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 교수 시문 詩文 국역(1) 연습
감상에 역점을 두지 않고 시의 문장을 국역해 가는 그 법을 따르고 싶었다.
일흔 살 넘은 이 늙은이에게 짧은 시간이었지만 시 번역의 깊은 포인트를 가르쳐 주시던 정민 교수님의 그 정성에 항상 깊은 고마움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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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로 7 언 시는 4 음보로 3(4)4(3)3(4)4(3) 5 언 시는 3음보로 3/4. 5 음절을 따른다. 시는 운문이라 운율적인 리듬도 따라가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한시들의 번역 형태를 보면은 거의가 불규칙한 운율로 산문적인 설명으로 되어 있다.
인터넷에도 그런 작품들이 많지만 박사나 석사 과정의 글에 나타난 한시의 번역들을 보면은 시맛이 보이지 않은 설명적인 진술의 글이 참 많다.
그대 보내고<別尹成甫> 백광홍-- 손종섭(1918-) 번역
千里奈君別。 어쩌랴 /천리 길 /그대 보내고
起看中夜行。 일어앉아/ 그려보는 /야밤중 행색(行色)
孤舟去已遠。 외로운/ 배는 가 /이미 멀었고
月落寒江鳴。 달 지는 /찬 강의/ 여울 목소리
<옛 詩情을 더듬어>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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雪夜獨坐
필자 조상님의 雪夜 獨坐라는 시가 한문학의 대가이신 어떤 어르신께서도 아무런 근거 없이 이 시를 진도 유배지에서 쓴 작품으로 감상하고 있는 책이 있고, 몇 년 전에 필자가 인터넷 상에 밝혔지만 아직도 이 시의 작품이 진도 유배시의 작품으로 감상 해설하고 있는 사이트들이 있어 오류임을 밝힐 겸 5 언 시의 리듬에 맞춰 풀이를 해 보았다.
문곡 김 수항의 雪夜獨坐는 文谷集에 乙酉(1645.17세)라는 연대를 밝히고 있기 때문에 절대로 진도 유배와는 거리가 먼 작품임을 후손 김창현은 이 곳에 다시 밝힌다.
破屋凄風入 낡은 집에 쓸쓸히 바람이 불고
空庭白雪堆 빈 뜨락엔 하얀 눈 쌓여지는데
愁心與燈火 애타는 근심 함께 등잔불 타니,
此夜共成灰 이 밤을 같이 타며 재 이루었네.
<한자 읽기>
파옥처풍입 공정백설퇴
수심여등화 차야공성회
<문곡집(文谷集) 文谷集卷之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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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月明/半夜/更籌永 한 밤중 달은 밝고 시간은 더딘데
2. 秋到/深園/蟋蟀哀 깊은 동산 가을 들자 귀뚜라미 구슬퍼라.
3. 殘夢/未成/推枕起 남은 꿈 못 이루고 베개 밀쳐 일어나
4. 頻將/紈扇/拍窓隈 비단 부채 자주 들어 창턱을 내려치네.
이건(李健, 1614-1662), 〈귀뚜라미(蟋蟀)〉 선조임금의 손자
半夜:한밤중.하룻밤의 절반.更籌경주:밤의 시각을 재는 물시계의 한 가지
蟋蟀: 귀뚜라미 紈扇:비단 부채
新香吹動小牕隈。照此南窓隈 頹然一醉臥窓隈
5. 藥砌 淸風 欺 我老 약초 섬돌 맑은 바람 내 늙음을 가려주고
6. 竹溪 明月 誘吾情 대숲 시내 밝은 달빛 내 마음을 꼬득이리.
7. 昨宵 已決 歸田 計 간밤에 귀전(歸田)의 뜻 이미 결심 했으니
8. 雪盡 江南 匹馬 行 눈 녹은 강남 길을 필마 타고 가리라.
-이성(李晟, 고려 충숙왕 때), 〈고향으로 돌아가리(歸田詠)〉
약체(藥砌): 옆에 약초를 심어둔 섬돌. / 기아로(欺我老): 나의 늙음을 속이다.
늙은 줄을 모르게 함. / 작소(昨宵): 간밤.
