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 교수님 교실/정민 교수의 향기

♣홍길주(洪吉周, 1786∼1841)의《논어》를 제대로 읽은 사람 ----- <정민 독서론 3 >

백촌거사 2013. 8. 12. 23:21

 

<정민 독서론 3>

♣  홍길주(洪吉周, 1786∼1841)의

《논어》를 제대로 읽은 사람

讀聖賢書, 爲其進德修行, 增益其所不足也.

如讀論語一部, 一則盡誦如己言, 而遇事, 不曾思到卷中, 考其所爲, 一反其所讀, 一則不能誦其一二章, 有忿懥, 猛省曰: “論語中有一句, 吾不能詳記其語, 而想是忿而任情, 後必有難等說.” 遂忍而平之. 臨不意之貨, 又猛省曰: “論語中有一句, 吾不能詳記其語, 而想是臨財, 須較量其合義與否之意.” 遂却而不取. 這兩人究竟誰是會讀. 又有一等人, 遇事, 却先說起經傳中立戒語, 以杜設者之口, 仍將自己做的不義事, 文飾曲成, 以爲合義而行之. 這般人, 雖堯舜不可化. 又有恒言自己短處, 使人無可更說, 將做不善事, 發不善言, 却先說破其不善處而後從之. 如此等人, 又是不曾思到卷中者之罪人也.

                                            항해(沆瀣) 홍길주(洪吉周 (1786~1841)『수여방필睡餘放筆』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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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를 제대로 읽은 사람에 대한 정민 교수의 평설---------------

책을 많이 읽어도 책 따로 나 따로 놀면 안 읽은 것과 같다.

말만 앞세우고 행실이 따라가지 않으면 차라리 책을 덮어라. 독서가 나를 변화시킬 수 없다면 그런 독서를 왜 하겠는가? 독서를 유식한 체하고 젠 체 하는 빌미로 삼는 것은 교언영색에 가깝다. 자기 합리화를 위한 구실을 책에서 찾으려 들지 마라. 한 줄을 읽어도 마음으로 새기면, 설령 내용이 생각나지 않아도 내게 득이 된다. 현학 취미, 자기 자랑을 위한 독서는 백해(百害)가 있고 일익(一益)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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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촌의 이해노트>

《논어》를 제대로 읽은 사람-- 책을 제대로 읽는 사람

1.讀聖賢書, 爲其進德修行, 增益其所不足也.

성현의 글을 읽는 것은 덕에 나아가고 행실을 닦아 부족한 점을 채우기 위한 것이다.

2.如讀一部,

一則盡誦如己言, 而遇事, 不曾思到卷中, 考其所爲,

一反其所讀,

예컨대 《논어》 한 권을 읽었는데, 한 사람은 마치 자기 말처럼 다 외우지만 막상 어떤 경우에 닥치면 일찍이 생각이 책 속에 미치지 못하고 그 행동하는 바를 살펴보면 한결같이 읽은 것과는 반대로 한다.

• 如讀論語 未讀時 是此等人 讀了後 又只是此等人 便是不曾讀

- 논어를 읽기 전이나 읽은 후나 똑같다면 그는 논어를 읽지 않은 것이다. (정자)

1. 비교 1. [如…] …와 같다(2) [不如…] …만 못하다

2. 반어 [如…乎] …에 미칠 것인가3. 가정 [如…] 만약 …라면. 혹…라면. -4. 접속 […如…] …또는…. …혹은….5. 의문·반어 6. 글의 가운데 또는 끝에 쓰인다. 於乎然과쓰임이 같음

一則 첫째로는 /한 제목 / 한 조항. 한편으로는.盡誦: 모두 다 외움. 속은 비고 겉만 읽음.

遇事 일을 만남. 무슨 일을 만남

3, 一則不能誦其一二章, 有忿懥, 輒 猛省曰:

“論語中有一句, 吾不能詳記其語, 而想是忿而任情, 後必有難等說.” 遂忍而平之.

한 사람은 능히 한두 장도 외우지 못하지만, 화나는 일이 생기면 문득 맹렬히 반성하여 이렇게 말한다. “《논어》 중에 한 구절이 있는데 내가 그 말을 자세히 기억할 수는 없지만 생각해보니 화가 날 때 마음대로 하면 뒤에 반드시 어려움이 있다는 식의 말이었다.”하고는 마침내 참고 이를 가라앉혔다.

4.臨不意之貨, 又猛省曰: “論語中有一句, 吾不能詳記其語, 而想是臨財, 須較量其合義與否之意.” 遂却而不取.

뜻하지 않은 재물과 마주해서는 또 맹렬히 반성하여 이렇게 말했다. “《논어》중에 한 구절이 있는데 내가 그 말이 자세히 생각나지는 않지만 아마도 재물을 앞에 두면 모름지기 의리에 합당한지의 여부를 헤아려 보라는 뜻이었던 듯하다.”고 하고 마침내 물리쳐서 취하지 않았다.

忿분치 忿懥(성낼 분, 성낼 치, 화내는 것) 忿懥怒也

성낼치 輒문득첩

忿恨、憤怒的样子。1. 忿懥 =忿疐 =忿懫。 2.發怒。

疐 懫 꼭지 체 /성낼 치

猛省:갑자기 깨닫다 / 문득 생각이 나다 / 문득 정신이 들다 /1) 매우 깊이 반성함

猛省을 <깊이 반성하여>로 해석하기도 하였다. <19세기의 조선 지식인의 생각창고>

任情:제멋대로 하다 / 마음껏 하다 / 마음껏

5.這兩人究竟誰是會讀.

이 두 사람 가운데 마침내 어느 사람이《논어》를 제대로 읽은 것이겠는가?

저 이

이 두 사람 가운데 누가 논어를 제대로 읽은 것이겠는가.? 로 해석을 하기도 하였다.

독서할 줄 모른다.[不會讀書]○ 회(會)는 ‘능하다’와 같다.

6.有一等人, 遇事, 却先說起經傳中立戒語, 以杜設者之口, 仍將自 己做的不義事, 文飾曲成, 以爲合義而行之.

7.這般人, 雖堯舜不可化.

또 어떤 사람은 일이 닥치면 먼저 경전에 나오는 경계하는 말을 꺼내서 의논하는 자의 입을 막고, 인하여 장차 자기가 한 옳지 않은 일을 그럴 듯하게 꾸미고 왜곡해서 의리에 합당하게 행한 것으로 여기게 한다

이런 종류의 사람은 비록 요순이라도 감화시킬 수가 없다.

8.有恒言自己短處, 使人無可更說, 將做不善事, 發不善言, 却先說破其不善處而後從之.

如此等人, 又是不曾思到卷中者之罪人也.

또 늘상 자기의 단점을 말하여 남들로 하여금 다른 말을 할 수 없게 하면서 장차 옳지 않은 일을 하고 나쁜 말을 할 때에는 도리어 먼저 그 좋지 않은 점을 말한 뒤에 이를 좇는다.

이 같은 사람은 또 일찍이 생각이 책 속에 미치지 못하는 자의 죄인이라 하겠다.

-홍길주. 『수여방필睡餘放筆』에서

 

 

전철역 도심역 앞에서 찍은 꽃--뜨거운 여름 화사히 웃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