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동 가문 시 모음/문곡 김수항 시 모음

春晩山居. 늦봄 산에 머물며

백촌거사 2007. 8. 23. 13:15

春晩山居 춘만산거 ----------------

                                         문곡. 김수항. 1629년(인조 7) -- 1689년(숙종 15)

 

늦봄 산에 머물며

松檜陰陰石路 소나무, 노송 우거지고 돌길은 꾸불꾸불

송회음음석로사

日長無客到山 산가에 이르니 해 길고 찾는 이 없는데

일장무객도산가

門前怕有人來往。 문 앞을 오고가는 사람들에 두려움 가지네.

문전파유인내왕

踏碎春風滿徑 길에 가득 핀 꽃들 봄바람 밟아가고.

답쇄춘풍만경화

                                                                                     < 문곡집 1 권에서 >

한자

檜 노송나무 회 斜 비낄 사 怕 두려워할 파 踏 밟을 답 碎 부술 쇄 徑 길 경

------------------------------

 <포상 선생님의 풀이>--------------------

松檜陰陰石路斜。 소나무와 노송 우거지고 돌길은 꾸불꾸불
日長無客到山家。 낮은 길고 나그네가 없는 山舍에 이르니
門前怕有人來往。 문 앞에 오가는 사람을 두려워하는 것 같고
踏碎春風滿徑花。 길가에 가득한 꽃엔 봄바람만 스쳐지나가네!

 

<< >>

< 송회松檜 > 소나무와 노송나무 <음음 陰陰 > 무성하여 어둠침침한 모양

< 답쇄 踏碎 > 밟아 부숨. 여기서는 스쳐가는 바람에 꽃들이 부서지는 것.

<< 감상 >> -------------------------------------------------

늦은 봄 어느 날 어느 산가에서 맞이한 봄의 정경을 읊었다. 깊은 산가에서 오는

외로움, 그리고 적막감, 허전함 등이 보이며, 산 속에서 오가는 사람들에게 두려움

가지는 어린 소년 같은 순진한 마음이 그려져 있다.

< 1 행 >: 산속의 심원한 정경 < 2 행 >: 산 속의 허전함

< 3 행 >: 두려움의 서정 < 4 행 > : 산 속의 쓸쓸함

4 행에서 <답쇄 踏碎 >라는 시어는 밟아 부서짐의 의미인데, 여기에서는 늦봄이 되어

바람으로 다 떨어진 꽃을 밟으면서 부서지는 청각적인 이미지 속에 늦봄이 더욱 쓸쓸해지는 지은이의 서정이 깃들어진 것 같다.

--------------------------------------------------------------------

 

 문곡집의 편집 순서는 지은이의 생년 순서에 의거 편집이 되었으며 이 시는 문곡의 나이

19세 (1647년 정해년 )와 20세 ( 1648 년 무자년 ) 사이에 쓰여진 작품으로 실려 있다.

문곡은 5 세 ( 1633 년 )에 모친상을 당했으며, 조부 문정공 김상헌에게 수학을 하였고,

17 세(1645 년 )때는 조부가 심양에서 돌아온 후라 양주 석실에서 함께 머물었으며,

18세 ( 1646 년 ) 때 진사시에 장원하였고, 부친을 모시고 통진 현위(通津縣衙)직에 있었다.

문곡은 이미 17세 때에 반궁(泮宮 성균관)에 나아가 시험을 보았는데 태학사(太學士 대제학(大提學)) 택당(澤堂) 이식(李植))이 상등(上等)에 뽑아 놓고 말하기를,

“근세(近世)의 문체를 변형시킬 것이다.”

<十七。出試泮宮。大學士澤堂李公取置上游曰。可以變近世文體也。 송시열宋子大全卷一百八十二에서 >라고 극찬을 받은 바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