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자의 변 ---------------------------------------------
늘 마음속으로 존경하는 분이다. 이 분의 침잠하는 정열, 깊이가 있는 지적인 탐구력에
언제나 매력을 느끼는 분이다. 한시 풀이, 한문 문장의 해석하시는 능력은 단연 국보급이다. 간결하면서도 살아 움직이는 역동감을 가지게 된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한시를 암송하고 귀거래를 암송하였다고 한다. 다방면으로 탐구해 가시는 많은 서적들이 깊은 감동을 준다. 언제인가 그 분의 서재에서 만나뵈었을 때 가슴에 전율처럼 다가서는 그 정열에 깊은 매력을 느꼈다.
국문학을 전공한 필자로서는 한문학엔 둔재이다. 둔재인 필자에게 그 분이 출간한 책들을 읽으면서 늘 새로움을 배운다. 만학인 만년의 필자로서는 마음 속 스승으로 존경하는 분이다. 그 분의 풀이가 된 한문의 글들을 읽으면서 국어의 새로운 맛도 맛보고 있음에 필자에게는 더 없는 복이다. 한없는 영광이다. 그 분의 홈페이지에 올려진 글을 옮겨 적으며 필자는 노년의 지족스러운 행복감을 맞보고 있다. 그 분의 독서론에 관련된 문장들이다.
--------------------------- ------------------------------
◄ 정 민 (鄭 珉):1960년 음력 10월 15일에 경북 김천 출생.
고향은 충북 영동군 황금면 지봉리 한양대학교 국문과 교수
저서: <한시미학산책><목릉문단과 석주 권필><비슷한 것은 가짜다>
<미쳐야 미친다><초월의 상상> <다산선생 지식경영법>
<호걸이 되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
-------------------------------------------------------------
<정민 독서론 1>
♣ 讀書는 밥이고 옷이다---------------------
顔之推曰 : “積財千萬, 不如薄伎在身. 伎之易習而可貴者,
莫如讀書. 世人不問賢愚, 皆欲識人之多見事之廣, 而不肯讀書.
是猶求飽而懶營饌, 欲煖而惰裁衣也.” -허균(許筠),
『한정록閑情錄 제12권』 중 「靜業」에서
한자:
伎 재주 기懶 게으를 라 惰 게으를 타
------------------------------------------------
<국역>
안 지추(顔之推)가 말했다.
“재물을 많이 쌓아두는 것이 얕은 재주를 몸에 지니는 것만 못하다. 재주 중에 익히기 쉽고 귀한 것은 독서만한 것이 없다. 세상 사람들은 어진이나 어리석은 이나 할 것 없이 모두 많은 사람을 알고 여러 가지 일을 해보고 싶어 한다. 그러면서도 책은 읽으려 들지 않는다. 이는 배부르기를 구하면서 먹거리 마련에는 게으르고, 따뜻하려 들면서 옷 해 입는 데는 게으른 것과 같다.”
*안지추 : 남북조 시대의 문인. 《안씨가훈(顔氏家訓)》을 지었다.
< 정민 교수 풀이 인용>
--------------------------------------------------------------------
♠ < 정민 교수님 평설 >
창고에 가득한 재물도 내 삶을 지켜주지는 못한다. 재물은 미꾸라지처럼 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간다. 나를 든든히 지키려거든 독서의 습관을 들여라. 많은 사람과 알고 싶은가. 책 속에 다 있다. 많은 일을 경험하고 싶은가. 책 속에 다 있다. 내가 궁금해 하는 모든 것이 책 속에 다 들어 있다. 그런데 읽지는 않으면서 배고프다고 한다. 춥다고 한다.
--------------------------------------------------------------------
♠ 학습 노트 --------------------------------------
◀ <顔之推 안지추>
중국 육조 시대의 문인(531~591). 자는 개(介). 저서에 《안씨가훈(顔氏家訓)》
◀ 顔氏家訓<안씨가훈>
중국 북제(北齊)의 유학자 안지추(顔之推:531~602)가 후손들에게 남긴 유훈서(遺訓書).
당대(唐代) 이래 가훈류(家訓類)의 비조(鼻祖)가 된 책이며, 평범한 사람들의 살아가는 길을 가르치는 지침서이다.
