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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문해(權文海).채 지홍(蔡之洪)의상강(霜降)

백촌거사 2010. 10. 23. 01:34

<필자의 넋두리>-------------------------------------------

 

입추(立秋)를 시작으로 처서(處暑),백로(白露),추분(秋分), 한로(寒露) 등을 거쳐 여기

상강(霜降) 끝자락에 가을의 종곡을 고한다.

무서리가 내릴 늦가을이다, 단풍과 은행나무들은 벌써부터 색깔을 변모시켜 가고 있다.

그리도 화려하였던 녹색의 잎들은 이제 그 생명을 다 하고 낙엽이 되어 지상에 고단했던 삶을 조용히 접고 있다.

 

2010년 霜降은 양력으로 10 월 23 일, 음력으로는 9 월 16 일이다.

저녁이 되면 옷 사이로 스며드는 냉기의 바람이 으스스 해진다.

 

황금색 농촌의 벌판에는 이미 가을걷이가 거의 끝나 가고 있다. 찬 서리가 내리면 숙연해지는 듯한 늦가을의 분위기가 된다. 질서에 따라 순환되어 가는 자연의 엄숙한 철리이다. 다 베어진 허무감, 공허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찬바람에 다시 새로운 인고의 생명을 키워가는 가을꽃 국화의 향기가 은은히 풍겨온다. 霜降이라는 시제를 붙인 두 개의 작품이 있기에 여기 가을의 향취를 맡으면서 그냥 내 마음의 서정으로 읊어 보았다. 한문학에는 거의 문외한이다. 그러나 한자어에 담겨진 그 시어들이 자꾸 내 마음을 사로잡는다. 작은 정성을 다 하여 우리들 선조들의 상강 분위기를 읽고 싶었다.

                                                                                        2010.10.23. 청음의 후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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霜降(상강)-------------------------------------------

서리가 내리다

                                                                        권 문해(權文海)

                                                                            1534년(중종 29) - 1591년(선조 24)

                                                                                             자 灝元 호 草澗 본관 醴泉

                                                                                             특기사항 李滉의 門人

한밤중 된서리

온 세상을 덮치니

 

천지가 엄숙하게

한번은 맑아지네.

 

바라보면 볼수록

산색 시들어 가고

 

구름 저편 기러기 떼

놀라서 날아가네.

 

시냇가 남은 버들

시들어 뚝뚝 지고,

 

울 아래 이슬 떨기

찬 꽃들에 빛나도다.

 

가을은 다 갔어도

늙은 농부 시름겨워

 

가을바람 맞으며

헌 술잔 씻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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半夜嚴霜遍八。肅然天地一番

望中漸覺山容瘦。雲外初驚雁陣

殘柳溪邊凋病葉。露叢籬下燦寒

却愁老圃秋歸盡。時向西風洗破 <草澗先生文集卷之二 >

< 읽기>

반야엄상편팔굉。숙연천지일번청。

망중점각산용수。운외초경안진횡。

잔류계변조병엽。노총리하찬한영。

각수로포추귀진。시향서풍세파굉。

한자

두루 편갓끈 굉엄숙할 숙파리할 수기러기 안시들 조

떨기 울타리 리밭 포뿔잔 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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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용 이해 >

七言律詩 의 형식으로 평성 庚자 운율

< 1.2 행> 두련: 한밤중 된서리 내린 늦가을 분위기 < 서경>

< 3.4 행> 함련: 가을 산과 기러기 나는 모습 < 원경>

< 5.6 행> 경련: 개울가 와 울타리의 가을 정경 < 근경>

< 7.8 행> 미련: 술잔 기울이는 농부의 모습 < 서정>

상강 절기의 특징이 잘 그려진 시이다. 가을 절기가 모두 작별을 고한다. 상강을 맞이하고 한 잔 술에 읊조리는 농부의 수심이 마냥 허전하고 쓸쓸해진다.

상강 날의 모습을 그렸다고 하기 보다는 농부들의 애상적인 모습을 통해 더욱 더 쓸쓸해지고 있는 가을 분위기를 묘사한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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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석적 이해>

▶< 두련>:半夜嚴霜遍八紘。肅然天地一番淸

한밤중에 된서리가 온천지에 고루 내려 숙연해지며 가장 맑아지는 분위기를 표현한 서경이다. 숙연하다는 느낌은 엄숙하리만큼 고요해지고 쌀쌀해지고 서리 내린 밤 풍경에 마음까지 오싹해지는 상태이다. 서리 잔뜩 덮여 온 천지가 한번은 맑아지는 우주 질서의 숙연한 모습이다. 앞으로 밀려들 겨울의 첫 서곡인지도 모른다. 이제 가을은 종곡을 고한다. 霜降날의 분위기 묘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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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어의 이해>

半夜 한밤중. 반밤(半―).

✶ 누가 밤중에 우레 일어남을 아는가 / 誰知半夜起雷聲

✶ 산골짝에 숨긴 배 한밤에 옮기니 / 壑舟移半夜

골짜기 속의 배 한밤중에 옮겨졌고녀 / 半夜壑舟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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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를 옮김>------ 인간의 죽음 암시

《장자(莊子)》 대종사(大宗師)에 “골짜기 속에 배를 숨겨두고는 안전하다고 여기지만 한밤중에 힘센 자가 등에 지고 달아나도 어리석은 사람은 알아채지를 못한다.[夫藏舟於壑 謂之固矣 然而夜半 有力者 負之而走 昧者不知也]”라고 하였다.

생사 변화하는 조화옹의 힘을 피하지 못한다

 

✶ 한밤중 희미한 등 을씨년스레 벗한다오 / 半夜殘燈悄自親

✶ 한밤 중 사나운 바람 푸른 물결 휩쓸어 / 半夜獰風捲碧浪

✶ 밤중이면 가고픈 마음에 눈물이 수건을 적시네 / 半夜歸心淚滿巾

✶ 그리운 마음에 한밤의 꿈만 바쁘네 / 相思半夜夢魂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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嚴霜 늦가을에 아주 되게 내리는 서리. 된서리 무서리= 肅霜

嚴恪-엄숙하고 신중함 嚴君- 아버지의 존칭 嚴冬雪寒- 눈이 오고 몹시 추운 겨울

嚴然- 엄숙하여 범할 수 없는 모양. 嚴節- 겨울철 嚴程- 길을 떠날 차비. 기한이 정해져 있는 여행길 嚴寒 혹독한 추위 酷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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嚴霜識貞木 (세찬 서리가 몰아칠 때에 곧은 나무를 안다 )

✶ 밤 사이에 내려 앉은 눈처럼 하얀 서리 / 夜來嚴霜白如雪

✶ 된서리에 나무들 옷을 다 벗고 / 嚴霜脫衆木

✶ 다시 엄한 서리 깔보고 혼자서 푸르구나 / 更傲嚴霜獨也靑

✶ 밤 사이에 내려 앉은 눈처럼 하얀 서리 / 夜來嚴霜白如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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遍八紘 온 세상 여기저기 골고루의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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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고루 두루.

