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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명길(崔鳴吉) 의 博川 박천

백촌거사 2011. 12. 8. 00:03

 

博川 박천--------------------------

                                                                        최 명길(崔鳴吉)

                                                                               1586년(선조 19)- 1647년(인조 25)

                                                                               자 子謙 滄浪, 遲川

                                                                               본관 全州 봉호 完城府院君 시호 文忠

 

博川十室邑之小。魚稻田園差可

박천십실읍지소。 어도전원차가

二水環流成島嶼。妙香分脈散岡

이수환류성도서。 묘향분맥산강

先人眺賞留餘債。白首經過擬暫

선인조상유여채。 백수경과의잠

氷渡欲澌歸路急。促鞭斜日涕交

빙도욕시귀로급。 촉편사일체교

< 遲川先生集卷之六에서>乙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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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역 -------------------------------------

박천은 열 읍 모인 작은 고을 마을이나

고기 잡고 농사짓는 시골이 맞는구나.

 

 

두 강물 돌아 흘러 섬들이 이뤄지고

묘향산 줄기 나눠 언덕과 산 흩어지네.

 

 

선인들이 즐겨보며 시의 빚 남겼기에

늙은이도 지나다가 올라 볼까 생각타가.

 

 

얼음 나루 녹아가고 돌아갈 길 급해져서

해질녘 채찍 모니 눈물이 가슴 젖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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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용 이해>>----------------------------

7 언 율시의 시로 평성 蒸자 운율 <稱陵登膺> 로 첫구는 운을 지키지 않음.

<1.2행 두련>: 박천의 마을 환경

< 3,4행 함련>: 박천의 자연환경-----------< 박천에 대한 배경>

< 5.6 행 경련>: 박천에 못 들림 < 아쉬움>

< 7,8 행 미련>: 박천에 대한 정겨움과 감회---- 조국 사랑에 대한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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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5 년 < 인조 23 을유> 60 세의 나이로 심양 감옥에서 풀려나

소현세자<昭顯世子1612~1645>, 봉림대군<鳳林大君1619년- 1659년> 을 모시고 靑石嶺, 檜嶺, 宣城, 新安, 嘉山 등을 거쳐 평안북도 박천 땅을 지나며 읊은 시다.

심양의 감옥에서 그려보던 조국 강산의 정겨움과 다정함에 감루스러운 눈물을 담고 있다. 박천 땅은 조그마한 마을이지만 강가에서 고기 잡는 어부들이 있고, 벼농사를 지으며 사는 전원 같은 마을에 얼마나 마음이 포근 하셨을까. 청천강과 박천강이 소리 없이 흐르고 묘향산의 줄기가 뻗어 언덕과 평야를 이루고 있는 평화스러운 마을의 정경들. 하나의 그림 같은 고향산천이요, 심양 감옥에서 그렇게도 보고 싶었던 조국의 땅을 대하고 보니 어찌 시 한 편을 남기지 않으랴, 지나간 선인들처럼 박천 땅의 아름다움을 남기는 시 한 편을 쓰고 싶은 심정이다. 餘債 이란 남긴 빚이다. 대상을 보고 그 느낌을 시로 남기지 못하는 것을 시의 빚을 졌다고 표현하였다.

그런데 지금 시 한 편을 쓰고 싶어도 쓰지 못하고 박천 땅을 그냥 스쳐가는 아쉬움이 있다. 한가롭고 여유로운 마음이 되지 못하는 것은 왕세자와 대군을 어서 빨리 한양으로 모셔오는 일이다. 더구나 얼음 낀 나루가 녹아가는 이유로 더욱 마음이 조급하다. 날은 저물어 가고, 고향 산천은 정겹기만 하고, 백발의 나이에 대면하고 있는 조국 땅이 이리도 사랑스럽다.

<涕交膺>- 눈물이 가슴에 깊이 맺히고 있다. 이 시의 주제어다. 조국 땅을 밟은 감회의 눈물, 포근하고 아늑한 고향 산천 박천 땅에 안긴 눈물, 심양 감옥을 벗어난 기쁨의 눈물, 심양 감옥에서 모진 고생을 겪었던 눈물, 왕세자와 대군을 잘 모셔야 하는 책임감에서 오는 눈물,심양 감옥에서 서로 의지로 맞섰던 청음 김상헌<1570(선조 3)~ 1652(효종 3)> 과의 화해를 했던 눈물, 이 모두가 합쳐진 우국충정에서 우러나오는 눈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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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어 이해>>----------------------------

