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동 가문 시 모음/삼연 김창흡의 시 모음

삼연 김창흡의 詠鷄 영계 ( 닭을 읊다 )

백촌거사 2007. 5. 31. 17:44

 

       아래 그림은

내 집에 소장하고 있는 현대화가 문봉선 씨의 80 년 대 닭그림이다.

한적한 시골 풍경이 연상되고, 황토의 흙 냄새와 함께 닭냄새도 풍겨오는 듯한 그림이다. 시골 헛간에 보이는 멍석 모습, 횃대에 앉은 한가로운 닭,

숫놈의 날카로운 발톱이 눈에 선하게 떠오른다. 거의 사라져 간 시골의 닭장 풍경이다.

 

 

 

 

 

                       (문봉선의 닭그림)

 

 

     삼연 김창흡의 닭을 읊음

 

詠雞 <영계> 닭을 읊다.---------------

觜距千營掘一오락가락 돌아다니며 부리와 발톱으로 벌레 한 마리 잡아

취거천영굴일충

忘飢割與衆雛 제 굶주림 잊고 여러 새끼들에게 나누어 먹이네

망기할여중추동

天倫五件知均賦 하늘에서 부여받은 천륜의 오덕을 알고 있는 듯

천륜오건지균부

獨見慈腸著降 유독 자애로운 마음으로 강충을 드러내고 있구나.

독견자장저강충

                                                                ( 三淵集卷之十四 葛驛雜詠 其五.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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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어 풀이 >

觜距 취거: 새의 날카로운 부리와 발톱으로, 승부를 결정하는 무기 즉 기예를 뜻한다. 춘추 시대 진(晉) 나라 주작(州綽)이 평음(平陰) 전투에서 승리를 거두고는 자신을 닭에 비겨 승부에 이겼다는 뜻으로 먼저 울었다[先鳴]는 고사가 있다.

觜부리 취 距 발톱 거. 雛 병아리 추

五件은 오덕(五德) : 닭이 지닌 다섯 가지 덕을 말한다. 《한시외전(韓詩外傳)》에 “머리의 벼슬은 문(文)이고, 날카로운 발톱은 무(武)이고, 적과 용감하게 싸우는 것은 용(勇)이고, 먹이를 서로 나누어 먹는 것은 인(仁)이고, 어김없이 새벽의 시간을 알리는 것은 신(信)이다.” 하였다.

均賦 :고르게 부여함

독견(獨見) : 남들이 견득(見得)하지 못한 것을 혼자만이 견득하는 것을 이름

降衷: 하늘이 내려준 성품

<< 감상 >>

 

<새벽 닭울음 소리는 눈으로 보는 광명이 아니라 귀로 듣는 광명이요 새벽이 오기 전에 마음 속으로 스며드는 새벽의 예언이요 계시인 소리다.>( 이어령의 수필에서 )

닭은 밝음과 새로운 빛의 도래를 알리는 신성스러운 동물이다. 그래서 금계라고도 한다.

유교에서는 입신출세와 부귀공명을 상징하고 있고, 불교에서는 마음의 진심성을 깨닫게 해준 悟道의 동물이라고 여기고 있다. 서산대사가 낮닭의 울음 소리를 통해서 불교의 진리를 깨닫게 되었다는 일화가 전하고 있다.

 

윗 시에서 지은이는 닭을 통해서 유교적인 인의 서정을 발견하고 있다.

오늘날 도시에서는 거의 울음 소리를 듣지 못하고 있다. 시골에서도 닭 소리는 먼 옛날의 추억이 되고 있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