遍歷 -널리 돌아다님. 遍身- 온몸 遍陬- 두메. 벽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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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기운은 바닷가에까지 퍼졌네 / 陽春海堧

✶삼천 세계에 광명이 두루 비치고 / 三千世界光明

✶두루 싸고 덮어 멀고 가까움 없거니 / 包含覆無遐邇

✶채소 꽃 두루 피니 살구꽃 드문 것을 / 菜花開杏花稀

✶중의 집 두루 다녀 모두 좋은 정인데 / 遊僧廬摠勝情

✶중하고 맑은 명망을 천하가 두루 아니 / 重名淸望華夷

✶온 누리에 따스한 바람 감돌게 해 주실꼬 / 却吹餘煖蒼丘

✶우리 마을 곳곳에도 두루 세워져 있다마는 / 吾鄕雖

✶동남쪽에 빼어난 자취 두루 남기신 분 / 跡勝東南

✶아랫마을 국화꽃이 없는 데 없이 피었으니 / 下里寒花開已

✶복사꽃 오얏꽃 피니 두루 금수요 / 桃李開時遍錦

세력을 팔방에 확대하나니 / 八區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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八紘: 팔방(八方)의 멀고 너른 범위(範圍)라는 뜻으로,

온 세상(世上)을 이르는 말 四方과 四隅 .땅의 끝. 전 세계

《淮南子》에서는 구주(九州)의 바깥에는 팔인(八殥)이 있고,

팔인의 바깥에는 팔굉이 있다고 한다. 八殥=八埏-팔방의 끝

八區- 팔방의 구역 八極- 팔황 八荒-팔방의 끝. 먼 곳 八面-여덟 방면 모든 방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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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들판 끝을 보니 팔굉이 아득하네 / 曠野極目迷八紘

✶만고의 남은 소리 팔굉에 머무르네 / 萬古餘聲留八紘

✶동점이 응당 팔방으로 넘어갈 줄 알겠네 / 東漸應知過八紘

동점(東漸) : 왕화(王化)가 점차 동으로 옮겨짐을 말한다

 

 

✶안개는 하늘 땅과 사방 바다끝까지 끼었고 / 霧漲寰區八紘

✶잠깐 사이 팔방을 다 지나서 / 須臾歷八紘

✶천지가 온통 화로 속에서 활활 타네 / 八紘都在一爐中

✶안개가 온 세상 넘치매 팔굉이 바다인데 / 霧漲寰區八紘

✶좋은 명성 바람을 따라 팔방에 전해지네 / 令聞隨風傳八紘

✶사방 팔방 다 오르내리며 / 升降八紘

한가로이 팔굉을 벗어난다 / 容與出八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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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저 자연(自然)이 만든 것은 모두 둥글고 사람이 만든 것은 모두 모가 났다. 따라서 모난 물건은 저절로 사방이 있게 마련이니, 동ㆍ서ㆍ남ㆍ북의 명칭이 여기에서 생긴 것이다. 몸에는 한몸의 사방이 있어서 왼쪽과 오른쪽을 정하게 되고, 방에는 한방의 사방이 있어서 밝은 남쪽과 어두운 북쪽을 분별하게 된다. 각국(各國)에는 각기 본국(本國)의 사방이 있어서 사방의 문(門)을 통하게 되고, 중국(中國)에는 중국의 사방이 있어서 사방 국경을 통하게 된다. 위아래를 아울러 말하자면 육합(六合)이라 하고, 모퉁이까지 모두 들어 말하자면 팔굉(八紘)이라 한다. 하늘과 땅은 이것으로 위치가 바르게 되고 만물은 이것으로 차례를 이루게 된다.

✶안개가 온 세상 넘치매 팔굉이 바다인데 / 霧漲寰區八紘

✶좋은 명성 바람을 따라 팔방에 전해지네 / 令聞隨風傳八紘

✶사방 팔방 다 오르내리며 / 升降八紘

✶한가로이 팔굉을 벗어난다 / 容與出八紘

✶구름 안개 다 걷히어 팔방이 다 훤하네 / 雲收霧盡八紘

✶不見陽輝遍八紘 鑠玉流金遍八紘 安知風霆霽。雷雨遍八紘

和氣祥風遍八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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肅然 ①고요하고 엄숙(嚴肅)함

②삼가고 두려워 하는 모양(模樣)

肅敬- 삼가 공경함 肅啓 삼가 아뢴다 서간문의 서두에 쓰임 肅霜- 된서리

肅肅- 삼가는 모양/ 공손한 모양/ 정돈한 모양/ 엄정한 모양/ 급한 모양/ 새의 깃의 소리/ 바람소리/ 깨끗한 모양/ 깊은 모양/ 조용한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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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규문 역시 숙연하여 / 閨門肅然

✶ 마음이 숙연(肅然)하고 형연(炯然)하면

✶ 책 펼쳐 놓고 엄숙히 앉아 / 開卷坐肅然

✶ 산마음이 정히도 숙연해지니 / 山心正肅然

제삿날 방에 들어서면 그 자리에 모신 분의 모습이 어렴풋이[僾然] 보이며, 두루 돌아보고 방문을 나서면 숙연(肅然)히 그 움직이시는 소리가 들리며, 문밖에 나가 들어보면 개연(愾然)히 그 탄식하시는 소리가 들린다.

✶ 밤은 시원하고 바람은 서늘하여라 / 夜涼風肅然

✶ 때는 맑은 가을이라 약밭이 고요한데 / 淸秋藥圃肅然

✶ 항아리 가득 술 데워놓고 숙연히 마주앉았네 / 煖酒盈壺對肅然

✶ 엄숙히 그 분부를 받잡는 듯 / 肅然如承其指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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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番淸 一番은 첫째. 맨 처음. 먼저. 제일. 으뜸. 최상. 한 번

가장 우선 등의 다양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여기서는 한번은 맑아지다의 뜻이다.

