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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序言>亡題 는 무슨 의미로 쓰였을까 ?
진정 亡題는 무슨 뜻인가. 왜 사전에는 실려 있지 않았을까
옛 시문을 읽다가 나오는 단어에 심히 난감할 때가 있어
그저 한숨만이 나온다. 중국 사전에도, 우리나라 사전에도 전혀 없다.
30 년 교단에서 국어를 지도해 왔던 필자로서는 누구에게도 물어 보기가 참으로 어려워 스스로 혼자서 해결하려고 안간힘을 쓴다. 옛 선조들이 쓴 말이기 때문에 분명히 의미가 있을 것이라는 신념이 있기에 그냥 애를 써 본다.
無題 無題詩 라는 표제어는 있어도 亡題는 사전에 정말로 없다.
亡題가 無題일 것이라고 아니면 후인들의 작품 편집 시 시의 제목이 분실되어 그냥 亡題 < 제목을 잃어버림 失題> 이라고 지레 짐작을 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혹시 다른 의미는 아닐까 하는 작은 지적 욕심 때문에 몇 날을 씨름하다가 다음처럼 필자 나름대로 결론을 내려 보았다. 이런 마음속의 결론을 얻기 위한
필자의 지적인 과정을 여기에 소개한다. 사전에도 실리지 못한 단어가 한없이 안타까울 뿐이다.
無際 霧堤 無題 武帝 라는 동음이의어가 있을 뿐이었다. 왜 亡題라는 단어는 표제어로 싣지 못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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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고전 번역원의 문집에는<亡題> 라는 제목으로 쓰여진 시들이 여러 편이 있었다.
1. 노수신(盧守愼) 1515년(중종 10) - 1590년(선조 23)
<자 寡悔 호 蘇齋, 伊齋, 十靑亭, 暗室 본관 光州 시호 文簡 >
①亡題 庚申
步屧東林再水涯。山光雲影滿晴沙。翛然罷釣歸來緩。一任溪風吹柳花。
< 穌齋先生文集卷之一>
② 亡題
宮日經簷冷。城雲下苑陰。都將百年事。更破二旬心。夢裏斑衣戱。書邊玉漏侵。逢人相說與。有日賀班尋。<穌齋先生文集卷之五>
2. 김상용(金尙容) 1561년(명종 16) - 1637년(인조 15)
<자 景擇 호 仙源, 楓溪, 溪翁 본관 安東 시호 文忠 >
① 仙源遺稿上七言絶句亡題十七首
② 仙源遺稿下七言長律亡題三首
③ 仙源遺稿下五言古詩亡題
3. 김광현(金光炫) 1584년(선조 17)-1647(인조 25)
< 자 晦汝 호 水北 본관 安東. 선원의 아들 >
①亡題
衣裳顚倒夜渠央。環佩玎璫趁鷺行。刻漏風傳雙闕曉。罘罳日射五雲光。千官拜稽瞻璇 極。萬國朝宗奉玉皇。靑瑣從班何幸忝。鳳池春色共翺翔。水北遺稿卷之一
② 亡題 冠盖紛紛紫陌塵。東風桃李滿城春。連雲甲第笙歌閙。幾箇當年舊主人。
水北遺稿卷之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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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글의 작품 중 마침 필자 가문의 조상님과 관련이 되는 시 몇 편이 있기에 망제인 시의 제목을 한 번 붙여 보려고 한다. 시를 풀이하기에 앞서 망제라는 단어를 해결하기 위한 필자의 지적 인식 과정을 소개해 본다.
