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 포인트>-----------------------------------
청음 김상헌<문정공파>의 증손이시며. 문곡 김수항의 셋째 아드님이시다.
다산 선생님의 평가대로 淸高한 선비의 시인이며. 不逐名利 世外脫俗의 隱者 獨創眞境의 시인, 獨學自得의 학자라고 평가하고 있는 분이시다.
오늘은 立秋-- 분명히 여름은 마지막 문턱에 서 있다. 가을이 시작되고 있음을 알리고 있다. 지금은 전혀 볼 수가 없는 입추의 정경이다. 분명히 우리들 옛 문화에서 볼 수 있었던 모습들이다. 다듬이 소리. 갈옷 입은 그 모습들이 그리워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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立秋 夜思 입추야사---------------
가을은 오고
김 창흡(金昌翕)
1653년(효종 4) - 1722년(경종 2)
자 子益 호 洛誦子, 三淵
시호 文康公
誰家女郞杵。 뉘 집 여인들의 방망이 소리
乘月搗流黃。 달빛 타며 구슬옷감 다듬질하네.
驚心樓上聽。 누각 위 들리는 소리 마음 놀라고.
頓覺葛衣凉。 갈옷의 서늘함에 문득 깨닫게 되네.
< 三淵集 拾遺 卷之二에서>
한자
杵 다듬잇방망이 저 搗 찧을 도 頓 조아릴 돈 葛 칡 갈 凉 서늘할 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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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가여랑저。승월도유황。
경심누상청。돈각갈의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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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이해>------------------------
< 1.2 행>--- 가을 밤 속의 다듬이 소리-- 청각의 풍경- 서경
< 3.4 행>--- 입추의 서늘함--< 葛衣>- 촉각적인 느낌-- 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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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을 타고 들려오는 시골집 어느 여인의 다듬이 소리에 분주한 가을을 여미고 있는 그 정성에 찬탄을 하고 갈옷에 스며오는 선선한 가을바람의 촉각을 통해서 입추를 느끼고 있다. 지금은 전혀 볼 수가 없는 옛 사람들의 시골 정서가 물들어 있다. 갈옷을 입고 앉아 있는 청고한 선비의 한가로운 모습이 연상된다. 칡으로 옷을 만들어 입었던 선인들의 슬기도 사랑스럽다.
처서와 말복은 여름의 끝을 말한다. 입추는 여름의 끝 가운데에서 가을을 알리는 시발점이다. 이제부터 서서히 풍요로움이 넘치는 결실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마지막 여름 태양에 고추가 빨갛게 익어가고 논에는 황금색의 벼들이 춤출 것이다. 옛날의 풍경을 볼 수는 없지만 가을이 주는 시원스러움은 같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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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어 노트>--------------------------------
女郞: 남성과 같은 재주와 기질을 가진 여성
女莖- 국화의 별칭/ 女工- 여자의 하는 일/ 如娘- 색시/ 女伶- 기녀
女士- 여자로서 군자의 행실이 있는 사람/ 女郞花- 목련의 별칭
女垣- 성가퀴/ 女夷-바람의 신. 風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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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놀이 하는 아가씨들 다투어 와서 구경하니 / 女郞拾翠爭來看
연 따는 아가씨 꽃 꽂은 노인에 웃음짓네 / 採蓮女郞笑花老
연꽃 잎새 사이로 여인들 노래 소리 / 蓮花相間女郞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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杵: 여기서는 다듬이 소리
절굿공이/ 다듬잇방망이/ 방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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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구질하기에 촌심이 가볍네 / 力杵寸心輕
어둔 곳에서 마음 졸여라 천 공이가 찧어 대듯 / 暗地硏心千杵搗
강물은 절굿공이처럼 낮았다 높았다 하누나 / 江如碓杵落還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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流黃 구슬 옷/ 녹색의 絹布 또는 노란 고치실로 짠 천 /
留黃 硫黃./ 대오리로 엮어 짠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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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틀을 새로 차려 황색 명주나 짤까보다 / 錦機新自織流黃
짜고 있는 비단 위에 달빛이 또 비추누나 / 更敎明月照流黃
유황 옷이 반이나 벗겨졌네 / 半褪流黃被
꿈결 속의 비단 금침 얽히고 설키는 정 / 流黃入夢情綢繆
유황으로 쓸쓸한 밤 시름 풀 수 있으리라 / 流黃罷夜愁
유황(流黃) : 연회를 즐기며 미녀와 노니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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驚心: 마음을 놀라게 함. 경탄하게 함.
