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눈 위에 쓴 편지(雪中訪友人不遇)---------------------------
-----눈 속에 벗을 찾아갔다가
만나지 못하고--
이 규보(李奎報, 1168-1241),
雪色白於紙 擧鞭書姓字
설색백어지 거편서성자
莫敎風掃地 好待主人至
막교풍소지 호대주인지
눈빛이 /종이보다/ 더욱 희길래
채찍 들어 /내 이름을/ 그 위에 썼지.
바람아 /불어서 /땅 쓸지 마라/
주인이/ 올 때까지/ 기다려주렴.
♠ 백어지(白於紙): 종이 보다 희다. / 편(鞭): 채찍. / 막교(莫敎): 하여금 ~하지 않도록 하 게 해다오./ 소지(掃地): 땅을 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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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민 교수 감상평설>----------------------
눈 길 어렵사리 친구 찾아 왔더니 마실 가고 없다. 멍하니 섰자니 발길 한번 닿지 않은 눈 자리가 흰 종이인양 깨끗하다. “나 왔다 가네. 오늘 같은 날은 집에 좀 있질 않구서. 쯧쯧쯧.” 채찍을 들어 눈밭 위에 이렇게 써놓고 발길을 돌린다. 올려다보면 푸르게 시린 겨울 하늘, 이따금 눈보라는 말발굽을 휘감고 지나간다. 바람아 조금만 잠잠해 다오. 주인이 돌아와 내가 남긴 편지를 읽을 때까지 만이라도.
마실- 마을/ < 충청. 전북, 경남 사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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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상을 위한 <백촌> 교실 ♣-----------------------
<구조분석>--------------
< 1 행 >-- 눈빛의 모습-서경
< 2 행 >-- 글씨를 씀-- 행위--- 백설의 정경
< 3 행 >-- 바람에게 당부
< 4 행 >-- 당부한 이유-- 지은이의 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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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상 >-----------------------------
눈이 부실 정도로 하얀 눈-- 종이보다도 더욱 희다. 그런 눈 위에 동심으로 돌아가 무언가를 쓰고 싶은 시인의 마음이다. 깊은 겨울 속에 동화된 시인의 마음이다. 그런데 왜 채찍으로 이름 석 자를 쓰고 왔을까. 찾아갔던 마음의 친구가 마침 없었기에
왔다가 돌아갔다는 흔적을 남기려는 시인의 마음이다. 바람에게 당부를 한다.
그 친구가 왔을 때 기다리다가 돌아갔다는 마음의 전달을 하고 싶은 지은이의 마음이다.
바람에게 당부하는 시인의 간절한 마음속에는 백설보다도 더욱 순결하고 포근한 우정이
흐르고 있는 듯하다. 만나지 못한 친구에게 다녀갔음을 전달해주는 그 기발한 시상이
매우 뛰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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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리듬처럼 읽어보자
雪色/白於/紙 擧鞭/書/姓字 221--212의 리듬
莫敎/風/掃地 好待/主人/至 212--221의 리듬
• 중심어--雪色/書/風/好待/
눈빛에/ 글씨를 쓰고/ 바람에게 당부한다/ 기다림
친구에게 기다림의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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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어>의 이해 ------------
◄ 雪色 : 눈의 빛. 눈같이 흰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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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론(詩論) 펼치노라니/ 눈빛이/ 날리도다 / 論詩 /雪色/ 飛
• 차가운 산 /눈빛이 /그림같이 /청결한지라 / 寒山/雪色/淸如/畫
• 마을 드무니 /눈빛이/ 많도다 / 村稀/雪色/多
• 눈빛으로 /창문이/ 밝은 줄/ 모르고 / 不知/雪色/誤/窓明
• 눈빛 /종이 위에/ 붓이 /나는 듯 / 雪色/蠻牋/筆如/飛
• 눈빛처럼 흰/ 고운 비단 치마 /밟아 /터졌네 / 踏破/香紈/雪色/裙
※ 7 언시는 4 음보로 리듬을--- 2212나 2221로 호흡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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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白於 : 형용사+ 비교격 < 〜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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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리털은 백로보다 더 희네 / 頂絲白於鷺
• 복사꽃이 비단처럼 붉을 줄은 몰랐거니와,
• 버들개지가 솜보다 흰 것은 가증스럽네.
〔不分桃花紅似錦 生憎柳絮白於綿〕< 두보시>
• 높직한 폭포는 눈보다 더 하얗고 / 懸泉白於雪
• 아낙네가 켠 고치실은 옥보다 하얗구려 / 野婦繰絲白於玉
• 고사리보다 연하고 서릿빛보다도 희구려 / 軟於薇蕨白於霜
• 북방의 눈은 옥가루보다 더 희어라 / 朔雪白於屑< 고전번역원 자료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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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석의 방법을 체득하기 위하여 인용.
♦ 於의 다른 용법---------------------
① 처소(處所), 시간(時間) : ∼에, ∼에서, ∼까지, ∼로.
② 대상(對象) : 에, ∼에 대하여, ∼에게.
③ 출발(出發), 유래(由來) : ∼으로부터.
④ 목적격(目的格) 조사(助詞) : 명사를 타동사의 목적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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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擧 鞭-- 채찍을 들다.