亡 이라는 단어는 망할 망, 없을 무 <돼지 해 밑 부 亠>
㉠망하다(亡--), 멸망하다(滅亡--), 멸망시키다 ㉡도망하다(逃亡--), 달아나다 ㉢잃다, 없어지다㉣없애다㉤죽다㉥잊다㉦업신여기다, 경멸하다(輕蔑--)
㉧죽은, 고인(故人)이 된 ⓐ없다 (무)ⓑ가난하다 (무)< 다음 사이트 한자사전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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亡 < 망. 무> 잃을 망, 멸할 망, 달아날 망, 죽을 망, 죽일 망, 업신여길 망,
없을 망, 잊을 망, 빠질 망 없을 무 < 민중서림. 漢韓 大字典에서>
亡骨 언행이 주책없는 사람 亡匿- 달아나 숨음 亡物- 죽은 중의 유물< 불교어> 亡夫- 죽은 남편 亡室 죽은 아내 亡友 죽은 벗 亡軼- 흩어져 없어짐 亡酒- 술자리 피하여 달아남 亡祝- 죽은 사람의 명복을 비는 일
亡이 없다 라는 의미도 있기에 처음부터 無題와 같다는 생각은 하였다. 그러나
망제라는 표제어가 중국어 사전에도 우리나라 사전에도 없었다. 더 큰 사전이 있다고 하여 구입을 하려고 했으나 좁은 집에 두기도 어렵고 그리고 나이도 생각했기에 포기하였다. 그 곳에는 이런 표제어가 나의 지적인 호기심을 일으켜 줄지 모르겠다. 자전에 그냥 亡題= 無題라는 설명이 조금 있었더라면 이런 고생은 안 해도 되는 것을 크게 안타까울 뿐이다. 우리 선조님들이 사용하였던 모든 단어가 빠짐없이 실려 있는 사전이 있었으면 하는 바램뿐이다. 필자는 지금 朴槊이라는 단어 때문에 방황을 하고 있다. 伊人이라는 낱말도 표제어가 없어 무척 애가 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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亡題라는 단어가 혹시 있을까 하여 몇 년 전에 <미유당> 이라는 별호를 가지신 분의 소개를 받은 인터넷 사이트를 통하여 지식을 무한히 얻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쓰지 않는 간자체를 따로 찾아야 하는 커다란 수고가 있기는 하지만 어휘의 풍부성 때문에 커다란 도움이 되고 있다. <在线新华字典>이라는 사전이다. 題 와 연결이 된 많은 단어들이 풍부하게 해설이 되어 있어 지적인 확장에 아주 고마운 사이트였다.
走题주제 범위를 벗어난 제목 離题 着题착제 내용과 제목이 서로 일치됨
艷题염제 애정적인 제목 颜题안제 고대 두건의 이마를 덮은 부분.
篆題전제 전서체의 글자로 쓴 제목 咏題 영제 시를 지을 때 병서하는 제목
璇題선제 옥으로 장식한 서까래 머리 부분 琁題 玉题
選題선제 선택이 된 재료의 명칭 선택이 된 제목
專題전제 전문연구나 토론의 문제
無題무제 제목이 없음. 제목을 안 붙인 시가나 문장. 중국에서는 간자체로 无로 쓰인다.
無題詩무제시 편명. 당나라 시인 이상은의 작품명. 무제시의 대표작. 중국어 사전에 실림
無題詩무제시- 제목을 붙이지 않고 지은 시. 국어사전에 실림
위와 같은 단어는 있지만 중국어 사전에도 망제라는 표제어는 없었다. 무제는 있었다. 무제라는 단어 옆에 망제와 동일한 말이라고 설명이 되었으면 훨씬 쉬웠을 터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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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문학의 시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중국 문학에도 <亡題> 라는 제목의 시가 있음을 발견하게 되었다. 물론 우리나라나 중국의 시에도 무제라는 제목의 시 작품은 많이 있다.
우리나라 국어사전과 중국어 사전에는 <무제>와 <무제시>라는 단어의 설명을 해 놓았다. 중국어 사전에 <무제시>라는 단어를 다음처럼 설명하였다.
无题(相见时难别亦难) : 诗篇名。唐代李商隐作。写分别后对恋人的相思之情,情意缠绵,意境深远,是作者无题诗中的代表作。名句“春蚕到死丝方尽,蜡炬成灰泪始干”
*李商隐< 813-858 자 義山 河南省 沁陽人>
무제는 시의 편명이고 이 시가 무제시의 대표작이라고 설명을 해 놓았다.
