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題任實郡公館 -제 임실군 공관---------
임실 공관 벽에 쓰다
김 약수 (金 若水)
노목이 우거진 옛 시내에 와 보니
집집마다 푸성귀로 배조차 못 불리네.
산새는 근심 겨운 백성 맘도 모른 채
다만 그저 숲 속 향해 마음껏 노래하네.
老木荒榛來古溪 家家猶未飽蔬藜
노목황진래고계 가가유미포소려
山禽不識憂民意 惟向林間自在啼
산금불식우민의 유향임간자재제
-김약수( 金若水 ), 〈임실 공관 벽에 쓰다(題任實公館)〉
황진(荒榛): 거칠고 무성함./ 소려(蔬藜): 푸성귀와 명아주풀./ 자재(自在): 자유롭게 아무 걸림이 없는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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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민교수 님 감상 평설>----------------------------------------
흉년 든 임실로 시찰 차 왔다. 숲은 무성하고 덤불만 우거졌다. 기근 든 백성들은 푸성귀로도 배를 불릴 수가 없다. 누렇게 황달이 들어 참혹하다. 저 철딱서니 없는 산새만 온종일 푸지게 운다. 이쪽은 배고파서 울 힘조차 없는데, 무슨 봄날이 저리도 신나는지 하루 종일 조잘댄다. 쉴 새 없이 떠들어댄다. 힘없이 누운 백성들 모습이 안쓰러워 공관의 빈 벽에다 낙서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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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상을 위한 <백촌> 교실 ♣-----------------------
정민 교수님께서는 원문의 무엇을 바탕으로 하신 것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고전 번역원 자료 <동문선 원문에는 다음처럼 다르게 표현되어 있다. 내용에는 크게 변화가 없다.
늙은 나무 거친 개암 옛 개울을 덮고 / 老木荒榛夾古蹊
집집마다 나물로도 오히려 배 못 불리네 / 家家猶未飽蔬藜
산새는 군수의 백성 걱정한 뜻을 모르고 / 山禽不識憂民意
그저 숲 사이에서 마음대로 지저귀네 / 唯向林閒自在啼 <고전 번역원 자료 인용>
◆ 신증동국여지승람 제39권 전라도(全羅道) 임실현(任實縣) 【제영】편의 풀이는 다음과 같다
“노목과 황량한 개암나무 시내를 끼고 있고,
집집마다 소채와 명아주로도 배를 채우지 못하네.
산새들은 백성을 근심하는 나의 뜻을 알지 못하고
수풀 사이에 여유롭게 지저귀도다.”
※ 비교 차이---------------------------------
< 정> 來古溪 <고> 夾 古蹊
< 정>惟向林間 <고> 唯向林閒
신증동국여지승람 제39권 전라도(全羅道) 임실현(任實縣)
【제영】편에도 한자들이 다르게 표현되었다.
夾 溪 猶向 間 등으로 표기되어 있다.
시의 제목도 정민교수님과는 다르다. 동문선 원문에는<題任實郡公館> 이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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溪 시내 계 ㉠시내 ㉡시냇물 ㉢산골짜기
夾 낄 협 ㉠끼다 ㉡좁다 ㉢가깝다
蹊 좁은 길 혜,
㉠좁은 길 ㉡지름길 ㉢지나다
惟 생각할 유
㉠ 생각하다, 사려하다(思慮--) ㉡늘어 세우다 ㉢마땅하다, 들어맞다 ㉣~이 되다 ㉤오직, 오로지 ㉥ 생각건대
唯 ㉠오직, 다만 ㉡비록 ~하더라도 ㉢ 때문에
間 閒의 俗字임 閒 은 틈 한 /한가할 한 /쉴 한/ 조용할 한 /사이 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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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閑 .間 .閒 .의 차이
인생의 막차를 타고 이제사 눈을 뜨고 있는 여든 향해 가는 필자에게는 간단한 것 같지만 빠지면 빠질수록 온통 의문의 안개 속에서 헤어 나오지를 못하고 있다.
정민 교수님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들르신 서예에 정열을 다하고 계시다는 이병국 선생님께서도 이런 한자의 혼돈을 겪고 계시는 것 같다. 이 병국 선생님께서는
<한가할 한> 자가 <사이 간>자로 많이 나와 있는데
어느 글자가 정확한 지 알고 싶어 질문을 드린다고 하셨다. 교수님의 시를 처음 읽었을 때는 그냥 그대로 지나쳤던 문제였다. 다시 자료를 찾고 필자 나름대로의 결론을 얻었다.