十 室邑

㉠집, 건물(建物) ㉡방, 거실(居室) ㉢거처(居處), 사는 곳

㉠고을 ㉡마을 ㉢도읍(都邑), 도성(都城) ㉣나라

㉤봉지(封地), 영지(領地) ㉥읍(행정 구역 단위)

✱ 오늘 아침에는 열 집이 안 되는구나 / 今朝十室邑

✱ 지금 겨우 열 집 사는 고을 되었네 / 今朝十室邑

✱ 성인도 십실 읍을 들먹이시며 / 聖稱十室邑

子曰:「十室之邑,必有忠信如丘者焉,不如丘之好學也。」

공자가 “십 실(十室) 정도의 작은 고을에도 타고난 바탕이 충신(忠信)하기가 나[丘] 정도 되는 이는 있겠지만, 나처럼 학문을 좋아하는 자는 별로 없을 것이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論語 公冶長》

The Master said, "In a hamlet of ten families, there may be found one honorable and sincere as I am, but not so fond of learning

龜城十室邑 十室邑必有忠信 烟生千室邑 山中十室邑。江上一高樓

魚稻 고기 잡고 농사지음

물고기며 벼 곡식이 풍성한 해변 고을 / 海縣饒魚稻

물고기며 햅쌀밥 가을 입맛 돋워 주고 / 魚稻饒秋味

백발이라 물고기 쌀의 고장으로 돌아가리 / 白首歸來魚稻

깊은 가을 물고기 벼 이삭이 탐스러워 / 秋深魚稻

고기 많고 벼 잘 되는 은천현에다 / 魚稻銀川縣

 

差可稱 자못 알맞다. 오히려 알맞다

차가’는 ‘자못 가하다’, ‘오히려 가능하다’는 뜻

差는 다르다/어긋나다/기이하다,/ 남다르다/ 한탄하다(恨歎ㆍ恨嘆--)/다름, 틀림,/

잘못 /조금, 약간/ 알맞다, 걸맞다의 의미.

 

그래도 문장만은 조금 의지할 만하여 / 文章差可

무슨 원망 하리요 조금 위안이 되리이다 / 差可自適那怨咨

이런 때는 이별 시름 조금은 위로되네 / 此時差可慰離愁

선에 대한 이야기 조금 뜻을 둘 만한데 / 禪談差可

공중에 소금을 흩뿌린 것과 조금 흡사하다./撤鹽空中差可

그 원을 좀 이루어볼 것인지 / 此願差可

미목을 보니 그래도 알 만하구나 / 眉目差可

곱게 꾸민 아이들 보면 조금 즐겁고 / 童穉靑紅差可

씹는 모양이 약간 부끄러울 뿐일세 / 嗑嗑差可

취한 천지는 조금 즐겁지마는 / 醉鄕差可

차가(差可)의 탄식 : 음식을 조절하고 약을 잘 먹으면 자못 병이 적을 수 있다고 탄식한 말이다. ‘차가’는 ‘자못 가하다’, ‘오히려 가능하다’는 뜻이다.

한(漢)나라 무제(武帝)가 말년에 신선술에 미혹된 자신을 스스로 탄식하며 말하기를, “지난 때에는 어리석고 미혹되어 방사에게 속임을 당하였다. 천하에 어찌 신선이 있겠는가. 모두 요망한 것일 뿐이다. 음식을 조절하고 약을 먹으면 자못 병이 적을 수 있을 것이다.[曏時 愚惑 爲方士所欺 天下豈有仙人 眞妖妄耳 節食服藥 差可少病而耳]” 하였다. 《通鑑節要 卷11》

環流 소용돌이보다 규모가 큰 폐쇄된 물의 순환. 물이 돌아 흐름

 

공자는 도를 행하러 천하를 주류했지만 / 宣尼行道轍環流

물줄기 빙 둘러서 몇 층을 쌓아 놓고 / 環流數層築

넓디넓은 강물이 둘러 흐름을 / 河水浩浩而環流

에워 흘러 끝없는 바다로 들어가 / 環流入海無終極

✱ 벽처럼 선 푸른 언덕 물돌아 흐르고/蒼崖壁立水環流

 

岡陵 독메 <외따로 떨어져 있는 조그마한 산> 나 작은 산 따위

언덕이나 작은 산.

강(岡)은 높은 산을 말하고, 능(陵)은 큰 언덕을 이름.

시경(詩經) 소아(小雅) 천보(天保)에서 임금을 축복하여,

“높은 산과 같고 큰 언덕과도 같으리라.[如岡如陵]” 한 데서 온 말이다.

