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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매월당 ‘探梅’의 서사적 解釋

백촌거사 2008. 3. 20. 09:57
 

매월당 ‘探梅’의 서사적 解釋



읽기 전에   

  이 시의 제목은‘探梅’입니다. 梅月堂集의 游金鰲錄 편에 실려 있는데요, 편명은 “금오(金鼇)를 찾아서 적다”정도의 의미일 것입니다. 그런데 금오(金鼇)가 금오산인(金鰲山人,冶隱) 길재(1353-1419)를 말하는 것인지 단순히 지명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이 걸 밝히려면 한참 시간이 필요할 것입니다.

  만약 이 시의 저자 梅月堂 김시습(1435-1493)이 금오산인(金鰲山人,冶隱) 길재를 찾아 갔다면 시공을 초월한 만남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이 글이 시인만큼 어느 경우가 되더라도 이 시를 감상하는 데 방해 요소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금오산(자연)과 만나 술을 먹었다 해도 좋고 시공을 뛰어넘어 금오산인(金鰲山人,冶隱)과 매화를 감상했다 해도 관계없을 것입니다. 이 글에서는 일단 梅月堂이 가공의 인물 친구 금오(金鼇)를 찾은 것으로 재구성하고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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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梅月堂이 사랑하는 친구 金鼇를 찾았습니다. 그는 梅月堂에게는 애타게 그리운 임이었습니다. 梅月堂은 친구 정원의 못가에서 친구와 더불어 흥이 날 정도로 술잔을 기울였습니다. 그리고는 도도한 술기운으로 달빛을 받아 못에 비친 매화 꽃망울을 감상하게 됩니다. 친구 金鼇는 옛적에 연못 안에 작은 섬이 들어 있는 정원을 만들었을 것입니다.


梅月堂이 사랑하는 친구 金鼇에게 말합니다.


“친구, 아직도 눈이 저렇게 가지마다 내리 쌓였는데 매화 꽃망울이 트고 있네 그려. 잎사귀도 없는 늙은 것이 트라고 말하지 않았을 텐데 말이야”


그리고는 또 말합니다.


“누구누구가 괜찮은 사람이라고들 하데. 그렇지만 자네라고 그만 못한 사람이겠는가? 무엇보다 사람이 정결해야한다고들 하지 않던가? 내가 너희들 보다 낫다고 나서지 말게. 뒤탈이 두렵네.”


이어 梅月堂은 못에 비친 매화꽃망울을 빌어 그를 격려합니다.


“이 세상에 이런 저런 사람들이 많지만 저 매화 꽃망울을 평생 붓으로 그린다한들 저 달빛을 빌리지 않는다면 무슨 재주로 그 고매함을 다 그릴 수 있겠는가?"

“내가 자네를 좋아하는 것이 색에서 비롯된 건지 향기에서 비롯된 건지 나도 속을 지경이니 귀신인들 어찌 알겠는가? 그렇지만 어찌 자네의 껍데기 때문이겠는가? 자네의 인품이지.”


  두 친구들은 서로의 향기에 취해 주거니 받거니 하였을 것입니다. 梅月堂은 술기운에도‘돌아가야지. 돌아가야지’했겠지만 그게 그렇게 쉬웠겠습니까? 존경하는 친구를 오랜만에 만났는데 말입니다.

  결국 초저녁부터 달이 서쪽에 보일 때까지 친구들의 얘기는 계속되었습니다. 임이 기다리고 있는데도 떨치지 못한 그 친구는 梅月堂에게는 그의 말마따나 도가(道家)에서 말하는 진인(眞人)이었을 것입니다.


梅月堂의 친구 격려는 계속됩니다. 물론 못에 비친 매화꽃망울을 빌어서였지요. 대놓고 추켜세우는 것이야 잡배들이나 쓰는 방식 아니겠습니까?