< 이 상은의 무제>라는 작품의 풀이와 해석은 인터넷에 많이 소개되어 있어 필자 나름대로의 풀이는 하지 않았다. 다만 크게 안타까움이 컸던 것은 문자의 오기가 너무 많아 종잡을 수 없었다. 아마도 간자체를 옮기는 것에서 오는 표기의 오기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하나만 예를 들어보면은 难은 難 離 로 각기 다르게 표현된 곳이 있었다.
<无题= 無題>-李商隐
相见时难别亦难,东风无力百花残。
春蚕到死丝方尽,蜡炬成灰泪始干。
晓镜但愁云鬓改,夜吟应觉月光寒。
蓬山此去无多路,青鸟殷勤为探看。< 간자체로 쓰인 것을 그대로 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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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문학의 <亡題> 詩
사전에도 나오지 않는 망제라는 단어가 중국 문학에도 있음을 발견하게 되었다.
당나라 시인인 許渾(허혼)의 망제라는 작품이다.
唐詩選 卷538_18 《亡題》許渾 -------------------------
商嶺采芝尋四老,
紫陽收朮訪三茅。
欲求不死長生訣,
骨裏無仙不肯教。
허혼(許渾)( 844 年前後在世)-------------------------------
中國 唐代 詩人 安州 安陸출생.丹陽人 字 用晦. 仲晦,登 太和進士,為監察御史。
故詩名 自編詩集,《丁卯集》其詩 皆近體,五七律尤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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骨裏라는 단어가 骨里 骨裡라는 단어로 표기된 곳이 있어 무슨 뜻인지 잘 몰라 그냥 미완성으로 두기로 하였다. 좀 더 연구를 해 보려고 한다. 시집을 스스로 편집하였다는 기록으로 보면은 후세인들이 작품을 편집할 때에 제목을 잃어 버려 <제목을 잃었다>라는 의미의< 亡題>로 보기는 어렵지 않을까. 그냥 제목을 잠시 붙이지 못하여 무제와 같은 망제가 아닐까 중국 문학에 관심이 있으신 분의 멋진 풀이를 바랍니다. 확실한 원문도 알려 주셨으면 하는 필자의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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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한 망제의 의미를 뒤로 미룬 채 필자 가문의 작품 하나를 감상해 보려고 한다.
우선은 잠정적으로 망제라는 단어가 무제와 같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이렇게 해 놓고 보면은 망제 보다는 무제라는 어휘가 더 부드러운 느낌이 든다. 그런데 왜 구태여 망제를 썼을까 무제와 같은 말이라면 사전에 무제= 망제라고 싣지 않았을까
다음은 시집을 편집할 때의 후세인들이 원래 있었던 제목이 분실이 되어 시의 제목을 잃어 버려 失題와 같은 의미의 망제라고 제목을 붙인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고전 번역원에 자문을 드렸더니 노 성두 선생님께서 매우 성의 있게 후자 쪽의 의미가 더 강할 것이라는 의견을 보내주셨다. 국어사전이나 다른 사전에도 무제는 있으나 亡題 失題라는 단어는 전혀 없다. 과거에 쓰였던 어휘의 유실일까. 당연히 사전에도 실제니 망제니 하는 단어를 넣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필자는 가지고 있다.
국어를 전문으로 했던 필자이기에 낱말 하나하나가 소중하다.