驚心動魄- 대단히 남을 놀라게 함을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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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밤중에 다듬질하는 그 여인들의 정성과 수고로움에
찬탄을 하는 것은 아닐지. 그런 수고로움이 있기에 편안히 옷을 입을 수 있다는 것에 시인은 고마운 마음으로 경심을 가지는 것이다.
가을이 오고 있는 한밤중에 밤의 정막을 깨뜨리는 그 소리가 시인의 마음을 더욱 넓은 세계로 넓히고 있다. 시끄럽고 소란한 것에 놀라는 것이 아니라 그런 소리를 통해서 하나의 아름다움을 엮어 내는 여인들의 그 솜씨에 경탄을 하고 있는 가을밤의 깊은 생각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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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음(訃音) 듣고 갑절이나 깜짝 놀랐소 / 存沒倍驚心
전장(戰場)에서 죽을 고비 숱하게 넘겼지요 / 萬死驚心矢石間
궤연이 사당에 돌아가니 마음 더욱 놀라네 / 几筵歸廟倍驚心
서강에 이는 풍랑 마음 아니 놀라네 / 西江風浪不驚心
서울 소식 올 때마다 마음이 깜짝깜짝 / 京華消息每驚心
놀란 가슴 열흘 만에 행정을 돌이키니 / 驚心十日返行旌
꿈을 깨니 새는 마음을 놀래켜라 / 夢斷鳥驚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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頓覺: 문득 깨달음. 갑자기 깨달음.
頓悟- 갑자기 깨달음/ 頓然- 갑자기 별안간/ 頓證菩提- 어느 기회에 갑자기 불도를 깨닫는 것 < 불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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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의 갈증 사라짐을 문득 깨닫고 / 頓覺肺消渴
갑자기 혓바닥이 시려짐을 깨닫게 하네 / 令人頓覺舌生氷
시를 보니 고질이 나음을 문득 깨닫겠어라 / 看來頓覺沈痾愈
오장육부가 모두 청신해지네 / 頓覺六用俱淸新
불현듯 시정이 열 배 더해짐을 느끼네 / 頓覺詩情十倍加
차를 마시니 속진이 말끔해지는 걸 느끼겠고 / 啜茶頓覺塵緣淨
골짜기 안에 인적 없음은 문득 알겠거니와 / 谷中頓覺無煙火
환희 속에 좌석 가득한 봄을 언뜻 깨달아라 / 頓覺人懽春滿座
오월달 찜통 더위 후유 이젠 살겠구나 / 五月炎蒸頓覺蘇
갑작스레 내 몸 작음 느끼고 / 頓覺吾身小
찌는 듯한 더위가 이 밤에 없어졌네 / 頓覺炎蒸一夜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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葛衣: 갈포로 만든 옷(葛布- 칡의 섬유로 짠 베)
중국어 사전 풀이: 用葛布制成的夏衣。
※시원한 갈포 입은 청고한 선비의 기풍이 엿보인다. 촉각적으로 느끼는
입추의 정경이다. 葛衣布士같은 은자의 모습이 연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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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서운 서리는 갈옷을 파고들고 / 嚴霜透葛衣
노년에 갈옷 입고 함께 어울려 노닐자오 / 歲晩扶携共葛衣
송화 가루가 갈포 옷에 점을 찍었다 / 松花點葛衣
바람은 갈포 옷에 불어 맑구려 / 風透葛衣淸
삼베 쇠코 잠방이에 흰 칡베옷 입고 / 犢鼻麻褌白葛衣
김종직(金宗直)의 시에---------------------------
夜宿華譙上 彎彎簷月明
香銷薤簟冷 風透葛衣淸
嶽色供秋氣 灘聲浣世情
怱怱點兵去 有愧幕中評
“밤에 화초(華譙)에 묵으니, 처마의 초승달이 밝도다.