무서리가 내린 후의 맑아지고 환해진 듯한 분위기 묘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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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차로 떠난 사신 일행 우리보다 먼저 귀국길 / 一番冠蓋先吾返

✶ 흔들리는 내 사념을 한번 싹둑 잘라낼꼬 / 一番剪斷我思搖

✶ 봄비가 한 번 지나고 나면 / 春雨一番

 

✶ 부슬비 한 번 오고 바람 한 번 불었네 / 一番微雨一番風

✶ 퍽 예쁘지 한 차례 장마비가 걷힌 후에 / 頗愛一番霖雨後

✶ 명산이란 오직 한 번 노닐기에 합당하다오 / 名山只合一番

✶ 하늘이 다시금 봄빛을 만들었네 / 天工留作一番

✶ 춘공이 한 번 꽃을 재촉하네 / 春工催却一番

✶ 문득 줄기찬 비 한번 뿌려다오 / 儻作霏霏雨一番

✶ 거두어 한꺼번에 길쌈하는 데 돌린다면 / 收得一番歸紡績

✶ 봄 앞서 살짝 한 번 봄을 미리 꾸미네 / 先春偸作一番

✶ 한 철의 복숭아ㆍ오얏꽃이 활짝 피었네 / 一番桃李始開繁

✶ 한 번의 부슬비는 안개 기운을 찌는데 / 一番細雨蒸霞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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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련>:望中漸覺山容瘦。雲外初驚雁陣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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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석적 이해>

상강을 지난 후 보이는 늦가을 원경을 묘사하고 있다. 서리 맞아 붉게 된 단풍들도 다 떨어지고 앙상한 나뭇가지만 보이는 휑뎅그러한 듯 비어 있는 쓸쓸한 산들의 모습과 저 멀리 구름 곁을 무리지어 날아가는 기러기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어디 산뿐이랴, 황금벌판들도 다 빈 허전한 뜰이 되었다.

그만큼 가을이 깊어지고 있다. 산모양의 표현은 감정이입으로 수척해지는 인간의 모습에 견주고 있다. 갈수록 변모되어가는 자연의 모습을 서정적인 자아는 점각漸覺 초경初驚의 감각으로 느끼고 있다. 날아가는 기러기 떼들도 상강철이 되었음을 알고 있는 듯한 자연 순환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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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어의 이해>

望中 눈에 비친 대로 바라보고 있는 가운데

望間- 보름께 望見- 멀리 바라봄. 望九- 여든 한 살. 望六- 쉰 한살 望百 아흔 한 살. 望七- 예순 한 살 望八- 일흔 한 살. 望雲之情- 객지에서 고향의 부모를 생각하는 정 望蜀- 자꾸 욕심을 더 냄= 得隴望蜀 望風 -먼데서 바라봄. 기세를 바라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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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산의 안팎을 한번 바라보니 / 表裡江山一望中

✶ 강산의 안팎을 한번 바라보니 / 表裡江山一望中

✶ 눈앞의 생동하는 그림을 누가 가져왔나 / 望中活畫誰將至

✶ 눈 속에 묘목(墓木)만 푸르게 들어오네 / 宰樹望中

✶ 비탈진 오솔길 어디가 어디인지 / 望中不辨斜斜逕

✶ 바라다보이는 암학도 갈수록 아슴푸레 / 望中巖壑轉霏微

✶ 바라보인 경치들은 화려함을 더한 듯해라 / 望中雲物若增姸

✶ 모두가 태평 시대의 얼굴이네 / 望中渾是太平容

✶ 바라보기엔 한가히 노는 듯하니 어찌하랴 / 望中無奈似閑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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漸覺 점차로 깨달음

✶ 서늘바람 쇄락함을 깨닫고 / 漸覺凉風洒

✶ 점점 누에치기 나타남을 깨닫겠고 / 漸覺呈柔職

✶ 점점 눈앞에 드물어지네 / 漸覺眼中稀

✶ 하인들 대답도 하루가 다르게 마냥 시큰둥 / 漸覺僕奴慵唯諾

✶ 갈수록 스님들처럼 빗을 쓸 일도 없어져서 / 漸覺僧梳冗

✶ 요즘엔 점점 더 죄의식만 느껴지며 / 漸覺此身累

✶ 강산이 면면이 아름다움을 점점 깨닫겠구려 / 漸覺江山面面佳

✶ 고향 집이 가까워 옴을 점점 느끼면서 / 漸覺趨庭近

✶ 분서가 저서보다 나음을 점차로 깨닫겠네 / 漸覺焚書勝著書

✶ 청운의 꿈 분수 밖임을 차츰 깨닫네/ 漸覺靑雲分外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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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容瘦 나뭇잎 다 떨어지고 앙상한 나뭇가지들로만

이루어진 늦가을 산의 모습. 초록의 꿈들이 사라진 황량한 모습

山容 산의 생김새. 산의 모양(模樣) 같은 말: 산형(山形).

瘦 :파리할 수

늦가을 산의 모습이 파리해졌다는 말은 감정이입으로 서리를 맞아 나뭇잎 다 떨어지고

앙상하게 나뭇가지만 남아 있는 산의 모습을 말하고 있다.

瘦軀- 수척한 몸. 瘦生- 수척함 瘦涓- 졸졸 흐르는 물. 조금 흐르는 물

瘦篁- 길고 가느다란 대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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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 깊은 계룡산은 산모습이 파리하고 / 秋深鷄岳山容瘦

✶ 낙엽 지니 산 모습 야위어지고 / 葉落山容瘦

✶ 눈이 녹은 산 모양 야위어졌고 / 雪盡山容瘦

✶ 서리 지니 산 형상 몹시 여위고 / 霜落山容瘦

✶ 낙엽이 다 지고 나니 산이 한결 여위고 / 葉聲駈盡山容瘦

✶ 구름 걷힌 북쪽 산봉은 모습이 수척하고 / 雲開北嶺山容瘦

 

✶ 산색이 더욱 고움을 깨닫겠네 / 更覺山容

✶ 잎이 지니 산 용모 파리하여라 / 木落山容

 

✶ 사람과 산의 모습 점점 야위는 시절이라 / 人與山容漸瘦時

✶ 산 모습은 예전처럼 창공을 뚫고 서 있는데 / 山容依舊聳蒼靑

✶ 산수 좋은 곳을 찾아 쉬는 것이 좋으련만 / 好借溪山容偃息

✶ 산의 모습 이미 야위고 진한 단풍 물들었네 / 山容已瘦染深丹

✶ 산 모양 물 빛은 예나 지금이나 일반인데 / 山容水色無今古

✶ 목어 소리 홀연히 산 모양 흔드니 / 鯨音忽撼暯山容

목어(木魚) : 원문에는 고래[鯨]라고 하였으나, 원래는 절에 나무로 고기 형상을 만들어 단 것인데, 그것을 쳐서 소리 나게 한다.

