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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제공(蔡濟恭) 의驚蟄日。戲吟。<경칩일。희음>

백촌거사 2009. 3. 5. 15:00

驚蟄日。戲吟。<경칩일。희음>-------

驚蟄 경칩 날에-------------

                                                      채 제공(蔡濟恭)

                                                             1720년(숙종 46)- 1799년(정조 23)

                                                                             자 : 伯規 호: 樊巖

                                                                             본관 : 平康 시호: 文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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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잠시도 겨를 없이

만물을 다스리니.

 

자연 변화의 이치

진정 기묘한 순환이로다.

 

아아 !뭇 벌레들

훌쩍훌쩍 뛰어 오르며

 

어지럽고 번잡하게

이 세상 시끄럽게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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物乾元不暫물건원불잠

樞緘亶在妙循추함단재묘순

所嗟挑起羣虫族。 소차도기군충족

穰穰紛紛閙世양양분분료세

                                                               <樊巖先生集卷之十九 詩○稀年錄[下]에서>

한자

잠시 잠 지도리 추 봉할 함믿음 단 탄식할 차

뛸 도무리 군풍족할 양 시끄러울 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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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어 이해 >

育物 육물: 만물을 양육함

⦁성인이 이를 재제하여 만물을 양육하였지 / 聖人裁制以育物

⦁철따라 만물을 육성하여 / 遂對時而育物

 

乾元 건원: 하늘 上天. 하늘의 이치. 天理 元은 大.

하늘의 뜻을 대행하며 만물을 다스리는 위대한 존재. 건원은 천도의 작용을 뜻함

《주역(周易)》 건괘(乾卦) 단(彖)의 “위대하다 건원이여, 만물이 여기에서 비로소 나오나니, 이에 하늘의 일을 총괄하게 되었도다.〔大哉乾元 萬物資始 乃統天〕”라는 말에서 유래

※건원(乾元)은 당 숙종의 연호, (758~759)이기도 하다.

⦁하늘이 만물을 퍼뜨림이여 / 乾元播物

⦁비 내려 만물 적시는 천도를 받들었고 / 興雨潤物承乾元

 

不暫閒 부잠한: 잠시도 한가하지 않음

⦁봄의 일이 잠시도 틈나지 않네 / 春事未暫閒

⦁읊는 채찍 잠시도 한가치 않네 / 吟鞭不暫閒

⦁그윽한 곳을 찾느라 잠시도 쉬지 않고 / 尋幽不暫閒

⦁단정히 앉으니 잠시나마 한가하네 / 端居得暫閒

 

樞緘 추함: 열고 봉함의 중요한 역할을 말하는 것으로

‘만물을 변화시키는 중요한 이치’로 機緘(기함)과 의미가 통함.

機緘은 기미(機微), 작용. 機微는 낌새. 어떠한 일의 미묘한 기틀.

드러나서 보일락 말락한 일의 눈치. 기운(氣運)의 변화. 물(物)의 종시(終始)로서 기(氣)의 변화를 말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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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의 기미는 헤아릴 수가 없어/天地機緘不測

⦁ 참으로 신기한 작용 형용하기 어렵구나 / 信機緘之難名

 

亶在 단재: 진정, 진실로 --에 있다.

⦁진정 여기에 있거니 / 亶在於是

 

所嗟 소차: 한탄 하고 감탄함

⦁한스럽다 세속에 매인 이 신세 / 所嗟牽世俗

⦁이십 당년 성주 된 것 뭇 사람이 감탄이라네 / 二十專城衆所嗟

⦁한 가지 안된 것은 위치가 난잡해서 / 所嗟位置亂

⦁슬프도다 꼭 비린 음식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 所嗟不必慕腥膾

⦁슬픈 것은 운수가 불길하여 / 所嗟天地閉

⦁안타까운 것은 마침 세모를 만나 / 所嗟逢歲暮

⦁슬프게도 황제께서 총애하는 이 은명을 / 所嗟將寵命

 

挑起 도기: 뛰어오르다.

挑動起来의 준말로 화나게 하다, 불러 일으키다 .자극하여 시키다 유발시키다, 조장하다, 부추기다, 충동하다 의 다양한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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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개 머리엔 고향 생각 문득 떠오르고/ 枕邊挑起故鄕情

⦁ 무리들의 시기를 일으키며 / 挑起羣猜

⦁ 그윽한 회포 일어나고 수많은 생각도 돋아나 / 挑起幽懷萬緖生。

 

羣虫 군충: 수많은 벌레들

⦁여러 벌레들은 가볍게 여기지 말라 / 群蟲且莫輕

⦁찍찍거리는 벌레소리 귀에 가득 들리고 / 喞喞群虫滿耳聽

⦁가을 저물어가니 벌레 소리도 그치려 하고 / 秋晩群虫吟欲歇

⦁찍찍 우는 뭇 벌레소리 귀에 마냥 들리는데/喞喞群蟲滿耳聽

 

穰穰 양양: 수확이 많은 모양. 넉넉한 모양.

