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풍류/봄

이웃 꽃--- 김 수흥(金壽興) 의 隣人折送杏花一枝

백촌거사 2012. 1. 28. 15:58

 

              隣人折送杏花一枝 인인절송행화일지------------

                                         이웃이 살구꽃 한 가지를 꺾어 보내주다.

                                                     김 수흥(金壽興)

                                                                                              1626년(인조 4)- 1690년(숙종 16)

                                                                                                                      자 起之 호 退憂堂, 止堂 시호 文翼

                                                      특기사항 李端相, 申晸, 朴世采 등과 교유. 1643 년伯父 金光爀의 後嗣.

                                             부사공파 사위 李喜朝. 기사환국 때 영의정으로서 長鬐로 유배. 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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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웃 꽃

 

空吟北郭退之詩。 성 밖 살며 부질없이 중국 시< 퇴지> 읊노라니

공음북곽퇴지시

誰送隣紅白枝    이웃집 누군가가 붉고 흰 꽃 보내줬네.

수송인화홍백지

遙想洛陽春事盛。 서울 멀리 바라보니 봄 경치 한창이고

요상낙양춘사성

滿城桃李競芳時。 성안 가득 복사꽃과 자두 향기 넘치겠지.

만성도리경방시

<退憂堂集卷之一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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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용 이해>

확실한 시대 배경은 단정할 수가 없지만 잠시 도성 밖에 물러나와 부질없이 시간을 보내며 봄을 맞이하고 있을 때이다. 시제인 隣人折送一枝 = 이웃집이 살구꽃 한 가지 꺾어 보내주다.>는 이웃집에 사는 사람을 통해서 봄소식을 접한 것이다. 이 봄소식을 다시 나는 누구에게 보내어 주나 하면서 보내줄 이 없는 외로움을 한탄하고 있다. 도성이 있는 한양 땅을 멀리 바라보면서 한양에도 이미 봄이 왔으리라고 여기고 있다. 이웃사람을 통해서 봄 소식을 들어야 하는 화자의 심적인 처지가 부각되어 있다. 세월 가는 줄을 모르는 분주함 보다는 그만큼 막혀 있는 공간에서의 답답함이었으리라. 이웃도 없이 살아야 했던 불우한 시절에서 봄을 맞이한 그 안타까움을 표현하고 있는 시인 듯하다. 1674 년 < 현종 15 년 49세> 영의정에 머물러 있을 때 예송 논쟁에서 현종의 미움을 사 잠시 춘천에 유배되어 있었고, 현종 승하후 1675 년<숙종 1 년 50 세>에는 경기도 양주 금촌, 雙樹驛村< 남양주시 진접읍>에 머물러 있을 때의 작품인 것 같다.

이웃 사람이 보내준 봄꽃인 살구꽃을 통해서 봄의 감각을 느꼈고, 이맘 때면 다시 멀리 떨어진 한양 도성에도 복숭아꽃 자두 꽃이 화려하게 봄의 성찬을 맞을 것이라는 상상을 하고 있다. 그런 상상 속에는 다시 도성으로 향하는 마음 속 그리움이 담겨 있을 것이다.

< 1 행>-- 화자의 공간적 배경-- 북곽--- 안타까움. 허망함. 답답함.

< 2 행>- 화자의 내면적 아픔- 이웃 사람의 봄소식-

< 3 행. 4 행>- 화자의 상상--- 낙양< =서울>--桃李꽃- 봄의 화려함.- 그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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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어 이해>

필자가 국어사전에도 없는 <이웃 꽃= >이라고

시제를 달아 보았다. 이웃집. 이웃불안 이웃사촌은 사전에 실려 있다. 이리 표현을 하고 싶었던 것은 <이웃 사람이 보내준 살구꽃 한 송이를 통해서 봄을 직감하셨음을 강조하고 싶어서다. 이웃꽃= 여기에서는 봄의 상징인 살구꽃이다.