閑 이 <한가하다 / 틈 >의 의미를 지니고 있을 때는 이 글자가 閒 과 같은 의미로 쓰인다. 그러나 閒에는 틈 한 /한가할 한 /쉴 한/ 조용할 한 이외에 <사이 간> 으로도 쓰임으로 이런 의미에서 閒은
間과 같다. 그런데 間은 閒의 속자이라고 한다. 필자가 조사한 바로는 閒을 쓴 것보다는 단연코 間이 더 많았다. 즉 <속자>가 더 많이 쓰였다는 이야기이다.
동문선 자료에는 분명히 閒으로 쓰여 있었다.< 사진 그림 참조>
너무도 배우는 것이 늦은 나이인지라 늘 제한된 배움 인지라 한문에 전문가도 아닌 필자가 혼자서 속을 태워가며 배움의 길을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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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가 찾아본 한자 노트---------------------
閑 마구간 한 /막을 한 /닫을 한/ 틈 한 /한가할 한 /익을 한 /클 한/
閑官 閑職 閑談- 閑話 閑放- 근심 걱정없이 방심함
閑緩 느림 閑靜 한가히 살며 마음 편함 閑職 한가한 벼슬자리
閑閑- 남녀 구별 없이 왕래하는 모양. 동요하는 모양. 넓고 큰 모양. 조용하고 침착한 모양 閑華- 한아하고 화려함 閑雅- 얌전하고 우아함 한적하고 아취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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閒 틈 한 /한가할 한 /쉴 한/ 조용할 한 /사이 간
※ 間은 閒의 俗字임
閒暇 할 일이 없음 틈이 있음 나라가 태평하여 조용함
閒隙 한가한 틈. 겨를 閒談- 쓸데없는 이야기 閒步 한가히 산보함
閒雅 점잖고 품위가 있음 閒遊 한가히 놂 閒靜 한가하고 고요함
閒況 한가한 형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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間 사이 간 /틈 간 /들어갈 간/ 요마적 간/ 염탐군 간/
엿볼 간 /번갈아들 간 /헐뜯을 간/ 이간할 간/ 막을 간 /섞일 간/ 간여할 간 /나을 간 /잠시 간 /간간이 간 /몰래 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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間刻 간살. 간격 間介 좁은 길 間隔- 물건 사이의 거리
間關 길이 험하여 걷기에 힘든 모양. 수레 굴러가는 소리. 새가 지저귀는 소리
間路 샛길 間歲 한해를 거름 間執 막음. 못하게 함 間或 이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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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조 분석>------------------------
老木/荒榛/來/古溪 2-2-1-2
家家/猶 /未飽/蔬藜 2-1-2-2
山禽/不識/憂/民意 2-2-1-2
惟向/林間/自在/啼 2-2-2-1 4 음보의 리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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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 교수님께서 늘 하시던 말씀처럼 5 언 시는 3 음보, 7 언 시는 4 음보의 리듬이 풀이에도 맛을 느낀다. 한시를 그냥 설명처럼 풀이해 시의 맛을 잃게 하는 해석들이 참 많음에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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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용 이해>----------------------------------------
고려시대의 시인인 것 같은데 지은이의 구체적인 경력을 지금으로서는 전혀 알 수 없어 감상의 어려움이 있다.
임실로 민정 시찰을 나와 배고픔에 허덕이며 초근목피로 삶을 영위해 나가는 고 달픈 백성들을 보면서 지은이의 깊은 안타까움을 담고 있는 작품인 것 같다.
궁벽한 깊은 산골 가난하게 꾸려가는 비참한 삶의 모습 그 현장을 바라보는 지은이의 심정은 통탄스럽다. 아무것도 모르고 산속을 울어대는 저 산 새소리가 더욱 더 지은이의 마음을 노엽게 하고 있다. 민심을 똑바로 보고 민정을 바로 보는 그 당시 위정자들에게 일침을 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 1 행 >--- 궁벽한 산골짜기의 모습---- 서경
< 2 행>--- 깊은 가난 속의 백성 모습--- 서경
눈물겨운 가난이요, 삶의 고통이다. 절망적인 가난
이 런 실상을 바라보고 있는 화자의 내면적인 통곡이 스며있다.