망제라는 단어의 의미를 확실히 판단을 내리지 못한 채로 필자 가문의 충절과 절의로 빛을 뿌리셨던 선원 김상용 조상님의 작품 하나를 감상해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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亡題 망제----------
김 상용(金尙容)
1561년(명종 16) - 1637년(인조 15)
자 景擇 호 仙源, 楓溪, 溪翁
시호 文忠
丙子胡亂 때 殉節人
一日抵三秋。況此三秋別。
死別尙可忍。生別魂斷絶。
天寒白露下。四壁蟲聲咽。
不辭相見遲。只恐芳華歇。
關山苦迢遞。飛夢亦難越。
夜夜長相思。知心有明月。
< 仙源遺稿下 五言古詩에서>
◀ 일일저삼추。황차삼추별。
사별상가인。 생별혼단절。
천한백로하。 사벽충성인。
불사상견지。 지공방화헐。
관산고초체。 비몽역난월。
야야장상사。 지심유명월。
抵 다다를 저尙오히려 상 蟲 벌레 충 咽 목멜 열 遲 늦을 지
歇 쉴 헐 迢멀 초 遞 갈마들 체 越 넘을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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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의 그리움<鄕愁>
글 번역
청음 .문곡 후손 金 彰 顯
하루가 삼년 세월 그리도 긴데
하물며 삼년 세월 이별이겠나.
죽어서의 이별은 외려 참지만
살아서의 이별은 혼이 끊겨라.
날씨 춥고 흰 이슬 가득 내리고
사방의 벌레소리 슬피 우는데
만남은 오래어도 마다 않지만
꽃향기 아니 풍겨 걱정만 하네.
고향 땅은 무척이나 멀기도 하니
꿈속 날아 넘기도 또한 어렵네.
밤마다 오래도록 그리움 가득 넘치니
내 마음 알아 줄 이 저 달뿐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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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적 이해>-------------------------------------
<1-4 행 이해>------------------------------
一日抵三秋。況此三秋別
死別尙可忍。生別魂斷絶
하루가 삼년 세월 그리도 긴데
하물며 삼년 세월 이별이겠나.
죽어서의 이별은 외려 참지만 살아서의 이별은 혼이 끊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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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상>
이별적인 상황에서 하루의 시간을 보내기도 지루하고 애가 타는 것인데 긴 삼년의 세월을 살아서 보내고 있다는 것이 그만큼 힘이 들고 괴롭다는 화자의 심정을 표현하였다. 이 부분만의 주제로 보면은 생이별의 안타까움이다. 생별을 강조하려고 사별과 대조시켰다. 죽어서의 이별은 세월이 가면 잠시 잊을 수 있지만 살아서 서로 만나지 못하고 견딘다는 것은 혼이 나갈 정도로 고통스럽다는 것이다. < 혼이 끊어질 정도로 그립다>는 다소 과장적인 요소를 지니고 있다.
이별적인 상황은 언제였을까 하는 문제는 시의 연대가 미상이라 다만 추측을 할 뿐이다. 본문 속에 나오는 관산이라는 단어로 보아 국경지역에 나가 있을 때 3 년의 세월을 고향 땅을 떠나 있는 간절한 그리움을 담고 있는 것 같다. 이 부분만으로 보면은 생별이라고 제목을 붙여도 좋을 것 같다.
1행- 하루가 3 년이다 2행 3 년의 이별이다. 3행 사별은 참을 수 있다 4행 생이별은 혼의 단절이다. 대체로 이런 리듬으로 짜여 진 내용의 흐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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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어 이해>
三秋
가을의 3 개월 곧 初秋.仲秋.晩秋 7. 8. 9 월을 말함./ 9 개월 춘하추동의 각각 3 개월 三季/ 3 개 년 3 년 동안에 가을이 세 번 돌아옴.
三秋之思- 하루만 만나지 않아도 3년 동안이나 만나지 않은 것 같이 생각된다는 뜻으로 사람을 시모하는 마음이 대단히 간절함을 이름
抵三秋의 표현형식이 많다
相思一日抵三秋 思人一日抵三秋 不見抵三秋 窮荒一刻抵三秋 歸心一日抵三秋。
一日抵三秋 名區一日抵三秋 思君一日抵三秋 郞來三月抵三秋 龍灣一日抵三秋
思君一日抵三秋
중국어 사전에 아주 구체적으로 설명이 되어 있다.
