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산 유고 초고본/황산유고 시 모음

酒德 주덕.술이 주는 덕

백촌거사 2007. 7. 30. 14:44

酒德 주덕--------------------------------

술이 주는 덕

花前相對詎云無 꽃을 상대로 술 마시는 일 어찌 없다하리

화전상대거운무

釃不釃時遣我沽 술 빚건 안 빚건 간에 나는 술 사러 보낸다.

시불시시견아고

一石留髠隨主客 한 섬이나 되는 많은 술에 주객이 따르고

일석유곤수주객

三盃通道等賢愚 술 석잔에 도를 통한 무리들은 어질거나 어리석게 되네

삼배통도등현우

入唇政好飢膓潤 입안에 넣자 굶주린 창자가 윤택해지며 정말로 좋아지네

입진정호기장윤

佐藥偏能病氣扶 한쪽으로는 약을 돕기도 하며 능히 병기를 만들기도 하며

좌약편능병기부

細酌醺然忘賤貴 조금씩 마시며 얼근히 취함에 귀천을 잊게 하는구나.

세작훈연망천귀

豪吟已罷將長鬚 호탕히 읊으며 술 자리 끝나면 길게 늘어지리라.

호음이파장장수

---------------------------------------------------------------

한자

어찌 거 거를 시 팔 고 머리깍을 곤놀랄 진

창자 장 도울 좌 도울 부 취할 훈 수염 수

내용 분석 -----------------------------------------------------------------------------------

( 1- 2 행 ) 두련 : 술 자리를 마련함

집에 술이 부족할 때를 대비하여 많은 술을 마련해 놓는 모습이 보여짐

( 3 -4 행 ) 함련 : 서로 대작하는 정경

3 행의 一石留髠(일석 유곤)은 전국시대 때 제(齊) 나라 순우곤(淳于髡)이 “촛불이 다 꺼진 상태에서 다른 손님은 모두 내보내고 나만 남겨두고서 마음대로 마시게 하면 술 한 섬을 먹을 수 있다.”고 한 고사의 인용으로 많은 술을 즐기는 모습이며, 4 행은 이백의 月下濁酌 에 나오는 다음 싯구가 연상되기도 한다.

三杯通大道 :석잔의 술은 큰 도를 통하고/ 一斗合自然 :한 말의 술은 자연과 하나가 되나니

( 5 -6 행 ) 경련 : 술이 가져다가 주는 득과 실을 노래함. 술의 양면성

술은 생명의 약이 되기도 하고, 독약이 되기도 한다. 불경에서 말하기를 술은 번뇌의 아버지요, 더러움의 어머니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 7 -8 행 ) 미련 : 술의 덕 찬양

 

감상 노트----------------------------------------------------

이 시는 황산유고가 아닌 다른 문집에 실린 시이다.

보국 숭록 대부(輔國崇祿大夫) 판돈녕부사(判敦寧府事) 김유근(金逌根)이 졸서(卒逝)하였다.

불행히 집에서 병으로 오래 앓아 내가 보지 못한 지 이제 몇 해 만에 문득 서단(逝單)을 보니 내 마음이 이처럼 몹시 슬픈데, 더구나 우리 동조(東朝)의 매우 절박한 슬픔이겠는가?

문학을 좋아하고 시(詩)에 능하였는데 시에는 원대(元代) 사람의 기풍이 있었다. 병을 얻어 말을 못한 지 4년 만에 졸하니, 상하가 모두 탄식하며 슬퍼하였다

(헌종 7권, 6년( 1840 경자 / 청 도광(道光) 20년) 12월 17일 계유 조선 왕조 실록 기록 인용 )

실록의 기록에 의하면 병중에도 1836 년 부묘 도감 제조 (祔廟都監提調) 1837 년 예조판서, 공조판서 직에 머물러 있으셨다. 황산유고가 아닌 다른 문집에 보면 병으로 고생하시는 사실적인 모습들이 곳곳에 보여진다. 아픔 속에서도 술로서 마음속의 고뇌를 잊으시려는 심적인 서정이 이런 작품을 지으셨나 보다.

얼마나 술을 즐기셨는가는 모르겠지만 술이 주는 덕을 찬미하신 것으로 보아 꽤나 단수가 높으신 것 같기도 한 생각이 든다.

청록파 시인의 한 사람인 조지훈 (趙芝薰 1920. 12. 3 경북 영양~1968. 5. 17 서울 본명 동탁 東卓)은

      주단 酒段 18 가지를 말하고 있다. 과연 몇 단이셨을까.

 

1. 불주(不酒) : 술을 아주 못 먹거나 안 먹는 사람

2. 외주(畏酒) : 술을 마시긴 하나 겁내는 사람

3. 민주(憫酒) : 마실 줄도 알고 겁내지도 않으나 취하는 것을 민망하게 생각하는 사람

4. 은주(隱酒) : 마실 줄도 알고 겁내지도 않으며 취할 줄도 알지만 돈이 아까워서 혼자

마시는 사람

5. 상주(商酒) : 마실 줄도 알고 겁내지도 않으며 취할 줄도 알지만 무슨 잇속이 있을 때만

마시는 사람

6. 색주(色酒) : 성생활을 위해서 술을 마시는 사람

7. 수주(睡酒) : 잠이 안 와서 술을 마시는 사람

8. 반주(飯酒) : 밥맛을 돋구기 위해 술을 마시는 사람

9. 학주(學酒) : 술을 참맛을 배우는 사람

10. 애주(愛酒) : 술을 취미로 맛보는 사람

여기서부터 주단(酒段)의 경지에 입문하게 됨. 초단(初段) 주도(酒道)

11. 기주(嗜酒) : 술의 미에 반한 사람 2단 주객(酒客)

12. 탐주(耽酒) : 술의 진경을 체득한 사람 3단 주호(酒豪)

13. 폭주(暴酒) : 주도를 수련하는 사람 4단 주광(酒狂)

14. 장주(長酒) : 주도 삼매에 든 사람 5단 주선(酒仙)

15. 석주(惜酒) : 술을 아끼고 인정을 아끼는 사람 6단 주현(酒賢

16. 낙주(樂酒) : 마셔도 그만 안 마셔도 그만, 술과 더불어 유유자적하는 사람 ..

7단 주성(酒聖)

17. 관주(關酒) : 술을 보고 즐거워하되 더이상 마실 수 없게된 사람 8단 주종(酒宗)

18. 폐주(廢酒) : 술로 인해 다른 세상으로 떠나게 된 사람 9단 입신(入神)

止則操巵執觚 (지즉조치집고) 멈춰 있을 때는 술잔을 잡고 살았으며

動則挈榼提壺 (동즉설합제호) 움직일 때면 술통과 술병을 들고 다니면서

唯酒是務 (유주시무) 오직 술 마시는 데만 힘을 쓰니

焉知其餘 (언지기여) 어찌 그 외의 일을 알기나 하겠나. 라고 읊은 중국의 시인 유백륜(劉伯倫) 의 주덕송(酒德頌) 한 구절이 떠오르며. 시선(詩仙) 이었던 당나라 시인 이 백의 월하독작(月下濁酌 ) 시 한 구절도 생각이 난다.

三杯通大道 (삼배통대도 ) 석 잔의 술은 큰 도로 통하고

一斗合自然 ( 일두합자연) 한 말의 술은 자연과 하나가 되나니

但得酒中趣 (단득주중취) 다만 나는 취중의 그 흥취를 즐길 뿐

勿爲醒者傳 (물위성자전) 술 못 마시는 세속인들을 위해 그 참 맛을 알려줄 생각이 없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