< 3 .4 행>--- 산새 울음에 대한 원망--- 서정
외면적으로는 산새 울음에 대한 원망스러움이지만
내면적으로는 백성들을 깊이 걱정하고 있는 화자의 마음이다.
주제는 한 마디로 애민이다. 위정자의 한 사람으로서 백성을 생각하는
아픈 마음이 담겨 있다. 어떻게 저 가난한 백성들을 초근목피에서 벗어나게 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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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어의 이해 -----------------------------
황진(荒榛): 거칠고 무성함.
榛은 ㉠개암나무(자작나뭇과의 낙엽 활엽 관목) ㉡덤불 ㉢초목이 무성(茂盛)한 모양 ㉣잡목의 숲 ㉤우거지다
荒唐-언행이 거칠고 주책없음. 荒涼- 황폐하여 쓸쓸함 荒僻- 僻村 荒陬
荒毁-망가지고 깨어짐 荒殘-거칠고 잔약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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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친 숲 엉킨 풀이 높은 언덕을 덮었는데 / 荒榛蔓草蔽高丘
⦁ 우거진 잡목과 잡초 속에 떨어져 / 行墮荒榛暗莽中
⦁ 길이 우거진 숲 속으로 들어가니 해지는 것 겁나는데 / 路入荒榛怯日斜
⦁ 오가는 길이 아직도 황무하구려 / 客路尙荒榛
⦁ 거친 개암나무 헤치기 어려우나 / 荒榛撥難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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古蹊: 옛 오솔길
蹊 좁은 길 혜 ㉠좁은 길 ㉡지름길
☆ 고전번역원의 번역은 계蹊를 쓰고도 <옛 개울>로 번역을 하였다.
溪와 착각을 한 것이 아닐까. 동문선에는 분명히 蹊로 되어 있는데.
古溪의 용례는 다수 보이나 古蹊의 용례는 별로 보이지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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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쾌하게 먼 골짝 길 밟아 / 爽然涉脩蹊
⦁ 기약과 말 없어도 절로 길이 생기리라 / 不期無語自成蹊
⦁ 꽃은 오솔길에 가득 술은 잔에 가득 / 花滿幽蹊酒滿巵
⦁ 온갖 풀은 그윽한 오솔길 덮고 / 衆草沒幽蹊
⦁ 다른 날에 그윽한 오솔길 찾으리라 / 他日款幽蹊
⦁ 흰 구름의 그림자 담긴 차가운 옛 시내요 / 白雲涵影古溪寒
⦁ 황량한 마을인데, 옛 시내 있네 / 荒村有古溪
⦁ 만고에 시냇물은 졸졸 그칠 줄을 모르고 / 萬古溪聲流不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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蔬藜 :푸성귀와 명아주 풀
나물 소 ㉠나물 ㉡푸성귀
명아주 려 ㉠명아주(명아줏과의 1년초)
소려 蔬糲: 채소와 현미 거친 현미밥 동음이의어이다.