〖thethreeautumnjobs(harvesting,ploughingandsowing)〗∶
指秋收、秋耕、秋播
〖thethreemonthsofautumn〗∶指秋季的三個月
〖thethirdmonthofautumn〗∶秋季的第三個月,即農曆九月
〖threeyears〗∶指三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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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別에 대한 근거 자료 < 번역원 자료 인용>
서울을 떠나 있어 가족들과의 이별 상황을 생이별로 보면은 어느 지역에 머물러 있을 때에 그리움을 담아 쓴 시로 보겠다.
연도 |
나이 |
구체적인 사실 |
비고 |
선조 28 1595 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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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
6월 接伴使 金睟의 從事官으로 天使를 수행하여 東萊에 가다. |
명종 16 1561 신유 1 5월 9일, 서울 壽進坊의 외가에서 태어나다 |
선조 29 1596 병신 |
36 |
2월, 都元帥 權慄의 從事官이 되어 湖南으로 수행하다 |
|
선조 30 1597 정유
|
37 |
5월, 接伴使 張雲翼의 從事官이 되어 義州에 가다 9월, 問禮官으로 義州에 가다 |
|
선조 31 1598 무술
|
38 |
4월, 聖節使 로 京師에 가다. (京師 당시 당의 수도였던 장안(長安) 聖節使 중국 황제나 황후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하여 보내던 사절 |
|
선조 35 1602 임인 |
42 |
1월 定州 牧使가 되다. |
|
선조 37 1604 갑진 |
44 |
11월, 尙州 牧使가 되다 |
|
선조 40 1607 정미 |
47 |
2월, 安邊 府使가 되다. |
선조 41 1608 무신 萬曆 36 48 7 월 淸風溪에 別業을 짓다. |
광해군 10 1618 무오 |
58 |
2월, 부친상을 당하다. ○ 10월, 几筵을 받들고 原州로 가서 우거하다
|
|
인조 2 1624 갑자 |
64 |
64 1월 李适의 난이 일어나자 湖西 檢察使가 되다. 2월, 어가를 호종하여 서울로 돌아오다. |
|
인조 3 1625 을축 |
65 |
4월, 遠接使가 되어 鐵山에 가서 詔使를 맞이하다. 6월, 伴送使로 蛇浦에 가다. 양근(楊根)의 사포(蛇浦),
|
|
인조 5 1627 정묘 |
67 |
1월, 예조 판서가 되다. ○ 호란이 일어나 상이 江都로 피난하자 留都 大將이 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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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행 이해>----------------------------------
天寒白露下。 四壁蟲聲咽。
不辭相見遲。 只恐芳華歇。
날씨 춥고 흰 이슬 가득 내리고
사방의 벌레소리 슬피 우는데
만남은 오래어도 마다 않지만 꽃향기 아니 풍겨 걱정만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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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상>
1-4행에서의 이별적 상황에 대한 보다 더 구체적인 이별적 상황의 공간이다. 가을이 아니면 겨울 어느 계절에 한층 더 쏟아져 오는 그리움들을 더 견딜 수 없다는 화자의 깊은 애태움이다. 사벽이라는 닫힌 공간에는 오직 화자뿐이다. 벌레소리 울음이 들려오지만 그 소리는 다정한 벗이기 보다는 오히려 그리워 눈물을 짓는 화자의 슬픔에 대한 상관물이리라. 蟲聲咽= 화자의 내면적인 슬픔과 상통한다.
상견은 서로 만남을 말한다. 3 년간을 헤어져 있다가 보니 시간이 자꾸 갈수록 마음도 안정이 된다. 생이별 속에서 서로 만남이 길어져 가는 불가항력적인 상황을 이제 탓하여 무엇하랴 시간이 더 오래되어도 화자는 능히 견딜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오랜 세월의 흐름에서 화자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하고 두렵게 느껴지는 것은 사벽에 갇힌 그런 생활에서
화자에게 꽃향기처럼 아름다움을 베풀어 주는 사람들이 없다는 것에 대한 아픔이다.