“이 세상에 시인 화가 풍류객들이 다 저 매화꽃망울을 노래한다고 했지만, 글쎄, 저놈의 참모습을 그린 사람은 중국에도 없는 것 같데. 그런데 저 늙은 가지 좀 보게. 꽃망울이 서너 개 달려 있지 않은가? 고놈 토실토실하네 그려.”

“ 송나라 고산(孤山)이 쓴 시 있지 않는가?  疏影 어쩌고 暗香 어쩌고 하는 두 구절을 옛 사람들이 입이 마르게 칭송들 했지만 저 매화꽃망울의 청순한 맛을 제대로 표현하진 못한 것 같데.” 


아마 이쯤 해서 金鼇는 민망하기도 했을 거고 그래서 梅月堂의 말을 가로 막았을 것입니다. 梅月堂이 존경하는 친군데 다음에 무슨 말을 또 하려는 것인지 어찌 몰랐겠습니까?


梅月堂은 질세라 또 시작합니다.


“자네를 백번 보아도 늘 새로운데, 내가 눈 녹아 길이 좀 험하다고 자네 찾기를 어찌 힘들어하겠는가? 내 일찍이 송나라 시인 육방옹(陸放翁)처럼 늘 취하여 자연과 더불어 살아왔지만 자네가 이제 뜻을 세운 걸 보니 내일부터는 내, 술도 끊어야겠네.”


아, 金鼇가 뭔가를 梅月堂에게 밝힌 것 같습니다. 梅月堂이 자극받았지 않았나요? 자연이 내고 내가 자연이었던 것도 모두 그 술 덕분인데 입맛 당기는 술 가득한 술잔의 유혹을 단호히 거부하겠다고 선언하고 있군요. 굉장히 자극받은 것 같습니다.


梅月堂이 다시 말하는군요.


“ 저기 좀 보게. 다른 나무들은 잎이 무성한데 잎도 없이 마른 가지가 꽃망울을 빚어냈구먼. 저 것들도 임 그려 애타는 마음이 있겠지? 사람들이 그러데. 매화나무에 잎이 없는 것은 하늘의 은택을 받지 못한 때문이라고. 그렇지만 어찌 천후가 무심한 것이겠는가? 보게. 그렇지 않은가?”


뭔가 희망적 메시지가 있는 것 같습니다. 잎도 떨어지고 없는 가지에 꽃망울이 맺혔다니요... 金鼇가 아마 나라의 부름을 받은 것 같지 않습니까? 그 동안 하늘에 제사 지내고 나서 임금이 요리사에게도 나누어 주었던 제물을 한 번도 얻어먹지 못했었는데 말입니다. 梅月堂이 하느님은 무심하지 않다고 말하고 있군요.


梅月堂이 다시 金鼇를 격려합니다.


“잎이 없는 것은 반만 마른 잎 달고 있으면 춘심을 만나지 못할까 염려해서 일세. 잎이 없어야 짝을 쉽게 만날 수 있기 때문이지. 그러서 잎을 치운 것인데 사람들이 이러쿵저러쿵 해대니 속게 되는 것 아니겠는가?”


사람을 평가할 때 옛 사람들은 그의 문(文)과 질(質)을 보았다 합니다. 문(文)은 사람의 무늬 즉 외관이요 질(質)은 사람의 내면세계 즉 우주관 또는 도덕관을 말합니다. 삼국지의 방통은 천하에 추남이었지만 그 내면세계는 제갈량을 뛰어넘는 사람이었다고 전해옵니다.

 

지금 梅月堂은 친구 金鼇의 문(文)이 반만 말랐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문(文)이 질(質)을 드러내는데 방해가 되서는 안 된다고 그래서 金鼇가 잎사귀(文)를 방에서 치워버렸다고 말했습니다. 잎사귀는 나무를 돋보이게 하는 바로 치장(文) 아니겠습니까? 金鼇는 가히 梅月堂의 친구로서 부족함이 없는 사람이지 싶습니다. 