쓰인 용례가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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林閒 과 林間 : 숲 사이 숲 속
음은 두 가지 전부 임간으로 읽어야 한다. 閒은 <사이 간>으로 쓰였다. 한가하다로도 쓰이기도 한다. 여기서는 間과 같은 사이를 말한다. 間은 閒의 속자라고 한다. 林閒으로 쓰인 용례보다는 林間으로 쓰인 용례가 더 많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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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林間으로 쓰인 용례
눈 쌓인 숲 속엔 새들도 지저귀었네 / 林間叫雪禽
성긴 나무에 등라(藤蘿)가 얽힌들 무방하리 / 未害踈林間綠蘿
누가 숲속에서 푸른 잎 하나를 따다가 / 誰摘林間一葉靑
숲새에 퍼런 것은 도깨비 불인가 / 鬼火林間碧
수풀 사이 보일락말락 몇 집이나 되노 / 林間出沒幾多屋
숲 사이의 봉의 꼬리는 고사리 순이 늦어가고 / 林間鳳尾蕨芽老
다만 숲 속에서 노파가 떡을 굽는다 / 只有林間婆餠焦
석양 대숲 사이에 새 우는 소리 / 夕陽啼鳥竹林間
소나무는 숲 사이서 소리를 홀로 내누나 / 松樹林間聲韻襲
춤추듯 나는 것은 숲 속의 경색이요 / 飛舞林間色
숲 사이에 험한 돌길을 다니고 / 林間行犖确
⦁ 부질없이 숲 사이 경치를 생각하니 / 謾憶林間勝
⦁ 그대 숲 사이 늙은이를 찾아 주려는가 / 爾能來訪林間叟
⦁ 늙은 회포 숲 속에 누워 있고자 한다 / 老懷猶欲臥林間
⦁ 숲 속의 여우와 토끼 잡아 없애려 함이렷다 / 欲使林間狐兔無
⦁ 주인은 떠나고 없는 숲 사이의 낡은 집이요 / 林間老屋流亡外
⦁ 숲 사이엔 새와 참새 재잘대네 / 林間鳥雀喧
⦁ 숲 속의 새는 털을 떨어뜨렸네 / 林間鳥墮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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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林閒으로 쓰인 용례
⦁ 임간에 자재한 신선보다 못한 줄을 / 未及林閒自在仙
⦁ 새벽에 숲 속에서 줍노니 이슬이 채 마르지 않았네 / 曉拾林閒露未乾
⦁ 괴이한 올빼미는 숲 사이에 우는구나 / 怪梟飛鳴於林閒
⦁ 다만 숲 속에는 원숭이와 학이 있어 놀라네 / 只有林閒猿鶴驚
⦁ 숲이 잠잠하니 아무 소리도 없고 / 林閒籟歸寂
⦁ 수풀 한가하니 고요한 가지 있고 / 林閒有靜柯
⦁ 들길은 가늘게 고목나무 사이로 갈렸구나 / 野逕細分喬林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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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여담☆---------------------------------------------
<<안녕하십니까!
서예를 열정적으로 공부를 하고있는 이병국입니다
영인본을 확인하고 싶은 한시가 있어 문의를 드립니다
김약수 선생시 "제임실공관"이라는 한시인데 결부분에
한가할 한 자가 사이간자로 많이 나와있는데
어느 자가 정확한지 알고 싶어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항상 앞날에 무궁한 발전과 건강이 함께 하시길 기원합니다
김약수(金若水)
늙은 나무 거친 개암 옛 개울을 덮고 / 老木荒榛夾古蹊
집집마다 나물로도 오히려 배 못 불리네 / 家家猶未飽蔬藜
산새는 군수의 백성 걱정한 뜻을 모르고 / 山禽不識憂民意
그저 숲 사이에서 마음대로 지저귀네 / 唯向林閒自在啼
이 병국 올림>>
오랜만에 정민교수 님 홈페이지에 들르니 779 번 <영인본 확인> 글을 읽고 얼마나 답답하시기에 질문을 올렸을까를 생각하며 늘 20% 부족한 한문 지식으로 다시 공부도 할 겸 깊은 관심이 있어 내 블로그에 그 해답을 담아 보았다. 마침 이 시는 정민 교수님께서 번역을 하셔서 올리신 글이기도 한다. 처음 읽을 때는 잘 몰랐는데 서로 다른 표기의 모습이 많이 보였다. 그리고 내 블로그에 정민 교수님 글을 공부하면서 올리다가 제 선조님들의 작품에 매달리느라고 미루었던 글이다.
이 런 문제는 한문학을 전공하시는 분들의 문제라고 생각하면서도 30 여 년 간을 국어로 몸 담았던 내 작은 노력을 이제 팔순을 향해 달려가는 황혼과 같은 인생이 한 번 날개를 저어본다. 서예의 길에 열정을 다하시고 계시다는 그 분에게 조그마한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배워야 할 것이 진정으로 많은 늙은이에게도 오월의 연한 녹색의 빛이 내 잠을 깨운다. 내 작은 노력을 기울이게 해 주신 이병국 선생님께 진정으로 감사를 드린다. 오롯하신 이 병국 선생님의 겸손하심에도 경의를 표한다. 서로 힘을 보태면 살아가는 이 세상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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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블로그를 읽어 주신 모든 분께 하늘마음으로 감사를 드린다.
녹색의 짙어지는 향기에 늘 밝은 희망들이 이루어지시기를
두 손 모아 빕니다. ----------------- 블로그 작성자 백촌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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