✶ 산수의 풍경마저 별안같이 스쳐 지나니 / 山容水態瞥眼過

✶ 구름이 희면 산 모습은 푸르러라 / 雲白山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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初驚 처음으로 놀라다. 비로소 놀라다. 새삼 놀라다의 의미.

※ 순환하고 있는 우주질서에 대한 경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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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겁먹은 간담은 용사의 일에 놀란다 / 怯膽初驚勇士爲

✶ 봄비가 처음으로 내려서 / 雷雨初驚

✶ 기성에서 처음 흰머리 보고 놀라고 / 騎省初驚見二毛

✶ 처음에는 은하수가 떨어지는 듯 놀라/初驚河漢落

✶ 꾀꼬리 소리 속에 꿈을 막 깨고 보니 / 黃聲裏夢初驚

✶ 재 넘는 기러기 소리 처음 듣고 더욱 놀라네 / 鴻雁初驚過嶺聲

✶ 광릉으로 돌아가는 손님은 비로소 꿈을 깨었도다 / 廣陵歸客夢初驚

✶ 오경 새벽 외론 베개 꿈에서 막 깨어나니 / 五更孤枕夢初驚

✶ 광주리 기울인 오늘에야 눈이 처음 놀라네 / 傾籃此日眼初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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雁陣橫 하늘을 가로질러 날아가는 기러기 떼의 모습

雁陣 1. 줄지어 날아가는 기러기의 행렬.

2. 기러기 행렬같이 진을 치던 옛 진법(陣法)의 하나.

기러기에 관련되는 한자로 鴈. 鴻 < 큰 기러기 홍>이 있다.

봄과 여름이면 북쪽에서 가을과 겨울이면 남쪽에서 살아가는 철새다.

기러기는 북반구의 북부에서 번식하고 가을에 남하 봄에 돌아가는 겨울새

가을을 알리는 새요, 소식을 전해주는 새로 문학적인 상징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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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러기 멀고 먼데 백 년의 가을이로다 / 鴻雁遙遙百年秋

상림 늦가을에 기러기 편지 전했네 / 上林秋老雁書傳

추위에 놀란 기러기 떼 하늘 높이 날아간다/ 驚寒雁陣

강포에 차가운 소리는 기러기떼 나는 가을이로다 / 江浦寒聲雁陣

평평한 모래톱 십 리에 기러기 떼 가로질러 / 十里平沙鴈陣橫

하늘 가 기러기 떼 시름겹게 바라보네 / 天際愁看雁陣橫

기러기 떼 처음으로 떴으나 / 鴈陣初橫

가을 다한 남호에 기러기 떼 빗겼어라 / 秋盡南湖鴈陣

찬서리 내리고 기러기 떼 높이 나네 / 霜寒鴈陣

기러기 떼 아직도 저녁놀에 비치누나 / 雁陣猶能映日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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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련>:殘柳溪邊凋病葉。露叢籬下燦寒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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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석적 이해>

무서리 가득 내린 후의 근경의 정경묘사로 완전한 대구와 대조를 이루었다.

殘柳↔露叢 溪邊↔籬下 凋↔燦 病葉↔寒英은 대구요, 그리고 앞구와 뒷구는

무서리를 맞은 후 시들해진 버들잎과 이슬에 젖은 늦가을의 눈부신 국화

모습을 대조시켜서 계절의 변화로 생명이 소멸됨과 윤택해지는 모습의 두 가지를 표현하였다.寒英은 추운 계절의 꽃이나 매화, 국화 등을 가리키는 말로 이 글에서는 국화를 가리키는 말이다. 무서리가 내린 속에서도 그 역경과 고난을 이기며 피어나는 국화의 그 고고한 자태의 모습에서 빛나는 생명력의 끈질김을 서정적인 자아는 바라보고 있다.

傲霜孤節(<서릿발 속에서도 굽히지 않고, 외로이 지키는 절개>)의 그 정신을 밝음으로 맞이하고 있다. 늦가을이 되어 무서리가 휩쓸고 나면은 한쪽으로는

봄과 여름을 지켜온 초록빛 생명들이 그 빛을 잃어 버리며 생명의 소진이 되는 것에서 오는 자연 섭리의 허무함 쓸쓸함을 맛보게 되는 서정이 있고,

다른 한 편으로는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며 굳은 지조와 절개를 뽐내며 빛나는 생명력을 창조하는 꽃들 모습에서 즐거움을 맛보는 서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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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어의 이해>

殘柳 남아 있는 버들

✶ 아직 남은 버들개지 시냇길에 깔려 있고 / 猶殘柳絮糝溪逕

✶ 가을 저무니 버들만 문에 비치네 / 秋殘柳映門

✶ 낡은 버들 그늘을 이루지 못해 / 殘柳不成陰

✶ 대는 늙고 연은 시들고 버들도 쇠잔해졌네 / 竹老荷殘柳亦衰

✶ 연잎은 시들고 버들잎은 누렇게 됐으니 / 荷葉彫殘柳葉黃

✶ 진 연꽃 시든 버들 무슨 상관 있으리요 / 敗荷殘柳不相關

<문제 제기>-----------------------

봄에 피어 여름에 화려한 성장을 거쳐 서리 맞은 후 잎이 시들고 죽어가는

버들의 모습으로 시들었지만 아직은 남아 있는 버들의 모습이다. 이것을 낡은 버들 시든 버들 쇠잔한 버들로 풀이가 됨은 문제가 되는 해석이 아닐까 한다. 시 전체로 보지 말고 부분적으로 단어만을 해석하여 하지 않을까.

A殘柳= B.溪邊 凋 病葉 <개울가에 시든 잎으로 떨어짐>

B의 사실은 A에 대한 상술묘사로 동격이다.A에서 말하는 남아 있는 버들은 서리를 맞은 후에 B 처럼 되었다는 구체적인 상술이다. 溪邊은 공간적인 배경인 개울가이고 病葉은 실제로 병이 들어 있는 잎이기도 하겠지만 그것보다는 서리를 맞은 후에 시들해진 버들잎이다. 凋는 동사로 시들어 땅에 떨어지다라는 의미이다.凋 와 病葉은 같은 의미를 지니고 있지만 만일 凋病을 수식어로 보고서 葉을 꾸민다고 하면은 문장에 동사가 없는 문장이 되어 불완전하다. 따라서 여기서는 凋落의 의미로 동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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病葉 병든 잎. 여름에 붉게 또는 누렇게 물든 나뭇잎

벌레 같은 것이 갉아먹어 상한 잎

凋缺-시들어 이지러짐.凋枯-시들어 마름 凋落-시들어 떨어짐.= 凋謝. 凋殞. 凋歇.