< 5 행>- 계절의 애상감. < 6 행>- 공간적 배경의 답답함
< 7 행>- 자기 위안 < 더 견딜 수 있음> < 8 행>- 인정의 그리움-- 인간들의 향기.
芳華는 외면적으로는 꽃답고 환한 아름다운 꽃 향기이지만 그것의 내면적인 상징은 사람들 만남에서 오고 가는 인간들의 그윽한 향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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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어 이해>
天寒 날씨가 추움 . 단어 하나만으로 보면은 겨울일 수도 있겠지만 뒤에 나오는 시어
白露 蟲聲으로 보아서 가을로 봄이 더욱 타당할 것 같다.
가을 날씨 임에도 춥다라는 표현을 한 것으로 보면은 추운 날씨의
북쪽지역이 맞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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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섭게 추운 날씨 솜옷으로 몸 감싸고 / 纊于天寒
추운 날 푸른 옷소매 얇기만 한데,
해 지도록 긴 대나무에 기대어 섰네./天寒翠袖薄 日暮倚脩竹.
연년(連年)이 날씨가 추워 의주에 머물러 있었던 날 / 頻歲天寒滯義州
썰렁한 날씨 속에 한 해도 다 저물었소 / 天寒歲年晚
음산한 구름이 눈을 내려 저녁하늘 차디찬데 / 陰雲醸雪暮天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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蟲聲咽
蟲聲 은 벌레 우는 소리를 말한다. 귀뚜라미나 여치와 같은 소리이다. 물다라는 鳴을 쓰지 않고 목이 메인다는 뜻의 咽 을 쓴 것은 지은이의 내면적인 심정도 연결되어 있으리라.
단순한 계적인 배경만을 암시하는 소재는 아닌 것 같다.
벌레 소리 풀뿌리에 울리어 온다/蟲聲咽草根
벌레 소리 울고 우니 얼마나 슬프랴/蟲聲咽咽爾何悲。
귀뜰귀뜰 벌레소리 창밑에서 울어온다/喞喞蟲聲咽小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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只恐芳華歇
芳華 꽃답고 환함
추운 가을 속에 사라져 간 꽃의 향기가 풍겨오지 않아 두려움에 사로잡힌다고 하였다.
단순히 지고 있는 가을의 애상감은 아닐 것이다. 객지에 나가 있어 단독자로서의 큰 외로움이다, 따뜻한 인간들의 향기가 없다. 그 인간의 향기는 무엇일까. 함께 진지하게 나라를 걱정해주고 큰 위로자의 고귀한 인품을 가진 이가 옆에 없었기에 큰 두려움까지 가지게 되었다고 본다. 歇 이라는 단어에서 오는 시인의 내면적인 통곡일 수도 있겠다.
벽도화에 살구꽃 향그런 꽃 찾는다네 / 碧桃紅杏問芳華
돌려가며 향그런 꽃이 피었네 / 回換作芳華
향기 좋은 꽃이 되어 짙은 자줏빛 자랑함이리 / 直作芳華誇釅紫
스스로 꽃답고 아름다운 그 얼굴 / 自謂芳華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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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2행 이해>----------------------------------
關山苦迢遞。飛夢亦難越。
夜夜長相思。知心有明月。
고향 땅은 무척이나 멀기도 하니
꿈속 날아 넘기도 또한 어렵네.
밤마다 오래도록 그리움 가득 넘치니 내 마음 알아 줄 이 저 달뿐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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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상>
이 시의 주제가 담긴 부분이다. 주제가 될 수 있는 단어는 關山과 相思이다. 고향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 오는 간절한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오직 아는 이는 저 달뿐이다. 멀리 떨어져 있음을 강조하기 위해서 꿈속에서도 찾아가는 길도 멀다라고 표현하였다. 긴긴밤 깊은 수심에 잠겨 한없는 그리움에 빠져 있다.
