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棄官歸鄕〈벼슬을 버리고 고향을 돌아가며〉
-고향에서-
신 숙(申淑)
<?∼1160(의종 14)>
고려 의종시대. 高靈人
明經과 합격.御史雜端
右諫議 知樞密院事
知門下省事 參知政事
耕田消白日 採藥過靑春
경전소백일 채약과청춘
有山有水處 無榮無辱身
유산유수처 무영무욕신
밭 갈다 흰 날 보내고
약 캐며 청춘 지났네.
산 있고 물 있는 곳
영예도 오욕도 없는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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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전(耕田): 밭을 갈다. / 소백일(消白日): 밝은 날을 보내다.
영욕(榮辱): 영예와 오욕./ 기관(棄官): 벼슬을 버리다.
밭갈며 세월을 그리 보내고
약 캐다 청춘은 지나가리라.
산 있고 흐르는 물이 있는 곳
영화도 치욕도 없는 몸일세.< 정민 교수의 또 다른 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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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교수 감상 평설>----------------------------
밭에서 땀 흘리다 보면 하루가 또 간다. 틈틈이 산에 올라가 약초를 캔다. 불끈불끈 솟곤하던 청춘의 꿈도 산 위에서 내려다보면 떠가는 구름일 뿐이다. 산은 변함이 없고, 물은 그칠 뉘 없다. 항상된 것들 속에 영욕빈천을 다 떠내려 보내고, 내가 산이 되고 내가 물이 되어 산다. 젊은 날엔 늘 산 너머로 날려가던 흰 구름 보며 떠나고픈 생각뿐이었다. 뒤늦게 벼슬길 되돌아서 돌아온 고향이 참 따뜻하다. 안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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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상을 위한 <백촌> 교실 ♣-----------------------
< 구조 분석>------------------------
耕田/消/白日 採藥/過/靑春 < 212-212>
有山/有水/處 無榮/無辱/身 < 221-221>
밭 갈다 /흰 날/ 보내고
약 캐며 /청춘 /지났네.
산 있고/ 물 있는/ 곳
영예도 /오욕도 없는/ 몸.< 5 언시이므로 3 음보의 리듬>
< 1 행>-- 경전-밭갈이의 생활
< 2 행>-- 채약- 약초 캐는 생활---- 자 연속에서 생활
< 3 행>--- 산수의 정경-- 무욕의 경지
< 4 행>--- 세속 초탈의 자아---- 서정적 자아의 안온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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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상>-----------
청렴ㆍ근검하고 충직한 성품을 지닌 지은이가 고려 의종 때 환관정치의 어두운 정치 현실을 탈피하여 의도적으로 벼슬길을 내버리고 아름다운 산수에 동화되어
밭 갈며, 약초 캐고 하는 생활 속에서 모든 세속적인 경지를 초월한 안온한 느낌이 드는 시이다. 모든 영화와 오욕들을 내버린 서정적 자아의 힘이 넘치고 있다.
관직을 스스로 버리는 그 용감하고 적극적인 행동 속에는 진정으로 아무런 욕심도 없이 순후한 정신으로 살아가는 참된 자아의 모습이 반영되어 있다. 산처럼 살아가고 물처럼 살아가는 의젓한 삶의 모습이 보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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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어의 이해 -----------------------------
◄ 棄官歸鄕: 관직을 버리고 고향으로 돌아감
• 비위는 맑아서 필경 벼슬 버리고 돌아오리 / 脾淸畢竟棄官來
• 벼슬을 버리면 어버이 뜻에 어길세라 / 棄官豈養志
• 벼슬을 버린 것이 아니라 벼슬에서 쫓겨나니 / 出官非是棄官歸
• 관직을 내버린 채 기어가는 게 / 棄官匍匐
• 辭以母老。棄官歸鄕
• 廉退不求宦達。棄官歸鄕里
• 吏曹正郞吳健。棄官歸鄕
• 栗谷將棄官歸鄕
• 見時政昏亂, 遂棄官歸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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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린다는 행위 그것은 진정으로 용기 있는 행위이다. 자아의 순정한 정신을 찾아가는 하나의 길인지도 모르겠다. 나라의 혼돈스러운 정치가 싫어서 버리기도 하지만 부모를 위한 효심 때문에 버리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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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白日 : 구름이 끼지 아니함. 밝은 해. 대낮
한낮 빛나는 해. 맑은 날
쨍쨍 비치는 해/ 대낮 백주 구름이 안 낀 날- 嫌疑가 풀림의 비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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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白---- 흰 백/ 밝을 백/ 깨끗 할 백/ 맑은 술 백/
술잔 백/ 흘겨볼 백/ 사뢸 백/ 해 백.