향기는 해점(薤簟)에 녹아서 차갑고, 바람은 갈옷[葛衣]에 불어 시원하네.
산 빛은 가을의 기운과 짝하고, 여울 소리는 세상의 풍정을 씻도다.
총총히 병사를 점검하여 떠나니, 막중(幕中)의 논평들이 부끄럽도다.” <<신증동국여지승람 제25권경상도(慶尙道영덕현(盈德縣)에서. <한고번> 풀이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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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김 창흡(金昌翕) 1653년(효종 4) - 1722년(경종 2)
景宗 2年(1722 壬寅 ) 2月 21日(丙子) -- <조선왕조실록 인용>
○ 世弟侍講院進善金昌翕卒。 昌翕 字子益, 號三淵, 領議政壽恒子也。 天資卓犖, 少日俠氣翩翩, 弱冠成進士。 嘗讀莊子書, 怳然有契, 自是遺棄世事, 放迹山水間, 倡爲古樂府, 詩道爲之中興。 又耽嗜仙釋, 久不自反, 及遭家禍, 始與兄昌協, 從事於學, 其見解往往超詣。 晩入雪嶽山, 卜居讀《易》, 自言: “若程、朱見到處, 則亦能見到” 云。 然其性近於乖激, 凡於時論, 攘臂作長書, 訐斥當路, 語輒犯人先故, 頗得處士橫議之名, 人多惜之。 朝廷以遺逸, 屢拜憲職, 不起, 至是卒, 年七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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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역 >-----------------< 조선 왕조 실록 인용>-------------
세제 시강원(世弟侍講院) 진선(進善) 김창흡(金昌翕)이 졸(卒)하였다.
김창흡의 자(字)는 자익(子益)이고, 호(號)는 삼연(三淵)인데, 영의정 김수항(金壽恒)의 아들이다. 타고난 자질이 뛰어났고, 젊은 날 협기(俠氣)를 드날렸으며 약관(弱冠)에 진사(進士)가 되었다. 일찍이 장자(莊子)의 글을 읽다가 마음속에 황연(怳然)하게 깨달은 바가 있어 이때부터 세상일을 버리고는 산수(山水) 사이에 방랑하며 고악부(古樂府)의 시도(詩道)를 창도(唱導)하여 중흥조(中興祖)가 되었다.
또 선가(仙家)·불가(佛家)에 탐닉하여 오랫동안 스스로 돌아오지 아니하였는데, 가화(家禍)를 당하자 비로소 그 형 김창협(金昌協)과 함께 학문에 종사하니, 그 견해가 때로 크게 뛰어났다. 만년에는 설악산(雪嶽山)에 들어가 거처를 정하고 《주역(周易)》을 읽었는데, 스스로 ‘정자(程子)·주자(朱子)가 이르른 곳이라면 또한 이를 수 있다.’고 하였다. 그러나 성품이 괴격(乖激)한 데 가까와 무릇 시론(時論)에 대하여 혹은 팔을 걷어붙이고 장서(長書)를 지어 당로(當路)를 알척(訐斥)<흠을 들추어내어 배척함> 하되, 말이 걸핏하면 다른 사람들의 선조(先祖)를 범하여 자못 처사(處士)로서 의논을 함부로 한다는 이름을 얻었으므로, 사람들이 이를 많이 애석하게 여겼다. 조정에서 유일(遺逸)로 여러 차례 헌직(憲職)을 제수하였으나 나가지 않았는데, 이때에 이르러 졸하니, 나이 70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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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비 맞은 칡꽃이 사랑스러워-- 입추날 아침 아파트 숲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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