구릉처럼 장수하기를 송축함이여 / 頌祝岡陵

송백보다 구릉보다 오래 사시길 축원하네 / 松柏岡陵祝有餘

강릉과 화축으로 자주 술잔을 올릴 적엔 / 岡陵華祝頻稱斝

 

眺賞 먼 곳을 바라보면서 즐김. =賞眺- 觀賞眺望

眺 바라볼 조 賞 즐기다 완상하다(玩賞 즐겨 구경하다)

眺覽 멀리 바라봄 =眺矚 眺臨 내려다 봄 眺望 멀리 바라 봄,또 그 경치

 

나란히 앉아서 조망하기에/ 可列座睡眺賞

저녁 풍광 바라보며 나그네가 문에 기대있네/暯光眺賞客依扃

온종일 창 앞에서 오래도록 바라보네/盡日軒窓延眺賞

餘債 남긴 빚. 여기서는 어떤 대상을 보고 난 후 그에 대한

느낌이나 감상을 적는 일로 시를 짓는 일

餘暇 겨를 . 틈 餘價 후세까지 남아 있는 가치 餘光 남은 빚. 은혜

餘德 나중까지 남아 있는 덕 餘瀝 마시다 남은 술찌끼

餘孼 멸망하다시피 한 집의 남은 자손 餘蔭 조상의 공덕으로 받는 행복

餘滴 남은 물방울 餘址 남은 터= 遺址 餘喘- 죽음에 가까운 생명

餘香- 사라지지 않고 남은 향기 餘煦 남아 있는 온기 餘暉 석양

 

先人眺賞留餘債 ‘선인들이 바라보고 즐기며 시 빚을 남기셨다’

선대의 많은 조상들이 평북 박천 고을에 머물면서 박천의 아름다움을 감상한 후에 시를 남기었다. 화자 자신도 박천 땅 아름다움을 시로 남기지 못해 시의 빚을 지었다고 하였다.

 

아쉬움 남겼다가 다시 만나기 위해서일세 / 故留餘債約尋盟

짐짓 빚을 남겨 다시 만날 기회로 삼노라 / 故留餘債擬尋盟

시를 짓는 빚만은 다 갚지 못하고 있는 듯하네/唯未去詩中餘債

남은 빚은 반드시 갚아야 하리라/ 餘債竟須還

시는 좀처럼 되지 않아 이맛살을 찌푸리오/.詩猶餘債上眉愁

✱ 구름 암자 만수로 시의 빚을 남기네/雲庵萬首留餘債

세상에 남기신 일 창망하외다/塵間餘債茫然

白首 1. 허옇게 센 머리.=백두白頭

2. 탕건(宕巾)을 쓰지 못하였다는 뜻으로,

지체는 높으나 벼슬하지 못한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던 말.

 

산림의 백발 늙은이 세상맛이 시고 찬데 / 山林白首意酸寒

흰머리로 영결하니 / 白首永睽

늙은 이 몸 일찍이 문하에 올랐음일세 / 白首曾是忝登門

늘그막에 돌아와 은거하리 / 白首歸來試考槃

흰머리에 삼 대 통곡 그 어찌 견디리오 / 白首那堪哭三世

 

擬暫登 잠시 오를까 하고 헤아렸다.

㉠비기다 ㉡비교하다(比較--) ㉢헤아리다 ㉣견주다 ㉤본뜨다 ㉥흉내내다 ㉦모방하다 ㉠잠깐 ㉡잠시 ㉢별안간 ㉣졸지에 ㉤짧다 ㉥오래지 않다

 

잠깐 부벽루에 올랐어라 / 暫登浮碧樓

✱ 남주에 잠시 머물까 생각했어라/南州擬暫

✱ 별장에 잠시 쉴까 생각했네./擬暫憇於菟裘

菟裘 토구 노(魯) 나라 고을 이름. 춘추 시대 노(魯)나라 은공(隱公)이

환공(桓公)에게 자리를 물려주고서 토구 땅으로 돌아가 살고 싶다고 말한 고사에서 유래한 것으로 은거지나 늙어서 돌아가 살 곳인 별장을 말함.

氷渡欲澌歸路急= 자연적 환경의 모습과 현실적인 사실을 말함.

얼었던 강물이 점점 녹아가고 있어 강을 건너기가 조심스럽고, 소현세자, 봉림대군을 함께 모시고 심양 땅에서 돌아오는 길이라 화자의 두려움, 걱정하는 마음이 담겨져 있다. 어서 빠르게 한양으로 모시고 와야한다는 신하로서의 무거운 사명감 같은 것이 담겨 있다.