白蕖- 흰 연꽃/ 白果- 은행/ 白鷗- 갈매기/ 白徒- 일에 미숙한 사람.
白礫- 흰 조약돌/ 白眉- 여럿 가운데 뛰어남. 白白地- 헛되이
白鬢- 흰 귀밑털/ 白煙- 흰 연기 白屋- 초가. 가난한 집 白雨- 소나기
白楡- 느릅나무/ 白梃- 막대기/ 白酒- 막걸리 白晝- 대낮 白痴- 바보
白暈- 흰 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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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소(館所)의 가야금 소리 대낮에 한가하고 / 鈴閣弄琴閑白日
• 책을 베고 낮잠 한숨 늘어지게 자고 나서 / 枕書眠白日
• 태양도 빛을 잃어 참담한 하늘과 땅 / 乾坤慘慘白日昏
• 푸른 하늘 밝은 태양 볼 길이 막막한 채 / 靑天白日何由覩
• 밝은 햇빛 되돌리기 어렵게 되었구려 / 白日難回光
• 대낮에도 뛰쳐 나와 못된 짓 일삼누나 / 白日騁妖昏
• 누구나 인정하는 청음의 재조 / 淸陰才調懸白日
• 청천백일(靑天白日)
<푸른 하늘의 밝은 태양> 밝고 맑은 한낮을 말하는데, 꺼림칙한 구석이 전혀 없는 결백한 상태를 뜻한다.
맑게 갠 대낮./ 뒤가 썩 깨끗한 일./
원죄가 판명되어 무죄가 되는 일 등의 의미가 있다.
• 白日 이 들어간 시 한 편-----------------------
靑山 一 白屋(청산일백옥) 푸른 산에/ 하얀 집 /한 채
人少 病 何多(인소병하다) 찾는 이/ 드물고 /병은 어찌 많은가
浩愁 不可 極(호수불가극) 한없이 /많은 근심/ 끝이 없구나
白日 生 秋花(백일생추화) 한낮에도 /가을꽃은 /피어나네.
<病愁---- 한용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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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無榮無辱 :영화 (榮華)와 치욕 (恥辱)
榮華- 초목이 무성함. 몸이 귀하게 되어서 이름이 남.
恥辱- 수치 (羞恥)와 모욕 (侮辱).
• 영화로움도 욕스러움도 없는 하나의 내버린 재목일세 / 無榮無辱散樗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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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시인에 대한 기록들 모음
♣신숙(申淑)-( ?-1160)
1. 인종 공효대왕 (仁宗恭孝大王二) 병인 24년(1146)
※인종- 고려17 대 임금(1109-1146), 재위:1122년-1146 년
史臣金富軾,曰,仁宗,自少多才藝,曉音律,善書畫,喜觀書,手不釋卷,或達朝不寐,及卽位,聞明經申淑貧甚< 고려사절요 제10권 >
사신 김부식이 말하기를, “인종은 젊어서부터 재예가 많아 음률에 밝았으며 서화를 잘했고, 독서를 좋아하여 손에서 책을 놓지 않고, 아침이 되도록 자지 않을 때도 있었다. 즉위함에 이르러서는 명경(明經) 신숙(申淑)이 매우 가난하다는 말을 듣고 궐내로 불러들여 《춘추》의 경(經)과 전(傳)을 수학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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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경(明經)- 과거제도에서의 시험. 경학(經學)을 주로 하는 시험. 講經이라고도 하며 육과(六科)인수재(秀才), 명경(明經), 진사(進士), 명법(明法), 명서(明書), 명산(明算) 중의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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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의종 장효대왕(毅宗莊孝大王) 기사 3년(1149)
※의종- 고려 18 대 임금(1127-1173), 재위:1146-1170
御史雜端 申淑,侍御史宋淸,伏閝言事三日,不報,淑等,謝病歸第。
< 고려사절요 제11권 >
어사잡단(御史雜端) 신숙(申淑), 시어사 송청(宋淸)이 합문에 엎드려 3일 동안 시사를 논하여 간언하였으나 답하지 않으니, 신숙 등이 병을 칭탁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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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단(雜端) - 사헌부(司憲府)나 어사대(御史臺)의 종5품 벼슬.
