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길산을 내려오다 만난 외로운 무덤 하나 >
무덤- 그 언어는 우리들에게 죽음, 제사, 묘지, 비석, 등의 이미지를 제시하고 있다.
유한하다고 말들을 하는 인간들이
꼭 돌아가야만 하는 삶의 종착역에서 가장 평안한 안식처요. 휴식처인지도 모르겠다.
空手來空手去---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돌아가는 인간들의 영원한 쉼터이다.
그 영원한 쉼터를 슬프게 바라보고 있는 필자의 서정이 우리들 산 자에게 깊이 있는 삶의 교훈을 주고 있다.
살아 있을 때의 영화로움도 지금은 쓸쓸한 아무도 돌보지 않는 하나의 무덤일 뿐이다.
무덤을 소재로 한 두 편의 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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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김상헌(金尙憲)
1570년(선조 3) - 1652년(효종 3)
자 숙도(叔度) 호 청음(淸陰),
석실산인(石室山人), 서간노인(西磵老人)
시호 문정(文正)
1. 路傍塚 (노방총)----------------------------
길가 무덤
路傍一孤塚 노방일고총 길 가 옆 외로운 무덤 하나
子孫今何處 자손금하처 자손들 지금은 어디에 있나.
唯有雙石人 유유쌍석인 오직 한쌍 돌사람만 무덤 지키며
長年守不去 장년수불거 긴 세월 그대로 서서 떠나지 않는구나
< 五言絶句. 淸陰先生集卷之一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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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傍 곁 방 塚 무덤 총唯 오직 유 < 惟 생각할 유 > 雙 쌍 쌍
◀ 감상 이해▶
오랜 세월 아무도 돌보지 않는 듯한 무덤 곁을 지나며 지은이의 다정다감한 정서가
그려져 있다. 무덤을 통한 외로움의 정서가 반영되었다.
< 1-2 행 >---- 돌보는 이 없는 외로운 무덤 < 서경 >
< 3-4 행 >----- 지은이의 고독한 정서 < 서정 >
강직한 의지로 살아 왔으면서도 그 내면에 담고 있는 외로움이 무덤을 통해 표출되었다.
孤塚은 그대로 외로운 무덤이다. 아무도 돌보지 않아 황폐해진 무덤이다. 그러나 그 무덤 곁에는 석인 한 쌍이 외로움을 벗해주고 있다. 석인이 서 있는 것으로 보아 그 무덤은 살아 생전에는 지극한 영화를 누렸을지도 모른다. 그 화려했던 영화로움도 이제는 모두가 외로움,쓸쓸함을 길가 옆에서 맞이하고 있다. 유한한 인생이기에 우리도 그 땅으로 돌아가서
이처럼 고독을 맞보면서 보내는 것인가 보다. 외로운 무덤 하나가 우리들 인생을 다시금 깨닫게 해주는 가르침이 있는 것 같다.
2.哀孤塚 애고총---------------------
슬프구나 외로운 무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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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岌嶪四山合。급업사산합 우뚝 솟은 산들이 사방으로 두르고
潺緩雙澗夾。잔완쌍간협 졸졸대며 두 갈래 시냇물 좁게 흐르네.
中間一破壟。중간일파롱 그 사이로 다 부서진 언덕 하나
壟上有孤塚。농상유고총 그 언덕위엔 외로운 무덤이 있네.
◖한자
岌 높을 급嶪 높고 험할 업潺 물 흐르는 소리 잔 緩 느릴 완 澗 시내 간
夾 낄 협 壟 언덕 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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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어 이해
▴岌嶪 : 높게 우뚝 솟아 있는 산의 모습.▴四山 : 사방으로 둘러싸인 산.
▴ 潺緩 : 냇물이 느리고 졸졸 흘러 가는 모습 ▴ 破壟 ; 부서진 언 덕
▼ 감상 이해-------------------------------------------
깊은 산속에 있는 외로운 무덤이 처해 있는 주위 환경을 그리고 있다. 더욱 외롭게 처해 있는 무덤을 그리기 위한 서경묘사이다. 사방이 높은 산으로 둘러싸이고, 시냇물 흘러가는 적막스러운 산 속에 돌보는 이 하나 없어 황폐해진 언덕에 있는 외로운 무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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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荒涼灑掃缺。황량쇄소결 소분할 이 없어 너무나 황폐하고
寂寞香火絶。적막향화절 제사도 끊긴 듯 오직 적막할 뿐이구나
豈云乏姻親。기운핍인친 일가 친척이 어찌 하나도 없겠는가
寧是寡潦賓。영시과료빈 그리고 친구들은 어찌 적다 하겠는가.