< 9 행>- 고향의 먼 거리 < 공간적 거리> < 10 행> 꿈속에서의 고향 < 역시 먼 거리>
< 11 행>- 간절한 향수 < 12 행> 지심의 강조-- 명월
제목이 망제라고 되어 있지만 필자 나름대로 고향의 그리움이라고 붙여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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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어 이해>
關山 고향에 있는 산 <고향>< 향리>의 대유
① 고향(故鄕)의 산 ②고향(故鄕) ③관소(關所) 가까이에 있는 산 ④ 관문과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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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방지방에서 그리워하는 고향 산천이다. 關이란 단어를 통해서 국경지대 쪽임을 알 수 있어 지은이가 선조 30 년 1597년 37세 때 義州, 선조 35 년 1602 42세 定州 牧使
선조 40년 1607 47세 安邊 府使. 인조 3년 1625 65 세 遠接使가 되어 함경도 遠接使로 鐵山에 가 있을 때의 상황이라고 판단을 해 본다. 작품의 연대가 없어 조심스러운 추측을 해 보는 것이다. 확실히 판단을 할 수가 있는 것은 3 년 동안을 고향을 떠나가 있을 때 마음 속에 오가는 고향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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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끝에 세찬 바람 고향의 달 그리워라/刀頭風勁關山月
삼 년 피리 소리 속에 관산에 비친 달빛이요/ 三年笛裏關山
붓 가는 대로 한 편 써서 변방에 부치노라 / 信筆寄關山
관산 어디선가 한 가락 슬픈 노래 들리네 / 何處關山一曲悲
피리 소리 긴데 변방 달빛 비추고 / 長笛關山月
관산 멀어 만리 길을 가야 하나니 / 關山逾萬里
關 의 한자 단어----------------------------------------------------
關楗- 빗장 關鍵- 문의 빗장과 열쇠 전하여 사물의 중요한 곳 關關- 새들이 화목하 게 우는 소리 關梁- 관문과 교량 關令- 관문의 벼슬아치의 장 關樓- 성위의 망루
關吏- 관문의 벼슬아치 關門-국경의 관이나 문 關塞- 국경에 있는 관문과 요새
關燧- 관에 비치한 봉화 關徼- 국경에 있는 관문 關人- 관문을 지키는 벼슬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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苦迢遞
迢遞 초체: 하도 멀어서의 뜻. 苦는 부사의 구실로 깊이 심히의 뜻으로 뒷말을 수식함
가물가물 청산을 바라보네 / 迢遆望靑山
붉은 명정 아득히 바닷가에 나부끼며 가네 / 紅旌迢遞海雲邊
머나먼 연경 길을 / 迢遞燕京路
어느 때나 돌아갈꼬 멀고도 아득한 길 / 迢遞幾時歸
외로운 배 멀고 먼 객지로 가는 마음이네 / 孤舟迢遞異鄕心
아득하니 사신 깃발 중국으로 들어갈 제 / 迢遞飛旗入漢關
사찰은 아득하게 구름 속에 솟아 있네 / 琳宮迢遞出雲堆
외로운 배 아득함은 타향 가는 마음이네 / 孤舟迢遞異鄕心
迢 멀 초 ㉠멀다 ㉡높다 ㉢먼 모양 ㉣높은 모양
迢遙= 멀어 아득함 초췌 먼 모양 높은 모양 迢迢- 먼 모양 높은 모양
迢遙= 멀어 아득함 초췌 먼 모양 높은 모양
迢迢- 먼 모양 높은 모양
眼迢迢 눈이 뚫어지게 바라봄
萬里迢迢 노정이 아득히 멂
迢迢千里 아득히 멀음, 노정이 멀음
迢嶢 ①산이 높고 가파름 ②술이 몹시 독함
迢遠 아득히 멀음 =遥遠
迢迢 높은 모양. 깊은 모양. 도로가 아득히 먼 모양
물 흐름이 길게 이어지는 모양. 시간이 오래된 모양. 춤추는 모양
※초초의 동음이의어: 初招 草草 焦憔 醋炒 稍稍 悄悄 楚楚 初抄
迢越 멀고 높음. 고상(高尙)하고 원대(遠大)함