3. 의종 장효대왕(毅宗莊孝大王) 임신 6년(1152),
右諫議申淑等,伏閤諫諍,平章事文公元,知門下省事崔子英,始預議而不至
고려사절요 제11권
우간의 신숙(申淑) 등이 합문에 엎드려 간언하였는데, 평장사 문공원과 지문하성사 최자영은 처음에는 논의에 참여하였으나 이때에는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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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의(諫議)-임금을 간하여 정치(政治)를 의논(議論)함. 황제에게 간하고 정치의 득실(得失)을 논하던 관원
4. 의종 장효대왕(毅宗莊孝大王) 병자 10년(1156),
知樞密院事申淑,御史雜端金諹等,入穆淸殿,周覽善救寶,養性亭,賞御苑花卉,賜宴于冲虛閣,<고려사절요 제1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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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추밀원사 신숙(申淑), 어사잡단 김양(金諹) 등을 불러 목청전(穆淸殿)에 들어가서 선구보(善救寶)와 양성정(養性亭)을 두루 관람시키고, 어원(御苑)의 화훼(花卉)를 완상한 뒤에, 충허각(沖虛閣)에다 잔치를 베풀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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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추밀원사(知樞密院事)--고려(高麗) 때 추밀원(樞密院)의 종2품(從二品) 벼슬 14대 헌종(獻宗) 1(1095)년에 지중추원사(知中樞院事)의 고친 이름 25대 충렬왕(忠烈王) 1(1275)년에 지밀직사사(知密直司事)로, 31대 공민왕(恭愍王) 5(1356)년에 다시 본 이름으로, 11년에 또 지밀직사사로 고쳤음
樞密院이란고려 시대에, 왕명의 출납과 숙위(宿衛), 군기(軍機) 따위를
맡아보던 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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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의종 장효대왕(毅宗莊孝大王) 무인 12년(1158)
知門下省事申淑,右正言許勢修,上疏諫曰,鄭諴之先,在聖祖開創之時,逆命不臣,錮充奴隷,區別種類,使不得列於朝廷,今授諴顯任,以太祖功臣之裔,反僕役於不臣之類,有乖太祖立法垂統之意,請削諴職,凡與諴相結爲黨者,亦降爲庶人,王,大怒還其疏,諫官,伏閤二日,竟不得達,勢修,揮淚太息,棄官而去。고려사절요 제11권
지문하성사 신숙(申淑), 우정언 허세수(許勢修)등이 소를 올려 간하기를, “정함의 선조는 성조(聖祖 태조)께서 개국하실 때에 명을 거역하고 복종하지 않아 노예에 충당시키고 종류를 구별지어 조정의 반열에 서지 못하도록 하였습니다. 이제 정함을 현달한 직위에 임명하시어, 태조의 공신의 후예로 하여금 도리어 명을 거역한 종류에게 하인의 부림을 받게 하시니, 이는 태조께서 법을 세워 후세에 전수하신 뜻에 어긋납니다. 청하옵건대 정함의 벼슬을 삭제하시고, 정함과 더불어 서로 결탁하여 한 당을 이룬 자도 또한 서인으로 계급을 낮추소서." 하니, 왕이 크게 노하여 그 소를 돌려 보냈다. 간관이 이틀간 합문에 엎드려 있었으나 끝내 전달되지 못하였다. 세수는 눈물을 뿌리며 크게 탄식하면서 벼슬을 버리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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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문하성사(知門下省事):고려(高麗) 중서(中書) 문하성(門下省)의
종2품(從二品) 벼슬.
지첨의부사(知僉議府事), 지도첨의사(知都僉議事), 지문하부사(知門下府事)의 명칭등으로 불리기도 하였음.