◖한자
荒 거칠 황 涼 슬퍼할 량 灑 뿌릴 쇄 掃 쓸 소 乏 버릴 핍潦 큰 비료 賓 손님 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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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어 이해
▴荒涼: 황폐하여 쓸쓸함▴灑掃: 글자대로는 물 뿌리고 쓰는 일로 소분(掃墳) 하는 것을 말하는데, 소분이란 조상의 성묘를 가서 무덤을 둘러보고 제사를 드리는 것을 말한다
▴香火: 향불로 제사를 지내는 일. ▴姻親: 일가 친척 ▴潦賓: 손님이나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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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상 이해
1 연을 더욱 심화시켜 황폐해진 무덤의 쓸쓸함을 그렸다. 소분하고 향화를 드린 흔적이 없는 그야말로 무덤의 적막함을 표현하고 있다. 무덤의 황폐해지고 있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죽은 이의 살아 있을 때의 영화를 말하면서 그만큼 무상감을 주고 있는 인생의 덧없음을 표현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살아 있을 때의 그 일가친척들, 그리고 많은 친구들은 죽은 이와의 먼 거리감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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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金輿不復御。금여불부어 금수레 이제는 탈 수가 없고
玉几付何處。옥궤부하처 옥궤는 어디에다 부쳐야 하나
山月爲明燭。산월위명촉 산 속의 달로 환한 촛불 삼고
山禽作弔客。산금작조객 산새들 오게 하여 조문객으로 삼네.
◖한자
輿 수레 여御 부릴 어几 안석 궤禽 날짐승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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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어 이해
▴ 金輿: 본디는 임금이 타는 가마를 뜻하는데, 여기서는 일반적인 수레를 뜻하는 말
▴ 玉几: 죽기 직전에 기대어 있던 궤석(几席). ▴山禽: 산새▴ 弔客: 조문하는 사람.
▼ 감상 이해
그 적막하고 외롭고 쓸쓸한 무덤에 묻힌 이를 생각하며, 지은이는 시상의 전환을 꾀하고 있다. 살아서 누리던 부귀영화가 다 무엇이랴. 금여도 안석도 지금은 아무 소용이 없다.
외로운 무덤이지만 그 무덤 곁에는 죽은 이와 어울리는 달빛을 촛불로 산새들을 찾아오는 조문객인 양 반길 것이라는 지은이의 위로감이 있다.
금여. 안궤------ 살아서 가지던 부귀영화
산월 산금 ------ 죽어서 가지는 위로물.
결국 무덤길은 외롭지 않다. 지은이는 죽음 속에서도 자연과의 일치로 순응하는 삶의 자세가 보여지고 있다. 쓸쓸히 허무하게 돌아가는 우리들 죽음 저 편에는 달빛의 환함, 산새 소리의 그 정다움이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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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悲風松檜鳴。비풍송회명 구슬픈 바람 소리 소나무가 우는 듯
疑聽講書聲。의청강서성 글 읽는 소리처럼 들리는 것 같구나
可憐九泉下。가련구천하 가련하구나 저 구천아래 누운 이
悽愴誰知者。처창수지자 애통스럽구나 어느 누가 그대를 알까.
<五言古詩淸陰先生集卷之八에서>
◖한자
檜 노송나무 회 憐 불쌍히 여길 련 悽 슬퍼할 처愴 슬퍼할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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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어 이해
▴悲風: 구슬픈 느낌을 주는 바람 ▴松檜: 노송나무 ▴ 疑聽 : 들리는 것 같음
▴九泉 : 죽어서 가는 곳. 황천. 저승. ▴ 悽愴 : 애통함
▼ 감상 이해
무덤 가에서 들려오는 바람 소리는 분명히 소나무를 스치며 울린다. 그 소리는 오직 살아 있는 자만이 듣는 소리이다. 바람 소리가 글 읽는 소리처럼 들리기도 한다.
