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야 독좌 ( 雪夜 獨坐 ) 한시의 연대
破屋凄風入( 파옥처풍입 ) 허물어진 집에 싸늘한 바람이 불고
空庭白雪堆 ( 공정백설퇴 ) 비어 있는 뜰엔 흰 눈만 쌓여 있네
愁心與登火 ( 수심여등화 ) 근심스러운 마음은 등불과 함께 하네
此夜共成灰 ( 차야공성회 ) 이 밤에 내 마음도 함께 재가 되네.
작품이 이루어진 시대적 배경을 잘못 이해를 하게 되면 작품의 해석과 감상이 큰 오류를 범할 수가 있는 것이다. 이 작품을 진도 유배지에서 읊은 것으로 해석을 하는 몇 개의 블로그에 심각한 오류가 있기에 문곡 김수항의 12 대 세손의 한 사람으로서 오류를 바로 잡으려고 한다.
이 작품은 < 문곡집 > 제 1 권에 실린 16 번째의 작품으로 시 지은 연대가 분명하게 을유년 ( 1645 년 인조 23 년 지은이 17세 때 )의 작품으로 나와 있다. 조부가 되는 상헌 ( 尙憲) (1570 -1652 아호는 청음 ) 이 심양에서 돌아온 뒤 양주 석실 서원에 살 때이다.
유배를 가 있던 진도에서 지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생각을 하고는 일국의 영의정까지 지낸 자신이 아무도 찾지 않는 차가운 고립지에서 촛불처럼 재가 되어 타 들어가는 인생을 보내고 있으니 얼마나 처량한 일인가, 작자의 심정이 처절하기까지 하다는 생각을 펴고 있으며, 수심은 권력 투쟁의 패배자에서 오는 마음이라고 평가를 내리고 있는 블로그도 있었다.
지은이는 47 세 7 월 ( 숙종 1년 1675 년 )부터 50 세 9 월 ( 숙종 4 년 1678 년 ) 영암에서 적거 생활을 하였고, 52 세 때 ( 숙종 6 년 1680 년 ) 왕의 특명으로 석방이 되었고, 61 세 때 ( 숙종 15 년 1689 년 ) 기사환국으로 진도에 안치되는 명이 있었고, 그해 4 월 9 일 진도 적소에서 사사( 賜死)되었다.
결코 이 작품은 진도 유배지에서 읊은 작품이 될 수는 없다. 적막한 겨울을 배경으로 하여 자연이 가져다가 주는 쓸쓸한 심정을 밤중에 타고 있는 촛불에 일상적인 근심에서 오는 심회를 노래한 작품인 것이다. 5 언 절구의 형식으로 지은이의 고독한 심회를 담은 노래이다. <破屋 > < 凉風 > < 空庭 > 등은 겨울의 쓸쓸한 배경의 이미지를 부각시켰고, < 수심 > 은 일상적인 생활에서 오는 겨울의 외로움일 것이다. 촛불도 타고 외로움의 심정도 타 들어가는 우수감일 것이다. 수심은 지은이의 조부가 1640년 ( 인조 18 년 )에 심양으로 구류된 것에서 오는 근심, 고향을 떠나 사는 고독감, 모친이 곁에 없음에서 오는 외로움과 쓸쓸함일 것이다. 깊은 겨울 밤 가슴 속 타는 지은이의 서정적인 외로움 등이 촛불에 감정이입이 된 것이다.
이 작품이 지어진 을유년(1645 년 )에는 아무런 벼슬도 없었다. 지은이는 1629 년 서울 외가댁에서 출생하였고, 1633 년 ( 인조 11 년 ) 5 세 때에 모친상을 당했고, 그 후 외조모가 길러 주었고, 부친을 따라 안동으로 가서 조부가 되는 문정공 상헌에게 수학을 하면서 보냈다.
지은이는 18세 ( 인조24 년 1646 년 )에 진사시에 장원으로 합격되는 것을 출발점으로 하여 23 세에 알성문과에 장원이 되었고, 26 세에 이조좌랑, 29 세에 대사간, 34 세에 대제학, 40 세에 예조판서, 43 세에 대제학, 44 세에 우의정, 좌의정이 되었고, 52세 ( 숙종 6 년 1680 년 경신 )에 영의정이 되었다.
작품이 이루어진 시대를 잘못 파악함으로써 시적인 의미를 전혀 다른 각도로 보고 있음은 매우 유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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