衰落:凋謝。凋残。凋枯。凋萎。凋零。凋敝。

凋,半傷也。——《說文》

凋,傷也。——《广雅》

凋盡. 凋散-시들어 흩어짐 凋換-시들어 변함

※ 고어에서 병엽(病葉)을 두시언해에서는 다음처럼 이온 풀로 번역을 한 것을 보면은 늦가을 서리를 맞아 시든 풀로 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이운 니픈 해(病葉多)<<杜初>> --- 이울다 마르다 시들다. 枯 燋 病 黃 憔悴

※이울다

1. 꽃이나 잎이 시들다.2 점점 쇠약하여지다.

3.해나 달의 빛이 약해지거나 스러지다. 4.꽃이나 풀 따위가 말라 생기가 없어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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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덕엔 병든 잎새에 밤송이 떡 벌어졌네 / 病葉山坡栗腹呀

✶ 단풍잎 국화꽃 아래 홀로 누각 기대 있는데 / 病葉寒花獨倚樓

✶ 나무 끝의 병든 잎은 가을을 알아 떨어지고 / 樹頭病葉知秋下

✶ 서쪽 바람에 병든 잎이 놀란다 / 西風病葉

✶ 절 주위의 숲엔 병든 잎새가 많고 / 禪枝多病葉

병든 잎 마른 가지 몇 봄이나 겪었는가 / 病葉危枝不記春

✶ 산에 가득 병든 잎에 얼어붙은 눈꽃들 / 凍雪漫山病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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露叢 이슬 떨기. 초목에 젖어 있는 이슬 떨기

霜叢 서리에 젖어 있는 초목들. 떨기를 말함.

떨기 1 식물의 한 뿌리에서 여러 개의 줄기가 나와 더부룩하게 된 무더기.

2 (수량을 나타내는 말 뒤에 쓰여) 무더기가 된 꽃이나 풀 따위를 세는 단위.

이 글에서는 2 의 뜻으로 쓰임.

露葵-아욱 露命- 덧없는 생명. 露芽- 차의 별칭 露雨- 은택의 비유 露電- 이슬과 번개 인생의 덧없음 비유. 露草- 이슬 묻은 풀 露華- 이슬이 빛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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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 젖은 풀떨기 가에서 부질없이 향내 맡고 있네 / 白露叢邊空嗅香

촉직은 추위 때문에 자꾸 울어대는데 / 促織催凉叫露叢

촉직(促織) : 날씨가 추워지니 빨리 베를 짜라고 재촉하는 소리같이 운다는 데서 얻어진 귀뚜라미의 이명(異名).

이슬 젖은 숲에 맑게 같이 우는데 / 露叢淸共泣

떨기 이슬은 영벽이 어린 듯하고 / 露叢凝郢碧

영벽(郢碧) : 초(楚)나라에서 나는 벽옥(碧玉)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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籬下 집안의 울타리 아래

는 ㉠울타리 ㉡대나무 ㉢대조리 의 뜻으로 쓰이나 여기서는 울타리를 말함.

※ 사립문이 있고 울타리가 쳐 있던 옛날 시골의 토속적이고 향토적인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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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향 집 울타리에 서 있을 국화 / 故園籬下

✶ 고향 집 울 밑에 심은 국화도 하마 피었을까 / 忽憶故園籬下

 

✶ 농가의 울타리 밑 저 보리 보소 / 陶莊籬下

✶ 울 밑이고 울 머리고 싹튼 채소 꽉 차있어 / 籬下籬頭皆菜甲

✶ 울타리 밑 못 둑에는 올벼가 향기롭네. / 籬下回塘早稻香

✶ 저 쓸쓸한 동쪽 울타리 밑에다 / 寂寞東籬下

의당 백포기 꽃이나 심어야겠네. / 須栽百本花

동쪽 울 아래에서 국화꽃을 따다가,

유연히 남산을 바라보노라./採菊東籬下 悠然見南山 <도연명(陶淵明)의 〈음주(飮酒)5.〉

우리나라 시인들이 이 작품을 <암인법>으로 많이 인용했음은 그만큼 중국시의 영향을 많 이 받았다는 증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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燦寒英 추운 날의 꽃들이 찬란하다. 무서리 내린 속에서도 꿋꿋하게 견디어 내는 그 생명력이 빛나 보인다.

㉠빛나다 ㉡번쩍번쩍하다 ㉢찬란하다 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寒英 추운 계절의 꽃. 매화꽃. 국화꽃

이 글에서는 傲霜孤節의 국화꽃을 가리킨다.

◒서릿발 속에서도 굽히지 않고, 외로이 지키는 절개로 ‘국화’를 흔히 비유한다.

역경 속에서도 꿋꿋함으로 꽃을 피워내는 그 생명의 고귀함에 경탄감, 경외감도 가지게 된다.

국화야, 너난 어이 삼월 춘풍 다 지내고

낙목한천(落木寒天)에 네 홀로 피었나니

아마도 오상고절(傲霜孤節)은 너뿐인가 하노라<이정보(李鼎輔) 1693년 ~ 1766년>

◒ 큰 범주로 보면은 매화꽃일 수도 있다. 매화는 눈 덮인 추위 속에서도 가장 먼저 꽃을 피워내는 선구자와 같은 꽃으로 아담한 풍치와 높은 절개를 지닌 꽃이다.

빙자옥질(氷姿玉質)이여 눈ㄷ속에 네로구나

가마니 향기 노아 황혼월(黃昏月)을 기약하니

아마도 아치고절(雅致高節)은 너뿐인가 하노라.<안민영 安玟英 1816년~? >

◒ 추운 계 절 속에서도 언제나 싱싱한 푸름을 지닌 대나무에서도 찬란한 빛을 볼수 있다.

눈 마자 휘어진 대를 뉘라셔 굽다턴고.

구블 節(절)이면 눈 속에 프를소냐?