유명한 호족 집안의 지은이가 남북조시대에 전란(戰亂)·망국(亡國)·포로생활 등의 고난을 겪으면서 느낀 처세관을 쓴 책이다.
책의 내용은 서치(序致)·교자(敎子)·형제(兄弟)·후취(後娶)·치가(治家)·풍조(風操)·모현(慕賢)·면학(勉學)·문장(文章)·명실(名實)·섭무(涉務)·성사(省事)·지족(止足)·계병(誡兵)·양생(養生)·귀심(歸心)·서증(書證)·음사(音辭)·잡예(雜藝)·종제(終制)의 순으로 되어 있으며, 철저한 가족제일주의(家族第一主義)에 입각하여 인간을 가족적인 존재로 파악하였다. 전통적 유교사상과 불교사상을 절충한 학문연구의 방법을 제시하고 새로운 시대에 알맞는 유능한 관료가 되는 것을 권장한 내용들이다.
◀ <不如 . 莫如 >
• 莫如는 ∼만 같은 것이 없다는 비교형의 최상급 표현임
一年之計는 莫如樹穀이요, 十年之計는 莫如樹木이요, 終身之計는 莫如樹人이니라
樂事莫如讀書 (낙사막여독서)
救煩無若靜 補拙莫如勤' - '번뇌를 없애는 데는 고요한 것만한 것이 없고,
부족함을 채우는 데는 근면함만한 것이 없다백거이(白居易)
• 不如(~만 같지 못하다 =不若), 莫如(~만 한 것이 없다 =莫若)
百聞不如一見.(백 번 듣는 것이 한 번 보는 것만 같지 못하다
◀ <薄伎박기>
• 조잡한 기예(技藝).하찮은 기술<伎 재주기>
‘伎之易習, 而可貴者,無過讀書也’에서 나온 박기薄技라고도 씀
• 薄伎竟無依(박기경무의) : 얇아서 끝내 기댈 수 없도다
◀ <不肯 불긍> 〜하려 하지 않는다.
• 지력을 하루라도 놀리려고 아니하여 / 不肯一日休地力
• 옛날의 문필가는 구차하게 남의 의견을 따르려 하지 않았다/古之文筆家不肯苟徇人意
• 곧게 서서 그윽함을 자랑하려 하지 않는데 / 挺挺不肯媚幽獨
• 중은 살생을 경계해 손대려고 않는지라 / 苾蒭戒殺不肯執< 고전번역원 인용>
◀<營饌 영찬>음식(飮食)을 장만함. 음식(飮食)을 마련함.
◀<裁衣 재의>옷을 마름질 하는 일
• 量體裁衣(양체재의) . 稱體裁衣(칭체재의)라는 말이 있다. 둘다가
구체적인 상황이나 처한 형편에 근거하여 문제나 일을 처리함을 비유한 말이다.
중국 南北朝時代 南齊에 張融(장융)이라는 아주 검소한 관리가 있었다. 그가 늘 낡은 옷을 입고 다니는 것을 보고서 南齊의 태조가 그가 입던 옷을 남재(南齊)의 품에 맞게 지어 보냈다. <그대의 몸에 맞게 줄여서 고쳐 놓도록 하였소>是吾所著, 已令裁減稱卿之體,>라는 친서까지 함께 보냈다. 라는 고사가 있으며, 또 하나는 중국 청나라의 유명한 재단사가 옷을 재단할 때에 옷의 칫수만을 재는 것이 아니라 옷을 맞추는 사람의 성격, 나이, 몸의 특징도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과거급제, 시기 등에 대한 생활전반까지 물어 가면서 옷을 재단하였다고 한다.
◀<허균(許筠)> 1569(선조 2)~1618(광해군 10).
자는 단보(端甫), 호는 교산(蛟山)·성수(惺叟)이고 양천 허 씨 가문이다. 시문으로 유명했던 여류시인 난설헌(蘭雪軒)의 동생이며, 최초의 한글소설로 조선사회 모순을 비판한 『홍길동전』의 작가로 문장가, 정치가, 비평가이며 그 당시 왕조에 대한 직설적인 비판 과감한 개혁을 주장하기도 하여 당시의 혁명가로 불린 만큼 행동을 하였다.