9. 朝陽拾露栭 아침볕에 이슬 젖은 도토릴 줍고
10. 夜火編霜蟹 밤 횃불로 서리 맞은 게를 엮었지.
11. 摩挲欲贈誰 누군가 주고 싶어 어루만지며
12. 持玩百回罷 백 번쯤은 만지작 거리셨겠소.
-박제가(朴齊家, 1750-1805), 〈소석산방에 부침(寄贈小石山房)〉
朝陽 :아침의 햇볕 露栭: 이슬 젖은 산밤나무 摩挲:손으로 문지르거나 주물러 어루만짐 持玩 만지작거리다.
13. 霜餘脫實亦斕斑 서리 뒤에 터진 밤톨 반짝반짝 빛나니
14. 曉濕林間露未乾 젖은 새벽 숲 사이엔 이슬 아니 말랐네.
15. 喚起兒童開宿火 꼬맹이를 불러서 묵은 불씨 헤집으니
16. 燒殘玉殼迸金丸 옥 껍질 다 타더니 황금 탄환 터지누나.
이인로(李仁老, 1152-1220), 〈밤을 주으며(拾栗)〉
상여(霜餘): 서리 내린 뒤. 탈실(脫實): 밤송이에서 튀어나온 밤알. 난반(斕斑): 반짝반짝 빛나는 모양. 로미건(露未乾): 이슬이 마르지 않음. 환기(喚起): 불러 깨우다. 숙화(宿火):간밤의 묵은 불씨. / 옥각(玉殼): 옥빛 껍질. 밤 껍질. / 병(迸): 튀어오르다. 솟구치다. / 금환(金丸): 황금 탄알. 밤 알맹이.
17. 故人 有幽居 내 친구 사는 곳 어디에 있나
18. 一逕 秋雲上 가을 구름 피어나는 오솔길 위지.
19. 永夜 明 寒燈 긴 밤 찬 불빛 가물거리면
20. 林端 踈雨 響 숲 저편선 후득이는 성근 빗소리.
-백광훈(白光勳, 1537-1582), 〈이순인의 계산별업에서(李伯生鷄山別業 名純仁)〉
혼자
故人: 옛 친구 / 죽은 사람 幽居:속세를 떠나 깊숙하고 고요한 곳에 묻혀 외따로 삶. 또는 그곳 一逕: 오솔길. 좁은 길 경.
21. 地僻 行人 少 땅이 외져서 행인 드물고
22. 山空 落葉 深 산은 텅 비어 낙엽만 깊다.
23. 支頤 終日 坐 턱을 고이고 종일 앉아서
24. 不語 益 傷心 입을 다무니 맘 더욱 아파.
-이식(李湜, 1458-1488), 〈절구(絶句)〉
地僻:땅이 궁벽함 支頤:손으로 턱을 굄
5 언의 시를 3 음보의 리듬. 2/3/ 5로 운을 맞춤
25. 半夜林僧宿 한밤 숲 속의 스님은 자고
26. 重雲 濕 草衣 자옥한 구름 풀옷 적신다.
27. 岩扉 開 晩日 바위 사립문 늦게사 여니
28. 棲鳥 始驚 飛 깃든 새 놀라 그제야 난다.
-임제(林悌, 1549-1587), 늦잠〈산 속의 절(山寺)〉
重雲: 무거운 구름, 자욱한 구름
29. 人世 風波 沒 復浮 세상의 풍파는 잠겼다간 다시 뜨니
30.已看 五十二 春秋 쉰 두 번의 봄가을을 이미 보아 왔다네.
31.雁聲 落日 江村 晩 지는 해에 기러기 울음 강마을은 저물고
32.閒詠 新詩 獨倚樓 새 시를 읊조리며 홀로 다락 기댄다.
-이집(李集, 1314-1387), 풍파〈목은선생 견기시의 운을 빌어(次牧隱先生見寄詩韻)〉
몰부부(沒復浮) : 가라앉았나 싶으면 다시 뜨다. 이간(已看) : 이미 보다. 한영(閒詠) :
한가롭게 읊조림. 의루(倚樓) : 누각의 난간에 기대다. 기다림의 뜻으로 많이 쓰는 표현.