아마도 歲寒孤節(세한고절)은 너뿐인가 하노라<원천석 元天錫 13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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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어 송이 차가운 꽃이 외롭게 향기를 풍기니 / 數朶寒英孤發馥

서리를 아랑곳하지 않고 꽃망울을 터뜨렸으리 / 傲霜應已綻寒英

차가운 꽃 여전히 지난해 향기 풍기네 / 寒英猶作去年香

철 아니게 무슨 일로 차가운 꽃 피웠는가 / 律外底事開寒英

찬 꽃송이 성긴 꽃받침에 달빛이 비치니 / 寒英疎蘂月光侵

차가운 꽃송이 곧 시들어 떨어지니寒英坐銷落

차운 매화 망울지려 하누나 / 閤中梅影較寒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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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련>:却愁老圃秋歸盡。時向西風洗破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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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석적 이해>

이 시의 마무리 부분으로 지은이의 주제의식이 담겨 있다. 핵심어는

老圃 와 破觥이다. 찬 서리 내리고, 산색은 시들해지고, 가을 들판도 허전하고, 기러기들 날아가는 무서리 내린 늦가을 농부는 갑자기 허전해지고 쓸쓸해진다. 불어오는 가을바람에 술잔을 씻어 내어 한 잔 술을 기울이고 있다. 그만큼 가을이 쓸쓸하다. 농부의 쓸쓸함과 허전함, 그리고 우수감이다.

가을이 다 지나갔지만 농부는 다시 무거운 마음으로 내년의 농사를 준비해야 할 근심의 밤이요, 고뇌의 밤이다. 한 잔 술에 기울이는 농부의 근심스러움이 가을의 국화 향기와 더불어 늦가을에 녹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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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어의 이해>

却愁 도리어 근심스러워함. 시름겨워함

각(却)은 부사로 도리어 반대로 오히려의 뜻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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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름겨워라 이 술자리 마치고 / 却愁高宴罷

 

✶ 눈 안에 드는 경물 시름만 더하누나 / 眼中景物添却愁

✶ 수심하느라 검은 눈썹 주름진다 / 皺却愁眉翠

✶ 수레와 말탄 손들 총총히 헤질까봐 / 却愁軒騎悤悤散

✶ 꽃이 스쳐 떨어져 손에 들지 못할까 염려로세 / 却愁零落不堪携

✶ 봄이 문득 가버릴까 두렵네 / 却愁春事便相違

 

✶ 골짜기에 들어가니 천지 좁아 슬퍼지고 / 入谷却愁天地窄

✶ 눈처럼 어지러이 떨어지는 게 되레 걱정일세 / 却愁飄落雪紛紛

 

✶ 갑자기 비바람 몰려 와서 / 却愁風雨至

✶ 빈 담장에 떨어질까 걱정이네 / 零落委空墻

✶ 구리 동전 삼백 냥이 없는 게 걱정이오 / 却愁靑錢欠三佰

✶ 눈 안에 드는 경물 시름만 더하누나 / 眼中景物添却愁

✶ 쉬 질까 언뜻 걱정이 되어 / 却愁容易落

✶ 꽃이 스쳐 떨어져 손에 들지 못할까 염려로세 / 却愁零落不堪携

✶ 비가 오래 오니 하늘이 썩는가 근심스럽고 / 雨久却愁天腐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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老圃 늙은 농부

채마밭 <포> 는

㉠채마밭 ㉡남새밭 ㉢농사일(農事-) ㉣농사일(農事-)을 하는 사람 ㉤들, 들판 ㉥정원, 뜰 을 의미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경험이 많은 늙은 농부를 가리킨다.

※老 가 들어간 단어 이해

老公- 나이 먹은 귀인의 존칭. 老君- 노자 존칭. 노인 존칭.

老農- 늙은 농부. 농사 경험이 많은 사람. 老杜- 시인 두보를 가리킴

老蚌出珠- 늙은 조개 속에서 진주가 나옴, 아들이 아버지보다 뛰어남 비유. 부자의 출중함을 비유. 老牛舐犢- 어미 소가 송아지를 핥음. 어버이가 자식을 사랑함 비유 老酒- 빚은 지 오래 된 술. 古酒. 老台 연장자 비유 老婆心- 남의 걱정을 너무 하는 마음 지나치게 친절 하는 마음 老獪- 경험이 많고 교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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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현도 어디서 배웠을 농사일을 거드노라 / 聖賢農圃定誰師

✶ 늙은 농부 이름이 합당하구나 / 老圃合新題

✶ 늙은 농부 찾아서 다정하게 지내려무나 / 密契須從老圃

밭고랑에 물 대는 한가한 농로라고 자칭하는데 / 自號灌畦閑老圃

노포는 본래부터 주역 이치에 밝았으니 / 老圃自來明易理

노포는 채소(菜蔬)를 가꾸는 데 경험이 많은 농부를 가리키는데,

정몽주(鄭夢周)의 호가 포은(圃隱)이고 그는 특히 《주역》에 밝았기에 이렇게 표현

✶ 가을철 늙은 농부의 모습 담담한데 / 莫嗟老圃秋容淡

국화꽃은 가을이 깊어 더욱 향기나네 / 要看黃花晩節香

✶ 전에 학포하려던 마음을 이제야 이루었네 / 始償當年學圃

학포(學圃): 공자의 제자 번지(樊遲)가 일찍이 곡식 심어 가꾸는 일

채소 가꾸기를 배운다는 뜻이다.< 논어 자로 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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老圃《論語 子路》--------------------------------

공자의 제자 번지(樊遲)가 일찍이 곡식 심어 가꾸는 일 배우기〔學稼〕를 청하자, 공자가 이르기를, “나는 늙은 농사꾼만 못하다.〔吾不如老農〕” 하였고,

번지가 또 채소 가꾸는 일 배우기〔學圃〕를 청하자, 공자가 이르기를 “내가 채소 가꾸는 늙은 농사꾼만 못하다.〔吾不如老圃〕”라고 하였다. 《論語 子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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樊遲請學稼한대 子曰吾不如老農호라 請學爲圃한대 曰吾不如老圃호라 樊遲出 이어늘 子曰小人哉 樊須也 上好禮 則民莫敢不敬하고 上好義 則民莫敢不服하고 上好信이면 則民莫敢不用情이니 夫如是則四方之民襁負其子而至矣리니 焉用稼리오<《論語 子路》 4 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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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역> 번지가 농사일을 배우기를 청하자 공자께서는 , “나는 늙은 농부만 못하다.”고 하셨다.

菜田을 가꾸는 것을 배우기를 청하자 “나는 늙은 원예사만 못하다.” 하셨다.

번지가 나가자 공자께서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 소인이구나! 번수여!

“윗사람이 禮를 좋아하면 백성들이 윗사람을 공경하지 않는 이가 없고, 윗사람이 義를 좋아하면 백성들이 복종하지 않는 이가 없고, 윗사람이 信을 좋아하면 백성들이 감히 실 情대 이렇게 되면 四方의 백성들이 자식을 포대기에 업고 올 것이니, 어찌 농사짓는 것을 쓸 필요가 있겠는가?.”< 成百曉 역 인용 논어 집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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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向 때때로  을 향해 을 대하고 있음.