여기서는 벌레들이 어지러이 움직이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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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지러이 오고감은 모두가 이익 때문 / 穰穰往來摠爲利

• 가을 향기 물씬물씬 피어오르네 / 秋香穰穰

• 슬하에는 언제나 자손들이 가득하여 / 兒孫穰穰看滿膝

• 좋은 벼이삭이 풍성하네 / 嘉頴穰穰 <頴이삭 영>

온 천하가 풍년이 들어서 / 九有穰穰

양양하고 희희한 세상을 따라 / 卽從穰穰煕煕世

※양양(穰穰)하고 희희(熙熙)한 : 사람이 오가느라 시끄럽고 번잡한 모습을 형용한 말이다. 《사기(史記)》 “천하가 희희함은 모두 이익을 위해 오는 것이요 천하가 양양함은 모두 이익을 위해 가는 것이다.〔天下熙熙 皆爲利來 天下壤壤 皆爲利往〕” 하였다.《사기(史記)》

• 복을 내려 풍성풍성 / 降福穰穰

• 오곡이 잘 익도록 하여 주소서 / 五穀穰穰

※“고지대 밭의 수확도 그릇에 가득, 저지대 밭의 수확도 수레에 가득, 오곡이 모 두 잘 여물어서, 집 안에 가득 차게 해 주시기를.〔甌寠滿篝 汙邪滿車 五穀蕃熟 穰 穰滿家〕”이라는 말이 나온다《사기(史記)》

 

紛紛 분분:어지러움. 번잡하고 뒤섞임. 많고 성함.

• 번운 복우(翻雲覆雨) : 인정세태가 반복무상한 것을 비유한 말이다. 두보(杜甫)의 “손 젖히면 구름 일고 손 엎으면 비 오게 하는, 경박한 세상 인심 따질 것이 뭐 있으랴.

〔翻手作雲覆手雨 紛紛輕薄何須數〕”라는 시구에서 나왔다. 《杜少陵詩集 卷2 貧交行》

• 분분한 이 세상일은 응당 귀를 막으시고 / 世事紛紛

 

閙 시끄러울 뇨

• 설령 떠드는 것이 밉더라도 / 縱喧之可厭

• 잠깐 동안 귀에 시끄러울 뿐 / 諒須臾之耳兮

• 속이 시끄러운 사람 / 衷之

• 빈 처마에 해는 중천 새 소리만 요란하네 / 空簷日午禽聲

• 대울타리엔 게들이 와글와글 / 竹籬螃蟹

 

간: 이 세상.

중생이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는 세상

• 천홍만자(千紅萬紫)가 사람 눈을 호리는 세상 / 世間紅紫迷人眼

• 이 세상에 보기 드문 호산의 승경 안에서 / 湖山勝景世間

• 선생의 낙을 이 세상에서 어떻게 얻으리 / 世間那得先生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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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이해>----------------------------

24 절기의 하나인 경칩(驚蟄)날 재미삼아 읊은 시이다.

戲吟이란 재미삼아 읊는다는 뜻으로 겨울잠을 자고 깨어나는 뭇벌레들이

이 세상을 시끄럽게 하고 있다는 것을 읊었다.

외면적으로 보면 그냥 단순하게 천도에 의해서 순환되는 계절의 섭리에 대한 찬탄이다. 경칩날에 대한 의미를 부여하였다. 驚은 일어나다의 의미이고 蟄은 겨울잠을 자는 벌레라는 뜻이다.

경칩날엔 겨울잠을 자고 일어난 벌레나 동물들이 깨어나서 꿈틀거리며 식물들도 비로소 생육을 시작한다. 본격적인 봄의 시작을 알리는 동적인 춘경을 읊고 있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우주 만물의 신비로운 경이감에 다시 한 번 감탄을 가지며

경칩날을 그려낸 소품이다. 그 사이 靜的인 경지에서만 보내다가 미물들의 동적인 모습들에서 생의 싱싱한 율동적인 득의의 역동감을 맛보고 있는 듯하다.

 

<내용이해>------------------

< 1.2 행>--------- 천도의 순환 乾元-- 자연 섭리 찬탄

< 3.4 행>-------- 미물들의 소란 羣虫--- 경칩 날의 시끄러움

지은이는 南人 淸流의 영수였고, 老少論의 당쟁 와중에서 蕩平을 표방한

것으로 보아 만일 이 시에 우의성을 담는다면 미물들의 소란스러움까지 겪고 있는

현실에 대한 내면적인 안타까움을 표현한 것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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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칩 (驚蟄)

이십 사 절기의 하나. 우수(雨水)와 춘분(春分) 사이에 들었으며, 양력 3월 5일경이다. 겨울잠을 자던 벌레, 개구리 따위가 깨어 꿈틀거리기 시작한다는 시기이다. 경칩은 땅 속에서 동면을 하던 동물들이 깨어나서 꿈틀거리기 시작하는 무렵이다.