鞭 채찍 편
㉠채찍, 회초리 ㉡채찍질하다, 매질하다 ㉢형벌 이름 ㉣대의 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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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찍 들고 자주자주 고개 돌린다 / 擧鞭時復首回頻
• 때로 채찍 들어 새 같이 빨리 달리네 / 擧鞭時送疾禽飄
• 채찍을 들고 성명을 써 두니 / 擧鞭書姓字
• 종아리 세 번 때렸어라 / 擧鞭而三笞
• 멀리 청산 봉우리 헤이며 자주 말채찍을 들다 / 遠數靑山頻擧鞭
• 말께 올라 보슬 눈 흰 데를 밟으며 가고 / 跨馬行衝微雪白
채찍 들고 푸른 봉우리들을 읊으며 세어보네 / 擧鞭吟數亂峯靑
• 편(鞭) 이라는-유호인(兪好仁, 1445-1494)의 시--------
枯藤爲柄革爲垂 一着能令馬自馳
고등위병혁위수 이착능영마자치
祗解策他迷策己 前脩正軌孰能追
지해책타미책기 전수정궤숙능추
등나무 손잡이에 가죽을 드리워서
채찍질 한번이면 말이 절로 내달린다.
남 때릴 줄만 알고 제 채찍질 어두우니
선현의 바른 법도 누가 능히 따르랴. < 정민 교수 번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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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莫敎: 하여금 ~하지 않도록 하게 하라
• 莫: 해서는 안 된다. 하지 마라로 해석. 부사=不要와 같음
• 莫-아무(것)도 …하지 않다 /아니다. 못하다./혹시 …인가. 설마 …인가. <추측이나 반문을 나타냄>.
※ 敎- 〜로 하여금 하게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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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좋은 모임을/ 뜸하게 /갖지 말지어다 / 良會/莫敎/稀
• 객이 와서/ 속세의 일/ 말하지 말게 하오 / 客來/塵事/莫敎/談
• 이삭의 생활 세월만 보내지 말게 하오시라 / 莫敎/離索/度/流年
※ 이삭(離索) : 이군삭거(離群索居)의 준말로, 벗을 떠나 혼자서 외롭게 사는 것을 말한다. 《禮記 檀弓上》
당시(唐詩) 이주원(伊州怨)에 “꾀꼬리를 일으켜 가지 위에 울게 말라. 울 때엔 첩의 꿈 깨어, 요서에 가지 못한다.[打起黃鶯兒莫敎枝上啼啼時驚妾夢不得到遼西]”에서 나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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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시 (漢詩)의 기본 학습 1 > ▶
♣ 한시의 종류 -------------------------------
구분 |
종류 |
자수 |
구수 |
글자 수 |
특징 |
古體詩 |
고시 古詩 |
4 언 |
제한 무 |
압운은 약간 제한. 평측은 무 | |
5 언 |
제한 무 |
||||
7 언 |
제한 무 |
||||
악부 樂府 |
잡언 잡언 |
제한 무 |
4 언 4 구의 형식도 있음 | ||
7 언 |
제한 무 |
||||
近體詩 |
절구 絶句 |
5 언 |
4 구 |
20자 |
압운. 평측 제한 엄격. |
7 언 |
4 구 |
28자 | |||
율구 律句 |
5 언 |
8 구 |
40자 | ||
7 언 |
8 구 |
56자 | |||
배율 排律 |
5 언 |
12 구 |
60자 |
율시의 확장. | |
7 언 |
12 구 |
84자 |
♣ 한시의 운율---------------------------
한시는 그 음률의 아름다움을 특히 중히 여겨,
일정한 형식과 규칙(중국어의 특성에 맞게 이루어져 있음)에 따라 짓게 되어 있다.
(1) 각 구는 일정한 낱말 수를 갖추어야 한다. --- 음수율 ((音數律)
(2) 정해진 구의 끝 글자는 같은 운에 딸리는 글자를 넣어야 한다. --- 음위율 (音位律)
(3) 구 속의 각 글자는 평측에 맞게 배정되어야 한다. --- 음성률 (音聲律)
(4) 한 수의 시는 일정한 구수를 따라야 한다. --- 시행률 (詩行律)
♣한시의 4 성 ----------------------------------
사성 |
장단 |
고저 |
경중 |
평측 |
평성 平聲 |
가장 짧다 |
낮음 |
가볍다 |
평 |
상성 上聲 |
가장 길다 |
높음 |
무겁다 |
측 |
거성 去聲 |
다음으로 길다 | |||
입성 入聲 |
다음으로 짧다 |
평성은 짧고 가볍고 낮은 경쾌한 소리이다
측성은 평성보다 는 길고 묵직하면서 높은 중후한 소리이다
한자음의 한글 받침이 ㄱ, ㄹ, ㅂ 인 글자는 입성자이다. 예를 들면 絶. 學, 業
♣ 한시 각구(各句)의 명칭 -------------------------------
(1) 절 구( 絶句 )
제1구 : 기구(起句)[발상] 단계; 시상을 불러일으킴
제2구 : 승구(承句)[전개 단계]; 기구를 이어받아 시상을 확대 발전시킴-서경
제3구 : 전구(轉句)[전기·비약 단계]; 시상에 변화를 주어 전환시킴
제4구 : 결구(結句)[총괄 단계]; 전체의 시상을 주제 속에 담아 마무리 지음-서정]
(2) 율시( 律詩)
1· 2구 : 수련(首聯)/ 3· 4구 : 함련(頷聯)
5· 6구 : 경련(頸聯)/ 7· 8구 : 미련(尾聯)
(3) 배율 (排律)
1.2구 기련(起聯) 3.4구 함련(頷聯) 5.6구 경련(頸聯)
7.8구 복련(腹聯) 9.10구 후련(後聯) 11.12구 미련(尾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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