때때로 앵계를 향해 고인을 찾네 / 時向鶯溪訪故人

때로 남양을 향해 제갈공명을 생각하네 / 時向南陽憶孔明

높은 노래 걸핏하면 서울 장안 퍼진다네 / 高歌時向郢中傳

고향 산천 이따금 꿈속으로 들어오네 / 故園時向夢中來

때로는 죽상에 가 잠이나 잔다네 / 時向竹床眠

때론 창 앞에서 하품하고 기지개도 켜는데 / 時向晴窓一欠伸

때로 연못가에서 떨어진 꽃을 줍는구나 / 時向池邊拾落紅

종소리가 때때로 이편 언덕으로 들리네 / 鍾聲時向岸邊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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西風 가을바람

서쪽에서 불어오는 바람. 곧 가을바람이다.

하늬바람 진풍, 종풍, 여합풍, 창합풍(閶闔風)= 정서풍(正西風)

동풍은 봄바람, 남풍은 여름바람, 서풍은 가을바람(하늬바람), 북풍은 겨울바람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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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녘 바람 더위 쫓아 빗방울 서늘해지니 / 西風鏖暑雨生凉

✶ 눈 온 뒤에 매섭게 불어오는 서쪽 바람 / 雪後西風

✶ 가을바람 옷깃에 사무치누나 / 西風吹客衣

✶ 칠월 달 서풍에 떨어지는 벼꽃들 / 七月西風落稻花

✶ 두 줄기 쇠잔한 눈물 서풍에 그저 부칩니다 / 兩行衰涕寄西風

✶ 한밤중 가을바람 흰 이슬 재촉하네 / 一夜西風白露催

흰 이슬 : 24절기의 하나인 백로(白露)를 말한다. 양력 9월 8일경이 되면 음기(陰氣)가 점 점 침중해져 이슬이 진한 백색을 띤다고 한다.

✶ 팔랑팔랑 콩잎새들 서풍에 뒤척이네 / 翻翻豆葉動西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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洗破觥 망가진 술잔. 깨진 술잔을 씻다.

뿔잔 굉 兕牛의 뿔로 만든 큰 술잔 我姑酌彼兕牛< 詩經>

兕牛 외뿔 난 들 소 ㉠뿔 잔 ㉡강직(剛直)한 모양 ㉢크다 의 뜻.

兕牛角可以飮者也。——《說文》

我姑酌彼兕觥。——《詩·周南·卷耳》。

觥筵- 술자리.酒席。 觥秋 - 모여서 술을 마심 兕觥 - 긴 원과 네모진 형으로 손잡이 달린 술잔 중국시대 상나라 때 성행. 觥船- 큰 술잔 모양이 배와 같음 觥盂- 술잔 觥籌交錯- 술잔이 왔다갔다 함 주연이 푸짐함을 형용 觥觥- 강직한 모양

玉觥 - 옥으로 만든 술잔. 술。金觥- 술잔의 미칭 觥酌 술 잔. 술을 마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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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잔에 관련이 되는 단어로 <술잔 가>라는 글자가 있다.

고대 청동으로 만든 술잔으로 구멍은 원형이고

세 개의 받침대가 달려 있다. 헌수의 예에서 쓰는 옥으로 만든 술잔이다.

走斝飛觥 - 연회에서 술을 마실 때 열렬한 흥취에서 술을 서로 주고 받는 일

玉斝 - 옥으로 만든 술잔。술잔의 미칭. 술.

觴斝 -술 그릇. 고대에 술을 따뜻하게 데우는 그릇. 金斝- 좋은 술잔. 술잔의 미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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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잔을 씻다>-- 한 잔 술을 들기 위한 동작이다. 가을이 다 갔어도 농부들 마음에 오가는 근심을 잊어 보려는 마음의 행위이다. 왜 깨진 잔일까. 한창 분주 했던 시기에 깊이 광속에 놓아두었던 먼지 묻은 술잔을 깨진 것으로 본 것은 아닐까. 새 술잔보다는 헌 술잔이 더욱 더 농부에게는 손때가 묻어 있고 정감이 있던 친밀감의 술잔일 것이다. 소박한 농부의 마음이 스며있는 술잔일 것이다. 먼지 묻었던 술잔을 다시 꺼내 술을 들기 위하여 다시 정성을 다해 씻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시의 분위기로 보아서 觥이라는 술잔이 맞지 않는 것 같다. 觥은 오히려 작은 술잔보다는 큰 술잔이라는 의미가 더 강하다. 그냥 중국문학의 의식적인 영향이 묻어 있는 것 같다. 한 잔 술을 들기 위하여 준비하는 마음의 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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破觥 이라는 시어의 쓰인 용례가 그리 많지 않았다.

 

✶ 催洗破觥斟竹月< 霽峯集 > 酒過隣墻洗破觥<壺谷集>

稚子還須洗破觥<天默先生遺稿>

白衣送酒舞淵明 急掃風軒洗破觥 <소식(蘇軾)>

백의로 술 보낸다기에 연명처럼 춤추면서,

바람 난간 급히 쓸고 깨진 술잔 씻어 놓았네. < 한국 고전 번역원 인용>

백의사자 술을 보내 도연명을 춤추게 하매

얼른 집을 쓸어놓고 망가진 잔을 씻었는데< 서울 대 중문과 柳種睦 교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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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의 변>--------------------------

고희를 넘긴 나이 더구나 한문학 전공도 아닌 이 늙은이에게는 힘이 들고 벅찬 일이지만 늘 옆에서 도와주시는 분들이 있기에 남은 생애 그 기쁨으로 살아가고 있다. 미유당 선생님, 포상 선생님, 정민 교수님 노 성두 선생님 오 세옥 선생님을 비롯한 여러 분들에게 늘 신세를 지고 살아간다. 가끔은 한문학을 전공하시는 분으로서 그것도 모르냐면서 필자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경우도 있어 씁쓸하였다.

破觥 이라는 단어 때문에 서울대 류종목 교수님께 메일을 드렸더니 주석과 더불어 너무나도 자세한 풀이를 해 주셨다. 류 교수님은 몇 년 전에 < 蘇軾시집>이라는 방대한 책을 번역 출판하신 분이시다. 지금도 계속 소식의 시를 번역 중이시란다. 윗 시의 전문 번역을 미리 필자에게 보내주신 류 교수님의 그윽하신 그 진심의 정성에 우러러 깊은 고마움을 전한다.