따뜻한 날씨에 밍크코트, 겨우겨우 연명해가는 중소기업 사장의 외제 자동차, 모두 질(質)보다 문(文)을 숭상하는 이 시대의 한 단면 아니겠습니까? 그런데도 梅月堂의 친구 金鼇는 하찮은 잎사귀마저 방에서 치워버렸습니다. 그가 어찌 나라의 부름을 받을 자격이 없겠습니까?


梅月堂은 친구 金鼇를 다시 격려하며 마지막 당부를 잊지 않습니다.


“ 친구, 자네는 누구보다 잘할 수 있을 걸세. 자네가 이제까지 노력한 결실은 국정에 참여했을 때 조화를 이끌어낼 것이네. 더구나 그동안 여기저기 기웃거리지 않고 절조를 지켜 왔는데 누가 감히 자네 옆자리일지라도 넘보겠는가?”

“조정에 나가면 어떤 일이 있어도 하찮은 무리들과 어울리지 말게. 그리고 권력을 좇아 힘쓰는 자들을 따라다니지 말게. 비록 사리(私利)를 좇아 얻은 죄가 아니더라도 한점이라도 오점을 남기게 되면 그 동안의 명성은 사기 쳐 얻은 것이라고 세상 사람들이 비방할 것이네.”


梅月堂은 친구 金鼇와 정원 연못가에 앉아 새벽이 되도록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梅月堂은 친구 金鼇에게 간곡한 부탁을 하였지만 어찌 단순한 부탁이었겠습니까? 그는 내일부터는 술도 먹지 않겠다고 다짐하였습니다. 친구에게 한 부탁은 곧 자신을 향한 다짐이 아니었을까요?


이 시 초장의 도입부는 의미심장합니다. “玉骨貞魂雖不語。南條春意最先胚。”에서 우리는 노(老) 시인과 아직 잎 돋지 않은 고목 가지를 오버랩(Overwrap)하게 됩니다. 그리고 고목 가지에서도 터 오르는 희망을 보게 됩니다.


시인은 활짝 핀 매화꽃을 노래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개화하지 않은 꽃망울을 노래함으로써 장래 만개할 것을 예견하게 하고 있습니다. 희망을 말하지 않으면서도 희망의 속살을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할 것입니다.


나이 들어 늙어 간다고 어찌 희망을 버릴 수 있겠습니까? 시인의 “雨露恰是無情物。耐見彫殘不受亨。”하는 말처럼 결국 친구는 나라의 부름을 받았고 梅月堂은 “直到始終存大節”처럼 새로울 수만은 없는 각오를 다시 한번 다지게 됩니다.


노(老) 시인과 그의 친구 金鼇 그리고 그의 정원 연못 속 인공 섬에 꽃망울 틔우고 있는 매화는 별개이기도 하고 하나이기도 합니다. 시인은 金鼇를 통하여 매화꽃망울을 보고 꽃망울을 통하여 金鼇를 바라보았습니다. 또한 金鼇의 이미지가 투영된 매화꽃망울을 통하여 자신을 비춰보고 있습니다.

 

“直到始終存大節”은 바로 여태껏 시인이 견지해온 자신의 모습입니다. 또한 매화꽃망울의 이미지이며 친구 金鼇의 향기입니다. 그리고 노(老) 시인의‘눈길에 홀로 지팡이 짚고’라도 찾을 수밖에 없는‘그리워 애타게 하는’임이며 지향(志向)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이 시를 통하여 매화에 대한 단순한 서정을 넘어, 비록 늙었지만 아직도 꽃피울 수 있다는 희망, 건강한 이두박근으로 무장한 패기(便是超群眼有筋) 그리고 고결한 선비의 지향(志向)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2008.03.04. 微幽堂 趙英輝.





출처 : NostalgiaToRoots
글쓴이 : 微幽堂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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