6. 의종 장효대왕(毅宗莊孝大王) 기묘 13년(1159)
右僕射知門下省事中淑,棄官歸田里。
夏五月,召申淑還 (고려사절요 제11권 )
우복야 지문하성사 신숙(申淑)이 벼슬을 버리고 고향으로 돌아갔다.
여름 5월에 신숙이 소환되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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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복야右僕射: 고려 시대에, 상서도성에 속한 정이품 벼슬.2 조선 전기에, 삼사(三司)에 속한 정이품 벼슬. 정종 2년(1400)에 우사로 고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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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사강목(東史綱目) 이란 책에는 다음처럼 기록이 되어 있다.
二 月 守司空 申淑 謝官歸鄕
淑見時政多亂 棄官歸田里 有詩云 耕田消白日 採藥過靑春 有水有山處 無榮無辱身
召還以叅政致仕 淑 高靈人 愽覽書史以淸儉 忠直 著名 當世 尋卒
2 월 수사공(守司空) 신숙(申淑)이 벼슬을 내놓고 고향으로 돌아갔다.
숙은 당시의 정치가 혼란이 많음을 보고 벼슬을 버리고 향리로 돌아갔다. 이런 시를 지었다.
밭을 갈며 대낮을 보내고 / 耕田消白日
약초를 캐며 싱싱한 봄을 지낸다 / 採藥過靑春
물 있고 산 있는 곳에 거처하니 / 有水有山處
영화도 없고 치욕도 없는 몸이로다 / 無榮無辱身
얼마 후 소환되어 참정(參政)으로 치사하였다. 숙은 고령인(高靈人)으로 경사(經史)를 널리 보았고 청검과 충직으로 당대에 이름인 드러났고, 얼마 안 되어 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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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의종 장효대왕(毅宗莊孝大王) 경진 14년(1160)
秋七月,參知政事,致仕申淑,卒,淑,高靈郡人,博學經書,以淸儉忠正,著名。
(고려사절요 제11권 )
가을 7월에 참지정사로 치사한 신숙(申淑)이 졸하였다.
신숙은 고령(高靈) 사람으로 경서를 널리 배웠고, 청백 검소하며 충성스럽고 정직하여 이름이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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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 신증동국여지승람 제29권 경상도(慶尙道) 고령현(高靈縣) >
에 소개된 신숙(申淑)----------------------------
申淑 仁宗朝登第以淸儉忠直著名 毅宗朝知門下省事王以 환관 鄭諴 爲權知閤門祗候淑與諫議 大夫金諹等上疏 諫不聽 淑獨詣闕 復諫 王曰 古無大臣 獨諫者 淑曰 自祖宗亦 無官官拜 朝官者 王乃 削諴 職然 惡其彈 劾 不巳左遷 守司空 明年 棄官歸鄕 有詩云耕田消白日 採藥過靑春 有水有山處 無榮無辱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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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신숙(申淑) 인종 때에 과거하였고, 청렴ㆍ근검하고 충직하기로 이름이 나 있었다. 의종 지문하성사(知門下省事)로 있을 때, 왕이 환관(宦官) 정함(鄭諴)을 권지합문지후(權知閤門祗侯)로 삼았는데, 숙이 간의대부(諫議大夫) 김양(金諹) 등과 상소하여 간했으나 왕이 듣지 않았다. 숙이 혼자서 대궐로 들어가 다시 간하였더니 임금이 이르기를, “예로부터 대신이 혼자서 간하는 일은 없다.” 하니, 숙이 말하기를, “역대 임금님도 환관을 조관(朝官)으로 임명한 일은 없습니다.” 하였다. 왕이 곧 함의 벼슬을 깎았으나 그가 탄핵을 그치지 않음을 미워하여 수사공(守司空)으로 좌천시켰다. 이듬해 벼슬을 버리고 고향으로 돌아와 시를 지었는데, “밭갈이로써 밝은 날을 보내고, 약 캐는 것으로써 청춘을 지낸다. 물이 있고 산이 있는 곳에 영광도 욕됨도 없는 이 내몸이여.”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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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공(守司空):고려(高麗) 때 삼공(三公)의 하나. 정1품(正一品)(古代)의 벼슬 이름. 삼공(三公)의 하나로, 토지(土地)와 민사(民事)를 맡아보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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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한문 문장 독학을 위해 <고전 번역원> 자료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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