卽事 즉사---------------------------------------------------------
술 석 잔
김 창협(金昌協)
1651년(효종 2) -1708년(숙종 34)
자 仲和 호 洞陰居士, 寒碧主人, 三洲, 農巖
시호 文簡 문곡의 둘째 아들.
宋時烈, 李端相, 趙聖期의 門人. 李端相의 사위
滅沒煙波淼遠灣。안개 덮여 푸른 물결 아득히 멀고
雲深不見桂陽山。구름 깊어 계양 산 보이지 않네.
疎簾雨映三杯酒。성긴 발엔 비 젖는데 술 석잔 들며
坐數漁舠點點還。여기저기 다가오는 거룻배 세네.
< 農巖集卷之四 에서>
한자 읽기
멸몰연파묘원만 운심불견계양산
소렴우영삼배주 좌수어도점점환
淼 물아득할 묘 灣 물굽이 만疎 트일 소舠 거룻배 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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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이해】
이 시의 원제는 卽事다. <눈앞의 일, 일에 임하다>라는 뜻이다. 일어나는 순간적인 감정을 쓴 시이다. 즉흥시라고 해도 된다. 필자 나름대로 시제를 달았다. 7 언시를 4 음보의 리듬에 맞춰 보았다.
1696년(숙종22)< 46 세> 여름 어느 날 인천에 계신 장모님을 찾아가 뵈었을 때 인천 계양산 근처에서 멀리 바닷가 풍경을 바라보며 한가롭고 여유 있는 마음으로 술 석 잔을 마시며 혼자만의 흥취를 즐기는 낭만을 노래하고 있다.
멀리 바라다 보이는 바다에는 뿌연 안개로 덮여 푸른 물결이 보이지 않는다. 구름이 덮여 있어 산도 보이지 않는다. 창가의 발에는 비도 젖는다. 오직 방안에 앉아 술을 들어 마시며 여유를 가진다. 다시 바다를 바라본다. 궂은 날씨에도 하나의 점처럼 가까이 다가오는 거룻배들이 환하게 보인다. 원근법이 사용되었다.
< 1 행>--- 먼 바다의 정경 < 원경>--- 푸른 물결, 뿌연 안개로 덮임
< 2 행>--- 가까운 산의 모습< 근경>-- 짙은 구름. 계양산 안 보임.
< 3 행>---- 방안에서의 흥취 < 서정 >-- 비가 내림-- 술잔 들어 즐김
< 4 행>---- 방안에서의 한가로움 < 서정>--- 거룻배를 헤아림, 한가 여유.
중심어--煙波 雲深 雨 酒 漁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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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바다가 환히 안 보인다. 마음이 답답하다. 구름 끼어 산도 안 보인다. 더욱 마음이 막히는 듯하다. 비도 내린다. 마음의 답담함을 술로 달래본다. 조금은 마음이 환해진다. 바다 위에 떠 있는 거룻배들을 하나하나 세어 보면서 여유를 가진다. 아 진정으로 마음이 환해지는 것 같다.
【詩語 이해】-------------------------------------------------
滅沒煙波 滅沒 멸망하여 없어짐, 멸망하여 없어지다 없애다, 소실(消失)하다
煙波 자욱하게 끼어서 물결처럼 보이는 연기
안개 따위가 자욱한 수면, 안개가 짙게 낀 수면
• 활짝 트인 내 낀 물결 은몰(隱沒)하는 저 백구여 / 白鷗滅沒煙波濶
• 눈에 가득 안개 덮인 물결이 휘돌고 / 滅沒烟波極目迴
• 안개 낀 물결 위로 아득해진 저 물굽이 / 滅沒煙波淼遠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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桂陽山 394.7m의 높이. 경기도 인천시에 있음. 인천시의 진산으로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안남산(安南山)이라고 하였다. 고려시대에는 阿南산 景明산 이라 하였고, 이 규보의 집터였던 자오당(自娛堂), 봉월사 터 봉화대유적지 등이 있다고 한다. 전하여 오는 이야기로는 강화도의 마니산에 대해서 동생의 산이라고 하며 해풍이 오면 날이 맑고, 산에 구름이 뜨면 반드시 비가 내린다고 한다.