迢递 아득히 먼 모양. 높이 우뚝 솟은 모양.=迢逓. 迢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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夜夜長相思
夜夜 밤마다 매야. 주주야야[晝晝夜夜]- 주야를 강조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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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마다 번개처럼 빛이 나네 / 夜夜光生電
밤마다 오히려 둥근 달을 믿을 만하네 / 可信夜夜猶圓融
가을날 대숲 너머 밤마다 맑은 잠이로다 / 隔竹淸眠夜夜秋
밤마다 구름 뚫고 우리 선영에 참배하네 / 穿雲夜夜拜先塋
쓸쓸한 베개 찬 평상에 밤마다 시름하네 / 一枕寒床夜夜愁
長相思
서로 생각함. 서로 그리워함. 또는 남녀(男女)가 서로 사모(思慕)함
長 은 늘 항상(恒常)으로 부사적 구실
하염없이 그리운 정 위로를 받았노라 / 慰此長相思
천년이고 만년이고 길이길이 생각하리 / 千秋萬歲兮長相思
밤낮으로 길이 상사로세 / 日夜長相思
달 대하면 길이 서로 생각나네 / 對月長相思
죽으면 길이 서로 생각할 걸세 / 死當長相思
면면하게 오래도록 서로 그리네 / 綿綿長相思
어이하여 그렇게 늘 생각하는가 / 胡爲長相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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知心 마음이 서로 통(通)하여 잘 앎
경서에 마음 둘 줄 조금 알아서 / 知心有黃卷
이 마음 알아줄 이 몇이나 되랴 / 幾個是知心
내 마음 오직 짧은 촛불이 알아줄 뿐 / 知心有短燭
밤마다 달빛만 부질없이 간직하네 / 夜夜月空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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亡題 라는 제목의 시 마무리
5 언 고시로 모두 12 행으로 이루어진 총 60자로 이루어져 있는 시다.
운율은 입성 자 운율인 屑 曷 月이다.
점층법적인 구성으로 마지막 부분에서 화자가 말하려는 시정을 담고 있다.
마치 3 개의 오언 절구의 시가 모여진 듯한 느낌이다.
시의 형식은 비교적 호흡이 자유로운 5 언 고시의 형식이다. 고시의 특징은 起承轉結의 법칙에 구속되지 않고, 대구법의 구속도 거의 받지 않는다. 그리고 글자의 수효에도 제한 받지 않아 표현형식의 폭이 넓고 매우 엄격한 압운의 법칙이 적용되지 않아 근체시의 형식보다는 표현이 자유롭다.
필자 나름대로 3 개의 문단으로 나누어 보았다.
< 서두>( 1-4 행)-- 살아서의 이별은 혼이 끊어지는 듯하다.
< 상술>( 5-8 행)-- 가을 속 외로움 속에서 정이 그립다.
< 결말>( 9-12행)-- 달만이 알아주는 고향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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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글 읽어 주신 분께 깊은 고마움을 전합니다. 한문이 전문도 아닌 필자가 필자 가문 속에 담긴 엄청나게 맑은 작품들을 일흔 살 넘은 나이에 하나씩 배워 가면서 더듬어 가고 있습니다. 부족한 점이 너무 많습니다. 이게 번역이냐고 탓하실 분도 계실 것입니다. 그러나 필자의 숨결이 멈추어 지는 날까지 미약한 지식이지만 자만하지 않고 제 가문의 숨결을 찾아가려고 합니다. 국어만을 전문으로 하다가 몇 년 간을 이리 매달리고 보니 여간 힘이 들지 않습니다. 진정으로 한문을 전문으로 하시는 분들에게 많은 것을 배워 가겠습니다.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亡題라는 단어 하나로 이리도 긴 시간을 보냈답니다. 아직도 미완성이라 마음이 조금은 찜찜합니다.
청음. 문곡. 몽와 농암. 삼연 노가재 포음. 택재의 후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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