 

空吟 헛되이 읊다. 부질없이 읊다. 타의에 의해서 물러난 것이기에 한가롭게 앉아 시를 읊고 있다는 것이 그냥 허무하다는 것이다. 내면적인 마음의 안타까움이다. 세월을 보내고 있는 도성 밖에서의 깊은 우수감이다.

 

退之詩: 韓愈(한유)<768-824> 중국 산문의 대가. 시인

字:퇴지(退之) 호: 창려(昌黎) 시호(諡號):문공(文公). 후대 성리학(性理學)의 원조이다. 유학을 옹호했던 그는 헌종(憲宗)이 불사리(佛舍利)에 참배한 데 대해 끝까지 간(諫)한 일로 인하여 1년 동안 자사(刺史)로 밀려나 있었다.

당송팔대가(唐宋八大家)의 한 사람 대표작: 사설(師說)

 

< 퇴지시 >를 읽고 있다는 것은 현재의 처지에 대한 마음 속 고뇌를 잊기 위한 수단이리라. 깊이 빠져 읽다가 보니 세월 가는 줄도 알지 못했는데, 이웃집의 어떤 사람이 보내준 살구꽃 한 송이를 통해서 계절감을 느끼고 있다. 봄이 되었음을 알고 예전 도성에서 맞이하던 봄의 성찬을 상상하고 있다. 왜 퇴지시를 읽고 계신지는 그 깊이를 알 수가 없다. 한유를 좋아하셨다는 내용은 어디에도 없다. 그냥 중국시의 한유를 좋아하신 기호인 듯하다. 昌黎詩 韓文公詩 라는 표현이 들어간 시도 꽤 많은데 구태여 퇴지시라고 시어를 끌어 오신 것은 어떤 이유도 있지 않을까 한 번 생각을 해 보았다. 오직 이 시 한편에만 退之를 끌어오신 이유는 무엇일까.

< 퇴지시>라고 표현을 하여 해석을 하면은 내 후손들이 어려울 것 같아 그냥 < 중국 시>라고 고집을 피워 본다.

 

北郭 북쪽 성곽. 공간적 배경. 한양 도성의 북쪽.

이웃 사람이 보내준 杏花 간접적으로 맞이한 봄꽃의 상징.

살구꽃---- 봄의 상징

 

살구꽃<apricot> 살구 나무의 꽃 .及第花. 杏花 ---

고향의 정서. 친근 다정. 성실함. 부끄러움.---- 봄의 상징

삼국시대에도 살구나무가 있었다고 한다.

장미과(薔薇科 Rosaceae)에 속하는 핵과(核果).

- 암록색. 심장 모양 . - 활짝 피면 흰색.

열매 -대개는 모양이 복숭아와 비슷함. 원산지- 중국

꽃말- 아가씨의 수줍음. 의혹

 

살구는 성실하고 근면하고/비 온 뒤 적당히 갠 아침/살구나무는 가령

剛毅木訥(강의목눌)이라는 말을/주렁주렁 달고 있었는데<김영승(1958~ ) 시인의 살구는 성실하다.에서 인용>-- 살구에서 성실을 이끌어간 시인의 착상이 날카롭다.

 

剛毅木訥 강의목눌 논어 子路 13- 27. 子曰 剛毅木訥이 近仁이니라.

덕성이 견고하여 물욕에 사로잡히지 않음

강인하여 하기 힘든 일을 능히 함.

성행이 질박하여 화려한 것을 삼가함.

말을 신중히 한다. 묵중한 말. 이 네가지는 모두 인(仁)에 가깝다는 뜻.

 

 

 

遙想 회상하다, 추억하다 멀리서 생각하다.

洛陽 한양. 서울을 가리킴.

洛京 洛師=京師=洛邑-서울. 洛外 -서울 밖 洛花 모란꽃의 이칭.

중국 허난 성(河南省) 북쪽에 있는 도시. 중국어 ‘Luoyang[洛陽]’을 우리 한자음으로 읽은 이름이다.