33.穿盡 楓林 踏石苔 단풍 숲/ 뚫고 나와/ 바위 이끼/ 밟으니
34.山前 山後 飽看廻 산 앞과 /산 뒤를/ 배불리/ 보고 왔네.
35.高僧 應笑 不知足 고승은 /족함 모름 /마땅히 /웃겠지만
36.昨日 遊人 今又來 어저께 /놀던 사람/ 오늘 다시/ 왔다오.
-유숙(柳潚, 1564-?), 단풍 숲〈보경사에서 우연히 읊다(寶鏡寺偶吟
37, 蕭蕭落木聲 우수수 잎 지는 소리
38. 錯認爲疎雨 성근 빗소리로 잘못 알았네.
39. 呼僧出門看 사미승 불러 나가 보라 했더니
40. 月掛溪南樹 시내 남쪽 나무에 달 걸렸다네.
-정철(鄭澈, 1536-1593),가을 밤 〈산사에서 밤에 읊다(山寺夜吟)〉
蕭蕭: 말이 우는 소리. 나뭇잎이 떨어지는 소리. 바람이 부는 소리. 분주한 모양. 쓸쓸한 모양.錯認: 잘못 알음. 사미승:출가하여 십계를 받은 어린 승려
41. 山月 皎 如燭 산달은 등불인양 환하고
42. 松風 喧 似溪 솔바람 냇물처럼 들렌다.
43. 幽人 坐 不寐 나는 잠이 안 와서 앉았고
44. 鳥驚 猶 未栖 놀란 새 둥지에 못 드네.
-서거정(徐居正, 1420-1488), 가을밤〈가을 밤(秋夜)〉
幽人:
45. 前村 銀杏 葉 앞마을의 은행 잎
46. 何因 落 吾家 우리 집에 어이 졌나.
47. 夜來 醉 眠重 간밤 술에 너무 취해
48. 不知 風雨多 비바람도 몰랐다오.
-이정주(李廷住, 순조조), 은행 잎〈새벽에 일언(早起)〉
하인(何因): 무엇을 인하여. 취면중(취면중(醉眠重): 술 취해 든 잠이 무거워.
49. 情裏 佳人 夢裏逢 마음 속 /어여쁜 님/ 꿈속에/ 만나보니
50. 相看 憔悴 舊形容 서로 보매 /초췌한 /옛 모습/ 그대롤세.
51. 覺來 身在 高樓上 깨고 보니 /이 내 몸/ 높은 누각/ 위에 있어
52 風打 空江 月隱峯 바람은 /빈 강 치고 /달은 산 뒤/ 숨었네.
성효원(成孝元, 1497-1551), 빈 강〈원루에서 꿈을 적다(院樓記夢)〉
초췌(憔悴): 마르고 파리한 모습. / 월은봉(月隱峯): 달이 산 뒤로 숨었다.
53. 來從何處來 어디로 조차 와서
54 .去向何處去 어딜 향해 가는가.
55. 去來無定蹤 오고 감 일정한 자취 없거늘
56. 悠悠百年計 백년의 계획만 아득하구나.
-김인후(金麟厚, 1510-1560), 인생〈충암 김정의 시권에 쓰다(題冲庵詩卷)〉
悠悠:근심하는 모양. 아득히 먼 모양. 한없이 크고 먼 모양. 끝이 없는 모양.
때가 오랜 모양. 가는 모양. 흘러가는 모양. 침착하고 여유가 있는 모양. 한가한 모양. 많은 모양.
57.穿雪野中去 눈 길 뚫고 들길 가도
58.不須胡亂行 어지러이 가지 않네.
59.今朝我行跡 오늘 아침 내 발자욱
60.遂爲後人程 뒷 사람의 길 될테니.
-이양연(李亮淵, 1771-1853), 발자욱〈들판의 눈(野雪)〉
천설(穿雪): 눈을 뚫고서. 불수(不須): 모름지기 ~하지 않는다. 호란(胡亂): 거칠고 어지럽게. 수위(遂爲): 마침내 ~이 되다. 후인정(後人程): 뒷사람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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