氷渡 얼음 나루. 渡는 동사가 아니라 명사로 쓰임. 渡船 나룻배

다할 시, ㉠다하다 ㉡없어지다

한밤중 샛바람에 강물은 녹아지고/一夜東風江欲澌

한 광무 얼음 위로 건너던 곳 / 漢皇氷渡

겨울에 얼어붙은 한강(漢江)을 건너며/冬氷渡漢江

✱ 얼음나루 바람 위세 매우 급하고/氷渡風威急

얼음 위로 압록강을 건너/氷渡鴨綠江

얼음을 타고 도강하여/ 乘氷渡

 

促鞭斜日交膺 왕세자와 대군을 모시고 말채찍을 몰아 해가 지는 얼음 나루터를 재촉하며 달리고 있다. 평북 땅 박천을 떠나고 있다.

예순 살 노 충신의 눈물이 가슴에 엉긴다. 내 조국 땅에 안긴 감격의 눈물이다. 정겹고 다정스러운 내 고향 산천의 산과 강물을 접하고 넘쳐오는 기쁨의 눈물이다. 단순하게 박천 땅의 풍토를 그린 시가 아니라, 심양에서 돌아와 조국의 품에 안긴 즐거움의 눈물이다.

促鞭 채찍을 재촉함. 서두르는 마음

북쪽을 향해 채찍을 가하는 것은 성주 때문이며 / 向北促鞭緣聖主

채찍을 재촉하여 한강 머리 이르렀네 / 促鞭行到漢江頭

말채찍을 재촉하여 한강 가에 이르렀다 / 促鞭行到漢江頭

신은 채찍을 재촉하다가 수레가 엎어질까 염려되오며 臣恐促鞭而覆乘

✱ 새벽녘에 여관 떠나 채찍을 재촉하네/曉離孤館促鞭

✱ 나 홀로 근심 겨워 파리한 말 채찍몰아/ 獨含愁思促鞭

交膺 가슴에 엉기다. 눈물이 마음속에 맺히다.

가슴 응 ㉠가슴, 흉부(胸部) ㉡마음, 심중(心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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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천博川 고려 때의 박릉군(博陵郡)인데 고덕창(古德昌)이라고도 한다.

박주(博州)로 고쳤다가 태종 계사년(1413, 태종 13)에 박천으로 고쳤다.

대부분의 지역이 300m내외의 낮은 구릉지와 평야를 이루고 있으며 평안북도에 있다.와룡산(臥龍山), 봉린산(鳳麟山)< =심원산(深源山)>,박천강(博川江) <옛 이름은 대령강(大寧江)>이 있다.주몽(朱蒙)이 부여로부터 남쪽으로 도망하여 이 강에 당도하니 물고기들이 다리를 만들어 건너게 해주었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는 강이다.

이 색(李穡)박주강(博州江) 이라는 시가 있다.

<1328(충숙왕 15)~ 1396(태조 5). 자는 영숙(潁叔), 호는 목은(牧隱). 저서로 〈목은유고〉·〈목은시고> 고려말의 문신·학자.>

山深何處是眞 깊은 산 어느 곳이 정말로 근원인가

白帝秋風欲斷 백제성 가을바람 정신까지 끊기는 듯

一帶綠波淸到底 한 줄기 푸른 물결 바닥도 깊게 맑고

釣魚人語月黃황혼녘 달빛에 낚시꾼의 말소리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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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명길(崔鳴吉) 1586년(선조 19)-1647년(인조 25)

병자호란이 일어났을 때 선전후화론(先戰後和論) 을 내세운 淸陰 金尙憲(1570~1652)에 대하여 선화후전론(先和後戰論)주장하여 명분보다는 실리를 중시한 민족의 우국적 지도자였다.

다음의 화답시는 청음(淸陰)과 지천(遲川) 최명길(崔鳴吉)이 심양의 옥에 갇혀 있을 때 지천이 청음에게 정석실(呈石室)이란 시를 써 주고 그 시의 운을 사용하여 지은 용전운강경권(用前韻講經權) 이란 시다.

지천(遲川)은 1642년 領議政이 되었고,明 나라과의 연락을 도모한 일이 淸에 의해 포착되어 林慶業과 함께 직접 鳳城으로 가다 심양의 北館에 억류되었으며 1645년 <인조 23 > 2월, 세자, 대군과 함께 고국으로 돌아왔다.

평안북도 박천(博川)의 지천사(遲川祠)에 제향(祭享)되었다.

지천이란 아호를 지닌 황정욱(黃廷彧) < 1532년(중종 27) - 1607년(선조 40)

자 景文 호 芝川 본관 長水 黃喜 領議政 봉호 長溪府院君 시호 文貞> 이라는 분도 있다. 한자가 다르다.

