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광장/시가 흐르는 광장

洪 海 里 시인의 애면글면 ----시집 치매행致梅行 에서

백촌거사 2016. 2. 5. 20:42

 

 

 

 

 

 

 

           문봉선 화백의 매화전에서< 2011 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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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면글면

                                                - 치매행致梅行 · 149에서-----

 

 

                                            洪 海 里

 

머릿속에 고이 잠든 아내의 영혼

깨워서 들어올릴 수 있을까

지레가 없는 남편은 지레 속이 터지고

가슴속 지뢰밭에 묻혀 있는, 저

 

숱한 불발탄들

제풀에 터지지도 못 합니다

한평생 두남받은 일 없는 사람

어쩌자고 지청구 먹을 짓만 하는지

속이 타다 제물에 문드러집니다

 

오늘도 소금엣밥으로 한끼를 때우며

하루를 천년처럼 천연세월하고 있습니다

섣달 그믐 대목땜하는 날씨로

창밖은 꽁꽁 얼어붙었습니다

그래도 내 마음계곡은 텅 비어 있어

바람은 제바람에 우름우름 웁니다

 

사람이 많으면 길이 열린다지만

단 둘이 낑낑대는 우리 집은

가을철 물웅덩이 올챙이처럼

애면글면 애면글면

애이불비 애이불비 혼자 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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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언어 의미는>--------

애면글면: 힘에 겨운 일을 이루려고 온갖 힘을 다하는

모양을 나타내는 말

지레: 무슨 일이 채 일어나거나 어떤 때가 되기 전에 미리

두남받은: (사람이)편을 들어 허물도 감싸 주는

남다른 사랑을 받다

지청구: 까닭 없이 남을 탓하고 원망하는 짓

소금엣밥: 소금을 반찬으로 차린 밥이라는 뜻으로,

반찬이 변변하지 못한 밥을 이르는 말

천연세월 (遷延歲月): 일을 그때그때 끝내지 않고

자꾸 미루면서 시간을 보냄

대목땜 : 대목을 맞거나 앞두고 날씨가 추위나

비 따위로 심술을 부림

우름우름: 울음의 옛말 <鳴>

애이불비(哀而不悲): 슬프기는 하지만 겉으로

슬픔을 나타내지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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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blog.daum.net/hong1852/16156730 홍해리 시인

 

              시인 님의 최근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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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노트>

작년 초겨울에 바다마을” 시인 님이

보내주신 <致梅行>이라는 시집을 받고나서

내 가슴에 솟아나는 슬픔의 강물에 한참을 깊이 빠져

더 이상을 읽지 못하였다.

 

그러다가 위암으로 일 년 반을 수술도 하지 못하고 물 한 모금도 못 마시는 고통을 겪다가 예순 살 나이에

저 세상으로 소풍을 가 버린 하나뿐 <처남> 일로 그 만

시집을 가까이 하지 못했다.

 

洪海里 시인님은 필자의 캠퍼스 동문이시며, 집사람과

같은 <남양 홍씨> 문중이시기에 비록 인터넷을 통해서

알 게 된 시인이지만 마음으로는 가깝게 느껴진다.

나이도 필자와 엇비슷하신 분이라 더욱 친밀감을 가지고 있다.

 

내 어머님을 통해서, 그리고 지금 아흔이 넘으신

처고모님이 겪고 계신 그 가슴 아픈 슬픈 모습을

보고 또 들으면서 시인의 그 아픔을 동병상련의 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시인이 토해내는 그 시어 하나하나가 내 가슴엔

깊은 사랑으로 내 어머님을 모셔 드리지 못했던 후회가 몽글몽글 스며나고 스멀스멀 전해온다.

지금 시인은 얼마나 통곡하고 계실까.

 

아내 분께 바치는 그 순결한 헌신과 사랑

일흔 살 세월 겪어 오신 그 순애보의 눈물

癡呆가 致梅되어 꽃으로 피운 사랑

정녕 꽃구름 피어날 그 동산은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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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 너머 산 넘고 넘는 그 아픔의 세월 속에

      강 넘어 또 강 넘는 그 고통의 인고 속에

     가슴 안 눈물이 괴어 노을빛을 적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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