春事 봄 농사, 봄 경치. 봄의 일

✱ 깊은 술잔은 봄의 일을 따르고 / 深酌從春事

✱ 숨어 살며 봄 농사철 되었다는 말 듣고는 / 幽居喜聞春事

✱ 어느 날 성 나가니 봄 경치 한창이네 / 一日出城春事

桃李 도리 복사꽃과 오얏 꽃. 화려한 봄의 상징.

복숭아나무와 자두나무. 또는 그 꽃과 열매

✱ 복숭아 오얏 꽃 산에 가득하여 봄은 다하려는데 / 桃李滿山春欲盡

✱ 도리(桃李)도 결국에는 천하게 여겨지리이다 / 畢竟輿臺李與桃

✱ 모르겠네 복사꽃 오얏꽃이 활짝 필 때 / 不知桃李

 

 

 

 

桃李<Prunus persica>

장미과 벚나무 속에 속하는 복사나무의 열매. 과일 나무

원산지 중국

복숭아나무< 복사나무>.와 자두나무. 또는 그 꽃과 열매.

4~5월에 잎이 나기 전에 연분홍빛 .

길쭉하고 끝이 뾰족하며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다.

문인(門人), 문하생(門下生), 형제. 孝道화. 무병장수

동양 미술에서 복숭아는 이상의 세계, 神仙花. 武陵桃源

꽃말 매력, 유혹, 용서, 희망

자두나무<Japanese Plum>

장미과(薔薇科 Rosaceae) 벚나무속(―屬 Prunus)에 속하는 낙엽교목

자두나무의 열매.

복숭아나 체리처럼 핵과(核果)로 과일나무.

원산지 유럽. 아시아에서는 터키와 중국.

꽃말:다산, 봄의 생명력, 순수함, 순박,

어린 가지는 적갈색이고 잔잎은 긴 난형 또는 타원형 길이가 10㎝ 미만이며 가장자리에는 톱니가 있다. 꽃 흰색 4월경에 지름이 2㎝ 정도로 잎보다 먼저 피는데 보통 3개씩 달린다. 열매는 7월에 노란색 또는 적자색다. 오얏나무는 자두나무의 다른 이름. 중국에서는 李, 李子. 李樹. 李子樹

桃李不言 下自成蹊. ‘복숭아나 오얏 나무는 오라고 말하지 않아도, 그 밑에는 저절로 길이 생긴다’는 뜻이다. 사람이 덕행이 뛰어나면, 저절로 따르는 사람이 생긴다는 말. 벼는 익으면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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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肅宗 15年(1689 己巳 ) 2月 2日(庚子)---- 김 수흥의 파직이유

○上命罷領議政金壽興職曰: “頃當引對, 辭氣勃慢, 人臣事君, 豈容如是。” 前一日, 上謂筵臣曰: “向者金壽興奏事, 有曰: ‘自古人君輩’ 輩之爲言, 非所以敬之也。 人臣對其君而言乃如此, 豈不慢甚乎? 予旣聞之詳, 故今猶不忘也。

임금이 명하여 영의정(領議政) 김수흥(金壽興)을 파직하게 하고, 말하기를,

“지난번 인대(引對)하였을 때 말하는 기색에 발끈 성내며 삼가하는 태도가 없었으니, 인심(人心)이 임금을 섬기는 데 어찌 이와 같을 수 있겠느냐?”

하였다. 그런데 하루 전에 임금이 연신(筵臣)에게 이르기를,

“저번에 김수흥(金壽興)이 일을 주청하면서 ‘예로부터 임금의 무리들은……’이라고 하였는데, 무리라고 말한 것은 공경하는 것이 아니다. 인신(人臣)이 되어 그 임금에 대해서 이와 같이 말하는 것은 어찌 심히 교만한 것이 아니겠느냐? 내 이를 자세히 들었으므로, 지금도 잊지 않고 있다.” <조선왕조 실록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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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파트 숲속에서 만난 복사꽃--- 연분홍 색깔이 참말로 곱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