한편 淸陰 김상헌1640 년<인조 18 > 淸 나라의 出兵 요구에 반대하는 상소를 올린 일로 瀋陽으로 압송되었고, 1645 년 <인조 23 > 2월, 世子와 함께 瀋陽에서 西郊로 돌아와 상소하고 석실로 나가 은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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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 속 뭇 움직임 볼 수 있어야 靜處觀群動

진정으로 원만함에 돌아 가니라 眞成爛熳

끓는 물과 얼음도 모두 물이고 湯氷俱是水

털옷과 삼베옷도 모두 옷이라 裘葛莫非

일은 혹시 때 따라 다르겠지만 事或隨時別

마음이야 어찌하여 도 어긋날까 心寧與道

그대가 이 이치를 깨닫는다면 君能悟其理

말하고 침묵함도 각각 천기라 語默各天。< 지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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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패는 하늘 운에 달려 있으니 成敗關天運

의로운 길 돌아감을 꼭 봐야 하리 須看義與

아침과 저녁 시간 바뀌더라도 雖然反夙暮

어찌 옷을 뒤바꾸어 입을 것인가 詎可倒裳

권세 길은 어진이도 혹 잘못되고 權或賢猶誤

正道는 여러 사람 어길 수 없지 經應衆莫

이치 밝은 선비에게 말해 주나니 寄言明理士

다급해도 저울질은 신중히 하소 造次愼衡機 < 청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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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시인으로 돌아가신 아버님의 고향 땅 박천을 소재로 하여

< 하늘의 아버지에게 보내는 시>라는 시집을 출간한 따님 최정순

시집이 있어 종로 교보 서점에 나가 사 가지고 돌아오는 전철역에서

감명 깊게 읽었다.

 

 

백두산 혈 받아

대지 정기 챙겨주는 청천강

물 흔한 마을

어름치 금강모치 둑중개

철엽 물장구 재미지던 강가

아버지 고향일세.

 

 

먹이 찾아 나선

산악 수리개 푸드득

눈꽃 살금살금 떨어지면

사랑방 모여

고치곶감 무구덩이 무

동치미랭면 먹던 박천 고을,

아버지 고향일세. < 아버지 고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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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순 시집 97 편의 시 속에 등장한 박천이라는 향토적 지명이

餘債을 남긴 듯하다. 아버님을 애타게 부르는 사부곡이 구절마다 마음 아프다. 민족 분단의 아픈 비극이 아버지의 고향 북쪽 박천을 향해서 깊은 애상의 정서가 가득 넘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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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이역 보며 아버지, 박천 가는 기차 기다린다.

평안북도 박천 땅으로 철책 넘어 성큼성큼 걸어간다.

지금은 갈 수 없는 부친 고향 평북 박천군 산양리

동치미랭면 먹던 박천 고을,아버지 고향일세.

평북 박천군 봉화면 전부 경주 최씨 집성촌 대가족

한설 무렵 북 박천 봉화리 마을 사나흘 굶긴 매 방울 달아 꿩 사냥 나서면

봄 오면 흐드러지게 피는 꽃동네 평북 박천군 봉화리

부모 찾아 재 넘고 강건너 노녘 구름 발치

평북 박천 봉화리 고개

아버지 고향

박천 봉화리 할머니

호롱불 밤새 바느질

태천군 연변군 운전군 둘러싸인 평안북도 박천 땅

청천강 대령강 하류 충적평야 넓게 이루고

아버지 눈길 머물던 저 먼 북으로 ,북으로 내 마음 가네

평안북도 박천 고을로.

흰 저고리 검정 두라마기 평북 박천 땅 아버지

아버지 비망록 넘치는 낱말 평북, 박천군, 청천강변, 어머니

소쩍새 울음보다 애절한데

봄날 고양이처럼 사위 잠들어 가고 가로등 긴 그림자 끝 누운 박천 고향 추억

평북 박천 땅 떠나 인생의 숲길 잃어 넘어지고 자빠지며 산 삶

가시는 마지막 날 큰 딸은 하늘 보고 다리 질린 짐승처럼 울었다오. 지금 어디메 계시온지

내곁일까, 평북 박천일까

97 편의 시< 하늘의 아버지에게 보내는 시>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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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정순 시인의 블로그 주소는 다음과 같다.

http://blog.daum.net/6578253/2

 

최 정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사부곡(思父曲)

 

충남 온양 출생

부친 최재환,

모친 김절자의

장녀로 태어남

월간 문학공간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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