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동 가문 시 모음/노가재 김창업의 시 모음

노가재 김창업의 大雪 (대설)

백촌거사 2007. 12. 7.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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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雪 대설

 

 

                                             김창업(金昌業)(1658-1721)

西埯東村雪盡埋。

서암동촌설진매

茫茫阡陌路難開。

망망천맥로난개

直疑至治皥煕世。

직의지치호희세

雞犬相聞不往來

계견상문불왕래 ( 동교 잡영 노가재집東郊雜詠老稼齋集에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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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어 이해 ■

西埯 東村: <서암 동촌> 암은 구덩이 암이다. 서로 대구로 이어졌으며 눈이 내린 온 마을.

盡埋 : < 진매 > 묻을 매. 눈 속에 파묻힌 모습. 茫茫 : < 망망 >넓고 멀어 아득함

阡陌: <천맥> 진(秦) 나라 토지제도의 명칭임. 阡두렁 천. 陌 두렁 맥으로 밭두둑.

直疑: <직의 > 직접으로 의심을 가지는 것.至治:< 지치 > 나라의 지극한 정치. 좋은 정치로의 다스림을 말함. 皥煕: <호희 > 호는 밝을 호. 태평성대의 세상.광대하고 자득한 모양을 말한 것으로, 즉 성왕(聖王)의 정치는 마치 천지의 자연과 같아서, 백성들이 그 태평 성대에 살면서도 전혀 누구의 덕으로 그렇게 사는지조차 모르는 아주 자연스러운 경지를 말함.

相聞: <상문> 소리를 서로 들음. <노자>에 “개와 닭 소리가 서로 들린다.[鷄犬之聲相聞]”는 말이 나오는데, 보통 인구가 조밀(稠密)한 것을 표현할 때 쓰는 말이다.

◉ 분석과 감상 ◉ -----------------------------

이 시는 동교 잡영<東郊雜詠> 이라는 시집 속에 실린 시로서 <동교>는 지금의 성북동 장위동 근처를 말한다. 지은이는 관직에 머물지 않고 자유로운 한거 생활로 보냈다. 동교 잡영에 쓰여진 시들은 주로 지은이가 1711 년 ( 숙종 37 년 54 세 )이후의 생활들이 그려져 있다.

눈이 펑펑 내려 온 세상이 가득한 백설의 경치로 된 사실적인 것을 그리며 단순히 눈 정경의 아름다움을 그리기보다는 그 당시의 정치적인 현실의 암담함을 비판한 시이다.

<< 내용 >>

1 행 : 눈으로 뒤덮인 마을 정경. <서경의 제시 >---------------- 원경

< 村 > 이라는 단어가 시골이라는 배경을 말하고 있음.

2 행 : 눈으로 덮인 밭들의 모습 < 밭의 정경 > ---------------- 근경

< 阡陌 > 밭둑. 시골의 구체적인 배경.

3 행 : 나라 현실의 어둠 << 주제의 암시 >> ------------------서정

나라의 현실이 태평성대가 아님을 한탄하는 정서가 직서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 直疑 > 라는 말은 솔직히 의심이 된다는 말로 나라가 어둡게만 되어가고 있는

지은이의 걱정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 온 세상이 백설처럼 환하고 밝은 세상이 되었으면 하는 내면적인 심정일 것이다.

4 행 : 나라 백성들의 어둠 ( 주제의 보충 )-------------------서정.

눈이 내리고 난 뒤의 정밀스러운 분위기도 표현된 것이겠지만, 서로 사람들 사이의 불신 때문에 막혀진 안타까움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어두운 정치적인 현실에서 오는 답답함을 표현한 것이다. 사람들 사이에 오고가는 따뜻하고 아늑한 친밀의 분위기가 막혀 있는 것이다.

 

 

 

               눈은 내리고

                  온 마을 모두가

                  눈 속에 묻혔어라.

 

                 밭둑이 아득하여

                가는 길 어렵구나.

 

                     온 세상 밝음으로

                    좋은 치세 가는 건지

 

                       개, 닭 울음 들리건만

                     사람 오고 감은 없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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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은이 소개

 

김창업(金昌業) --------------------------------------------

                                    1658년(효종 9) --1721년(경종 1)

 

 자 : 대유(大有). 아호 : 가재 (稼齋), 노가재(老稼齋). 조선시대 후기 문인이면서 화가. 조

정만(趙正萬), 이성좌(李聖佐 )등과 교유함. 노론계 문신 김수항(金壽恒)의 넷째 아들이

며, 증조부 계열인 부윤공파(府尹公派) 상복(尙宓) 댁으로 입적.16 세인 광식(光烒)< 부인

숙부인 고령신씨 >의 양자로 입적하여 대를 이음.

 

1681년 진사가 되었으나 관직에 나아가지 않았으며,(신유 24세),1712년 11 월(숙종 38년

55세)에 사은겸동지사(謝恩兼冬至使)로 가는 큰형인 김창집(金昌集)을 따라 중국 연경에

다녀왔다. 1713 년에 돌아왔으며 1715 년에 산천, 고적. 풍속 문물제도 등의 견문 기록인

연행훈지록<燕行塤篪錄>을 스스로 편찬하였다. 그는1689년 생부가 진도(珍島)에 유배되어

사사 (賜死)되자, 모친 나씨 부인 (羅氏夫人)을 모시고 영평(永平)에서 여묘살이를 하였고,

1712년 큰형 김창집 (金昌集)이 거제 (巨濟)에 유배되는 정신적인 고난을 겪었다. 울분으

로 병이 심해져 세상을 떠났다.

 

겸재 정선의 그림 스승이기도 했다.

 

저서에《노가재집(老稼齋集)》, 〈우암송시열칠칠세상(尤庵宋時烈七七歲像)〉(국립박물관소

장), 〈추강만박도(秋江晩泊圖)〉( 전형필 박물관 소장 ) 등이 있다.

 

그의 문집인 <노가재집>에 의하면1678년< 생부 문곡 김수항의 유배 >부터1710년까지의

작품에는, 부친 김수항(金壽恒)이 영암(靈巖)에서 철원(鐵原)으로 이배 (移配)되었을 때에

배소(配所)에서 부친과 함께 지내면서 지은 시를 비롯하여 기행시, 만시, 백락천, 육방옹

등의 운율 차운시 등이 있으며 松, 銀杏, 芭蕉, 蓮, 芍藥, 梅花, 석죽화 등 나무와 꽃에 대

해 읊은 많은 영물시 (詠物詩) 등이 실려 있고, 동교 잡영<東郊雜詠> 문집에도 많은 시가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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