식물도 또한 완전히 겨울잠에서 깨어난다. 이때부터 농촌의 봄은 바야흐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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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노트 ▼--------------------------

雨水 驚蟄에 대동강 물이 풀린다는 속담도 있다. 겨울의 음기를 벗어나

모든 삼라만상이 양기의 밝은 기운으로 퍼져간다.

어린 새싹들이 몽글몽글 지상으로 솟아나고 , 나뭇가지들도 살아 숨 쉬는 듯 스멀스멀 윤기를 반짝이게 한다. 싱싱한 봄기운의 잔잔한 내음이

풍겨지고 있다. 동면에서 깨어난 개구리들의 모습은 아직은 못 보았지만

곧 지상으로 도약하는 생명력을 뿜어내리라. 시끄러운 세상에 잠시 눈을 감고 이제 지상에 퍼질 은은한 생명력의 힘찬 약동에 삶의 희망을 가져본다.

驚蟄을 소재로 한 작품들은 많았지만 시제로 취한 작품이 하나뿐만 보이는 것 같아 옮겨 보았다. 樞緘 (추함)이란 단어의 의미와 용례가 별로 보이지 않아 <한국고전번역원 자문 서비스>에 온 라인으로 신청하여 도움을 받아 풀이를 하였다. 간단한 어구나 단어에 대해서는 전화, 메일까지 보내주는 그 정성에 깊은 고마움을 가졌으며, 지식을 함께 공유하며 나누는 그 터전의 광장이 있다는 것에 마음 뿌듯함을 가졌다.

지상에 퍼질 그 시끄러운 봄의 교향악이 희망으로 다가오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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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 제공(蔡濟恭) -----------------------------

1720년(숙종 46) -1799년(정조 23)

李滉 ,許穆, 李瀷을 이은 南人 淸流의 영수이며, 老少論의 당쟁 와중에서 蕩平을 표방한 英祖와 正祖의 신임을 받았던 분이다.

특히 思悼世子의 보호에 앞장선 것이 인정되어 正祖로부터 특별한 대우를 받았고,수원 화성 축조와 사도세자의 능(顯隆園) 건설의 총책임자 노릇을 하였다.

수년 동안 독상(獨相, 한 정승이 다른 정승의 업무를 겸함)으로 혼자서 정승을 지내며 국정을 살폈던 분으로 24세 (영조 19 1743)에 庭試文科에 합격을 시작으로

여러 가지 요직을 거친 분이었다.

그가 세상을 떠난 후에 정조는 시호를 ‘文肅’으로 내려 주었으며

正祖가 御定凡例를 내려 문집을 간행해 주도록 명령을 하기도 하였다.

조선 왕조 실록에는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상이 즉위한 지 이미 오래인지라 더욱 탕평의 정사에 힘써 무신년에는 어필(御筆)로 친히 그에게 정승을 제수하고 인하여 윤음(綸音)을 내려 제신들을 밝게 하유함으로써 감히 다시는 다투지 않았다. 이로부터 은우(恩遇)가 날로 융숭하여졌고, 그 사이에 또 독상(獨相)도 수년을 지냈으니, 대체로 백년 이래 처음 있는 일이었다. 글을 짓는 데는 소(疏)·차(箚)에 뛰어났고, 일을 만나서는 권모 술수 쓰기를 좋아하였다. 외모는 거칠게 보였으나 속마음은 실상 비밀스럽고 기만적이었다. 매양 연석(筵席)에 올라서는 웃고 말하고 누구를 헐뜯거나 찬양하는 데 있어 교묘하게 상의 뜻을 엿보았고, 물러가서는 상의 총권(寵眷)을 빙자하여 은밀히 자기의 사적인 일을 성취시키곤 하였다. 상은 매양 그를 능란하게 부리면서 위로하여 돌보아주고 누차 널리 포용해주었다. 그런데 사술(邪術)<천주교> 이 널리 퍼짐에 미쳐서는, 상이 사교도들의 마음을 고쳐 귀화시킬 책임을 일체 그에게 위임했으나, 그는 사교에 연연하여 흐리멍덩한 태도로 은근히 사당(邪黨)을 비호하다가 끝내 하늘에 넘치는 큰 변이 있게 만들었으니, 《춘추》 의 의리로 논한다면 먼저 치죄하는[先治] 율(律)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전교하기를,

“저녁부터 새벽까지 백성을 걱정하는 한 생각뿐이었는데, 이제 채제공 이 별세했다는 비보를 들으니, 진실로 그 사람이 어찌 여기에 이르렀단 말인가. 내가 이 대신에 대해서는 실로 남은 알 수 없고 혼자만이 아는 깊은 계합이 있었다. 이 대신은 불세출의 인물이다. 그 품부받은 인격이 우뚝하게 기력(氣力)이 있어, 무슨 일을 만나면 주저없이 바로 담당하여 조금도 두려워하거나 굽히지 않았다. 그 기상을 시(詩)로 표현할 경우 시가 비장하고 강개하여, 사람들이 연조 비가(燕趙悲歌)의 유풍이 있다고 하였다. < 조선왕조실록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