윗시의 원문 제목은 章質夫送酒六壺 <장 질부송주륙호>

書至而酒不達 戲作小詩問之<서지이주부달 희작소시문지>라는 다소 긴 제목의 시이다. 그 긴 시 전체를 메일로 보내주신 그 고마움 가슴이 쨍해졌다. 필자는 지금 이 시를 혼자서 음미하면서 공부하고 있는 중이다. 필자 블로그에 올릴 예정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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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과 같이 상강을 노래한 작품도 있다.

 

霜降(상강)------------------------

                                                             채 지홍(蔡之洪) 1683년(숙종 9) - 1741년(영조 17)

                                                                         자 君範 호 鳳巖, 鳳溪, 三患齋, 舍藏窩

                                                                        본관 仁川

                                                                       특기사항 權尙夏의 門人으로 江門八學士의 한 사람

 

 

迎霜休百務。 상강 절후 맞으니 온갖 일 끝나

영상휴백무

憀慄氣悲쌀쌀한 가을 기후 마음 슬퍼라.

요률기비재

賓鴈引雛至。 손님인 양 기러기는 새끼도 오고

빈안인추지

黃華得意 국화꽃 서리 얻어 가득 피었네.

황화득의개                                                                 <鳳巖集卷之二觀曆有會 幷序>

 

< 시어 정리>----------------------------

迎霜- 霜降 절후를 맞이함 가을 절기의 끝으로 양력 10월 23 일 음력으로 9 월 16 일이다. 무서리가 내림.百務- 여러 가지 일들憀慄-슬퍼하고 가슴 아파함. 쓸쓸하고 오싹함.賓鴈- 기러기 가을에 찾아오는 기러기를 손님으로 여김 引雛-새끼를 데리고 옴.黃華-누른 빛깔의 국화(菊花). 黃花.黃菊. 得意-바라던 일이 이루어져서 뽐냄. 뜻을 이루어 자랑함 여기서는 가을 서리를 맞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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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이해>-------------------------------

5 언 절구의 시로 灰 자 평성 운율이다.<哉開가 평성운>

상강 절후에 무서리가 내렸다. 가을의 끝자락이다. 화려했던 여름의 풍성한 들판은 첫서리가 내리며 나뭇잎도 시들해지고 기러기도 보금자리 찾아 새끼까지 몰고 손님처럼 찾아오는 늦가을이다. 다 끝난 것에서 오는 허전함 아쉬움은 슬픔을 주는 것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엄연한 계절의 순환이다. 가을을 대표하는 기러기와 국화를 통하여 무서리 짙게 내리는 속에서도 새로운 생명의 법열을 가져다주는 계절 속에서 시인은 슬픔을 벗어나 새로운 희망을 본다. 새끼까지 함께 데리고 오는 진정한 모성애, 모든 꽃들이 생명의 빛을 잃어갔지만 추운 계절 속에서도 무서리를 맞고 더욱 인고와 강한 고고함을 피우는 국화꽃의 신비스러움에 시인은 경건한 모습으로 늦가을을 맞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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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 부분의 시 권문해의 霜降은 단독으로 쓰여진 율시이고 윗시는 연시로 되어 있 는 중의 한 편이다.

앞의 시 상강에는 상강 후의 계절적인 특징이 구체적으로 표현되어 있고, 농부의 짙은 우수감도 있는 반면에 이 시는 연시의 일부로 5 언 절구의 형식이고 늦가을을 대표하는 기러기의 날아오는 모습과 국화가 핀 모습에 대한 서경을 주로 그린 시이다. 상강을 이야기 한 작품은 여럿이 있지만 윗시 들처럼 < 霜降>이라는 시제를 달고 있는 작품은 오직 두 편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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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江門 八學士

權尙夏의 門人으로 江門八學士의 한 사람인 鳳巖채 지홍(蔡之洪)을 비롯하여

남당 한원진(南塘 韓元震)과 외암 이간(巍巖 李柬). 尹鳳九(瑞膺) 李頥根, 玄尙璧 ,崔徵厚, 成晩徵 등을 말하며 黃江門下 八學士라고도 한다.

 

 

 

지은이 소개----------------------

권 문해(權文海) 1534년(중종 29)- 1591년(선조 24)

자는 灝元이요, 호 草澗이다 관향은 醴泉 이다. 1552 년 19 세의 나이로

進士試에 장원하였고, 1556년 23 세 때부터 退溪 李滉에게 수학하였다.

1573년 安東 府使가 된 후 廬江에 退溪의 祠院을 세우기도 하였다.金誠一, 柳成龍과도 교분을 맺었다.

성균관학정 겸 西學 訓導.형조 예조 공조 좌랑이 되었고, 1570 년 37세에는 文臣 庭試에서 장원하였다. 1575 년 晉州 牧使에 제수되었으나 부임하지 않았고, 부모의 노환을 이유로 사직하고 醴泉으로 돌아갔다. 1582 년에는 草澗精舍를 낙성하였다. 1589 년에는 「大東韻府群玉」을 완성하였다. 그 후에는 사간 , 집의, 동부승지, 우부승지, 좌부승지가 되었다. 그의 저서로는 <大東韻府群玉>, <草澗集>, <草澗日記> 등이 있다.

 

▶대동운부군옥 (大東韻府群玉)

우리나라와 중국의 문헌 중 단군(檀君) 시대부터 선조(宣祖) 당시까지의 지리, 역사, 인물, 문학, 예술 산물 등을 망라하여 서술한 뒤 총 106 개의 운에 따라 배열한 보물 제878호로 정해진 백과사전이다.

원(元)의 음시부(陰時夫)가 지은 〈운부군옥 韻府群玉〉의 체재를 본떠 만든 것으로서

지은이가 대구부사로 있을 때인 1589년(선조 22)에 완성했다. 지금 전하지 않는

〈수이전(殊異傳) 〉 등이 실려 있어 고대역사와 문학 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되는 책이다.

 

권문해를 소개한 블로그 주소------------------------

http://cafe.daum.net/bcb000/BJuQ/16 초간 종댁을 찾아서

http://blog.joinsmsn.com/pts47 草阿의 삶과 그리움

blog.joins.com/media/folderListSlide.asp?folder=11&list_id=...

 

<긴 글 읽어 주신 분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혹시 큰 오역이 있다면

좋은 질정을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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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도 문막  비두네미 산골짜기에서 만난 단풍-저리 화려함도 무서리에 시들어 가리.

  싱싱한 가을 갈대들도 상강 후에는 시들어 가겠지

 

    서리를 맞아도 저 배추들은 더욱 자라 겨울 김장 배추로 익어 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