은 <남양 홍씨> 문중이시기에 비록 인터넷을 통해서
알 게 된 시인이지만 마음으로는 가깝게 느껴진다.
나이도 필자와 엇비슷하신 분이라 더욱 친밀감을 가지고 있다.
내 어머님을 통해서, 그리고 지금 아흔이 넘으신
처고모님이 겪고 계신 그 가슴 아픈 슬픈 모습을
보고 또 들으면서 시인의 그 아픔을 동병상련의 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시인이 토해내는 그 시어 하나하나가 내 가슴엔
깊은 사랑으로 내 어머님을 모셔 드리지 못했던 후회가 몽글몽글 스며나고 스멀스멀 전해온다.
지금 시인은 얼마나 통곡하고 계실까.
아내 분께 바치는 그 순결한 헌신과 사랑
일흔 살 세월 겪어 오신 그 순애보의 눈물
癡呆가 致梅되어 꽃으로 피운 사랑
정녕 꽃구름 피어날 그 동산은 없을까.
-------------------------------------------
산 너머 산 넘고 넘는 그 아픔의 세월 속에
강 넘어 또 강 넘는 그 고통의 인고 속에
가슴 안 눈물이 괴어 노을빛을 적시다.
-----------------------------------------------------------
' 시의 광장 > 시가 흐르는 광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맑은 시냇물처럼 >조면희(趙冕熙) 한시집 (漢詩集)을 감사히 받다 (0) | 2018.05.15 |
---|---|
반산 한상철(半山 韓相哲 )시인님의 漢詩集 北窗 <북창>. 김용의 북창한시 (0) | 2016.02.10 |
부천시에서 만난 시 정------1. 윤동주 시인의< 별 헤는 밤> (0) | 2016.01.27 |
김 영월 시인님의 목련------5호선 굽은 다리 전철역에서< 시인 수필가> (0) | 2016.01.23 |
김 남조 (金南祚)의 편지 (0) | 2016.01.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