桂陽山을 글 속에 담은 분들은 정조 (正祖) 임금을 비롯하여 다음 분들이 계시다. 정수강 (丁壽崗) 김안로 (金安老) 조헌 (趙憲) 신흠 (申欽) 장유 (張維)
이민구 (李敏求) 이명한 (李明漢) 박세채 (朴世采) 홍세태 (洪世泰) 김창업 (金昌業) 안정복 (安鼎福) 정범조 (丁範祖) 신위 (申緯) 조두순 (趙斗淳)
김평묵 (金平默) 한장석 (韓章錫) 송광연 (宋光淵) 등이시다.
송광연 (宋光淵)의 遊桂陽山記 도 있었다.
계양산 저 멀리 망망한 들판 / 桂陽山外野茫茫 <계곡>
서편으로 봉우리 몇이 일색으로 푸르른데 / 西去數峯靑一抹
그게 바로 계양산이라 행인들이 말을 하네 / 行人說是桂陽山 <상촌>
안개 비 아득아득 저기 저 계양산엔 / 空濛煙雨桂陽山<성소부부고 허균>
계양산 산 빛은 하도나 아름다운데 / 桂陽山色極嬋娟
온 고을 풍년 들어라 상상의 토지로세 / 百里秋登上上田< 정조 임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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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블로그에 들어가시면 아주 자세히 산이 소개되어 있다.
http://blog.daum.net/itssan/4080 桂陽山계양산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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疎簾雨映 성긴 발에 비 스미어 드는 정경
疎簾 성긴 발 . 촘촘하지 않은 발. 방안에 있다는 공간적인 배경
• 성긴 발로는 제비 들어오고 / 䟽簾通燕入
• 성긴 발 뚫고 삽상한 기운 들어오게 하리로다 / 長敎爽氣透疏簾
• 맑은 대자리 성긴 발 멋진 손님 묶어두고 / 淸簟疎簾留勝客
雨映 비가 비쳐 있다. 방밖에서 비를 뿌리는 모습을 표현.
• 밭 갈 때 비 내려 적셔 주는 내년 봄이면 충분하리 / 明年春雨映深耕
• 남쪽 창 가랑비는 푸른 산에 비치는데 / 南窓細雨映靑山
• 듬성한 가랑비는 높은 숲에 서로 비치고 / 疎疎小雨映高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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三杯酒 한가로이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마시는 석 잔의 술.
혼음불성(昏飮不省)하고 장취불성(長醉不醒) 한 상태로 마시는 술은 아니다.
이백의 시에서 나오는 술 석 잔 마시면 위대한 도에 통한다고 하는 술이다.
날씨는 조금은 어둡지만 밝은 마음으로 술을 마시며 혼자만의 흥취에 젖어 있다. 더구나 장모님 댁을 찾아갔을 때 마시는 술이라, 더욱 더 마음이 한가로움에 젖었으리라. 이 시는 작자 46세 때인 1696년(숙종22)의 작품으로 지은이는 靜觀齋 이단상(李端相) 의 사위이다. 어느 여름날 인천 계양산 근처에 사시는 장모님을 찾아 뵙고 즉흥적으로 쓴 시이다. 구름이 잔뜩 덮여 있고, 멀리 바다는 운무 속에 쌓여 있는 배경 속에서 문 밖에서는 실비가 내리고 있다. 그런 배경 속에서 마시고 있는 술이다.
坐數 앉아서 헤아린다 . 여유와 한가로움이 묻어나 있다. 차분한 마음.
즐기는 마음.