21세에 생원시에 급제하고 26세에 정시(庭試)에 합격하여 승문원 사관(史官)으로 벼슬길에 오른 후 삼척부사·공주목사 등 관직을 제수받기도 했으며, 한때 당대의 실력자였던 이이첨과 결탁하여 폐모론을 주장하면서 왕의 신임을 받아 예조참의·좌찬성 등을 역임하기도 했으나 국가의 변란을 기도했다는 죄목으로 참수형을 당하는 불운을 당하기도 하였다.
그의 작품으로는 《교산시화(蛟山詩話)》, 《성소부부고(惺所覆瓿藁)》 《성수시화(惺叟詩話)》 《학산초담(鶴山樵談)》, 《도문대작(屠門大爵)》, 《한년참기(旱年讖記)》 《한정록(閑情錄)》 등이 있다..
◀<한정록閑情錄>
허균의 작품으로1610년(광해군 2) 관에서 물러났을 때 중국 사신 주란우(朱蘭)에게서 받은 책을 저본으로 편찬했다
은거자의 정신적, 물질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중국의 은거자들에 대한 자료와 농사법에 관한 정보를 수록한 교양서로 관에서 물러나 산림에 퇴거한 사대부를 위해 지은 책이다. 그 내용들은〈은둔 隱遁〉·〈고일 高逸〉·〈한적 閑適〉·〈퇴휴 退休〉·〈유흥 遊興〉·〈아치 雅致〉·〈숭검 崇儉〉·〈임탄 任誕〉·〈광회 曠懷〉·〈유사 幽事〉·〈명훈 名訓〉·〈정업 靜業〉·〈현상 玄賞〉·〈청공 淸供〉·〈섭생 攝生〉·〈치농 治農〉등을 다루었다.
◀ 靜業 (정업)
글 짓는 법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내용으로
不是人閑 閑不得 閑人不是 等閑人(한가한 사람이 아니고선 한가함을 못 얻으니
한가한 사람이란 등한한 사람이 아니다.)이라는 바탕에서 이루어진 내용들이다.
한가로움의
정취를 아는 사람만이 한가로움을 누릴 자격이 있다.
그렇치 않은 사람에게 한가로움은 무위도식의 나태와
견딜 수 없는 무료일뿐이다.라는 생각들이 바탕을 이루고 있는 내용들이다.< 정민 교수의 표현 >
▶ 문법적 이해<포상 선생님>
♠ 顔之推曰 : “積財千萬, 不如薄伎在身.
伎之易習而可貴者 莫如讀書
안지추가 말하기를 “재물을 많이 쌓는 것은 얕은 재주가 몸에 있는 것만 같지 못하니, 재주를 쉽게 익혀서 귀하게 될 수 있는 것은 책을 읽는 것과 같은 것이 없다.
• 伎之(이 때 “之”는 목적어가 서술어 앞에 도치 되어 ~을의 뜻이다.),
而(~ 하여서,순접), 可(가능 보조사, ~할 수 있다),
♠ 世人不問賢愚, 皆欲識人之多 見事之廣, 而不肯讀書.
세상 사람들은 賢愚를 不問하고, 모두 사람을 많이 알고, 일을 넓혀 보고자하나 책읽기를 즐겨하지 않는다.
• 欲(~하고자 하다), 人之多(이 때 “之”는 목적어가 서술어 앞에 도치 되어 ~을의 뜻이다.), 而(~하나, 역접)
♠ 是猶求飽而懶營饌, 欲煖而惰裁衣也.”
이것은 오히려 배부르기를 구하면서 음식 마련에 게을리 하고, 따뜻하게 지내 고자 하면서 옷을 마련하는 것을 게을리 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 猶(오히려 ~와 같다), 而(~하면서, 而는 문장과 문장을 이어 주 는 접속사에만 쓰인다.)
-----------------------------------------------
'정민 교수님 교실 > 정민 교수의 향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홍길주(洪吉周, 1786∼1841)의《논어》를 제대로 읽은 사람 ----- <정민 독서론 3 > (0) | 2013.08.12 |
---|---|
옛 책 속에서 죽은 모기------- 한양대학교 정 민교수 (0) | 2013.08.09 |
한 가지 뜻으로 한 책씩 읽어라<독서론2> (0) | 2008.12.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