황천길에서는 전혀 그 소리를 들을 수 없다. 함께 듣지 못하는 것에 지은이는 애통스럽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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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 哀孤塚 이라는 시는 첫 번 째인 路傍塚 보다는 같은 무덤을 소재로 하여 썼지만
앞의 시 보다는 더욱 구체적인 심상이 표현 되었다. 앞의 시가 단순히 무덤을 통해 외롭고 쓸쓸함으로 본 것이라면 뒤의 시는 무덤을 통한 지은이의 죽음에 대한 인생관이 비쳐져 있다. 고시의 형식으로 쓴 시이다 .<고시>는<고풍>이라고도 하는 시로 쓰이는 운(韻)이 다양하고 성조와 격률에 얽매이지 않으며, 길이 또한 제한을 받지 않는 시체(詩體)이다. 모두가 16 행으로 쓰여진 것을 4 행씩 묶어 단락을 나누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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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 4 행 > : 외로운 무덤의 주위 환경 < 서경 >
2. < 5- 8 행 > :무덤의 황폐한 모습 <서경 >
3. < 9-12 행 >: 주위 환경과의 동화 -- 시상의 전환
4 . < 13-16 행 >: 애통스러운 서정 < 서정 >
살아서 누려 가지던 화려한 부귀영화들은 결국 죽음으로 돌아가 하나의 외로운 무덤의 흙이 되는 것이다. 생명의 한계에 순종하는 지은이의 다정다감한 인생관도 제시되어 있다.
그들은 생명의 한계에 순종하고 나아가서 육신도 자연의 일부라는 사상을 받아들여 ‘죽는다 ‘는 것은 흙으로 돌아가 자연과 합일하는 것으로 이해했다. 옛 시조와 가사 속에 숨어있는 안빈낙도 사상에서 선조들의 은근한 속마음을 엿볼 수 있다.
송강 정철 시인의 장진주사將進酒辭의 아래 싯구를 생각했다.
<< 이 몸 죽은 후면,
지게 위에 거적 덮혀 주리어 매여 가나,
유소보장(流蘇寶帳)< 화려한 상여 >에 만인(萬人)이 울어 예나,
어욱새 속새 떡깔나무 백양(白楊)속에 가기 곧 가면,
누른 해 흰 달 가는 비 굵은 눈 소소리 바람 불제>>
그 언젠가 하나의 흙으로 돌아가는 우리들 인생--- 그 무덤은 우리들의 평화로운 아늑한 안식처는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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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상헌에 대한 조선왕조 실록의 기록
김상헌은 효종 3 년(1652 임진 83세 ) 6월 25일. 효종 임금께 遺疏를 올리고. 세상을 떠나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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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上下敎于政院曰: “天不憖遺, 喪我元老, 痛悼殊切。 覽玆遺疏, 辭意懇惻, 訓戒切至。 爲國忠赤, 至死冞篤, 深用嘉歎。 可不服膺焉? 予不任悲愴, 以諭近臣耳。”
憖 억지로 은 冞 점점 미 膺 가슴 응 諭 깨우칠 유
임금<효종>이 정원< 승정원>에 하교하기를,
“하늘이 사람을 남겨두지 않고 내게서 원로를 앗아갔으니 매우 슬프고 슬프다. 이 유소(遺疏)를 보니 말이 간절하고 훈계가 매우 지극하다. 나라 위한 충성이 죽음에 이르러서 더욱 독실하니 매우 가상하다. 가슴 깊이 새기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내가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근신에게 하유한다.”
2. 尙憲字叔度, 淸陰其號也。 爲人正直剛方, 貞介特立。 家居篤於孝友, 正色立朝者, 殆五十年, 遇事必盡言, 無少回撓, 言不用, 輒辭而退。 見惡人, 若將浼己, 人莫不敬憚。 金瑬嘗謂人曰: “每見叔度, 不覺汗沾於背。”
撓 어지러울 뇨.輒 문득 첩.汗 땀한 沾 더할 첨
김상헌은 자는 숙도(叔度)이고, 청음(淸陰)이 그의 호이다. 사람됨이 바르고 강직했으며 남달리 주관이 뚜렷했다. 집안에서는 효도와 우애가 독실하였고, 안색을 바르고 조정에 선 것이 거의 오십 년이 되었는데 일이 있으면 반드시 말을 다하여 조금도 굽히지 않았으며 말이 쓰이지 않으면 번번이 사직하고 물러갔다. 악인을 보면 장차 자기 몸을 더럽힐까 여기듯이 하였다. 사람들이 모두 공경하였고 어렵게 여겼다. 김류가 일찍이 사람들에게 말하기를 “숙도를 만날 때마다 나도 모르게 등이 땀에 젖는다.” 하였다.
金瑬( 김류 )
1571(선조 4)~1648(인조 26).
서인 계열로 인조의 즉위와 이괄(李适)의 난 평정에 공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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