• 아침마다 앉아서 하나 둘 배를 세네 / 朝朝坐數下江舟
• 점점이 돌아오는 고깃배를 헤아리네 / 坐數漁舠點點還
• 가만히 앉아 석양에 연기 나는 곳 헤어 보니 / 坐數夕陽煙起處
• 이별한 뒤 하릴없이 앉아서 날짜를 세노라 / 別後寥寥坐數蓂
漁舠 舠는 거룻배 도 - <고기잡이하는 거룻배>
.舠는 칼 모습의 작은 배
漁 고기 잡을 어. 낚을 어---------------
고기를 잡는데 쓰는 배로는 고기잡이배 , 고깃배 , 어장배 (漁場-) ,
어선(漁船)<fishing boat>엽선 (獵船) 어정(漁艇) 어주 (漁舟) 어로선 (漁撈船) 낚거루(= 낚싯거루- 낚시질을 할 때에 쓰는 작은 배 ) 등의 명칭이 쓰이고 있다. 제일 많이 쓰고 있는 용어는 漁船< 魚船도 있음>이 참 많았다.
漁磯-낚시터 漁郞- 고기잡이하는 사내= 漁夫=漁者=漁人
漁夫 물고기를 잡는 사람. 고기잡이 漁郞 =漁者= 漁父
漁父 고기잡이. =漁夫
漁夫는 고기 잡는 사람을 말하고 즉 프로,
漁父는 도락으로 낚시를 즐기는 사람 즉 아마추어.
漁船 고기잡이하는 배-=漁舟. 漁叟=漁翁 漁筌-통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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漁舠는 거의가 다음처럼 고깃배로 풀이를 하고 있다. 그러나 舠는 거룻배 임을 암시하고 있어 거룻배로 풀이를 해 보았다.
• 점점이 돌아오는 고깃배를 헤아리네 / 坐數漁舠點點還
• 고기잡이 배를 따라 낯익은 시내 지나갔네 / 正逐漁舠過故溪
• 호해에 낚싯배가 떠 있군그래 / 湖海有漁舠
• 거룻배 어디서냐 / 漁舠何處自
• 고깃배들 돌진하며 작살을 내리찍고 / 漁舠撑突挺飛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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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룻배 [lighter]근해에서 배에 물건을 싣거나 내리는 데 사용되는, 보통 바닥이 편평하고 흘수(吃水)가 얕은 보트나 바지선(barge).브리태니커 사전
[吃水draft] 배 길이의 중앙에서 기선으로부터 만재흘수선까지의 수직거리
바지선 주로 강과 운하 등에서 화물을 운반하기 위하여 만든,
바닥이 평평한 배이다.
거룻배 돛을 달지 않은 작은 배.
거도선艍舠船 거룻배와 같게 만든 작고 빠른 兵船
나룻배- 나루에서 사람 물건 등을 건네어 주는 배 =진선(津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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點點 점을 찍은 듯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모양
點缺- 결점 點晴- 눈에 동자를 그림 중요한 점을 가함 點竄- 글을 고쳐 씀
• 點點還疑度遠螢 • 樹外寒鴉點點還 • 浮雲點點還 • 漁舠點點還
• 林鴉點點還
반딧불, 까마귀, 뜬 구름. 거룻배 등의 움직임을 묘사할 때에 씀.
• 점점이 돌아오는 고깃배를 헤아리네 / 坐數漁舠點點還
• 못 속에는 점점이 작은 연이 떠 있네 / 池中點點小荷浮
• 개울 길 여기저기 아무렇게나 피는 꽃들 / 川路尋常點點紅
• 운무(雲霧) 잠긴 숲 사이로 깜박이며 나는도다 / 露樹煙林點點飛
• 물결치는 뭇 오리 점점이 파문 짓는다 / 擊浪群鳧點點圓
• 사월의 반딧불이 점점이 날아오는 듯 / 四月流螢點點來
• 드문드문 가을 연기 하늘 밖에 푸르르네 / 點點秋煙天外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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