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동 가문 시 모음/문곡 김수항 시 모음

문곡 김수항의 원일( 元日 )

백촌거사 2007. 3. 22.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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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곡 김 수항의 시

 

원일 ( 元日 ) 甲寅 ( 1674 년 )

 

椒觴誰復勸屠(초상수부권도소) 향기로운 잔에 도소주 따라 주는 이 하나 없고

客裏偏驚歲序 (객리편경세서조) 낯선 타향에서 세월 감에 놀라네

家在海東箕子國 (가재해동기자국) 내 고향은 해동의 기자국인데

路窮天北召公(노궁천북소공도) 지금 내 머문 곳은 하늘 북쪽 소공 땅에 있구나

風塵壯志靑蛇老 (풍진장지청사노)시끄러운 세상 젊어서 가진 웅지는 스르르 사라졌고

江漢初盟白鳥(강한초맹백조고) 강한에서의 처음 맹세는 외로운 백조처럼 날아갔네

三復篔簹三秀語 (삼부운당삼수어) 운당의 영지는 한 해에도 세 번을 피운다는데

半生回首一長(반생회수일장우) 아무것도 못 이루고 머리 돌려 탄식만 할 뿐.

 

椒 : 향기로울 초. 屠 : 잡을 도. 徂 :갈 조. 篔 ( 竹 + 員 왕대 운 ) 簹 ( 竹 + 當 왕대 당 )

吁 : 탄식할 우

 

 

1. 麟山 http://blog.daum.net/kdsccg12 Y 2007.03.07 15:17

국문학을 전공하셨다니 매우 조심스럽습니다. 혹여 맞춤법 등 여러 가지로 부족한 점이 있더라도 관용하여 주시길 빕니다. 지원이 되지 않는 한자는 <(虹-工)+(浮-水)=하루살이 부> 이런 식으로 표시하여 주셔야 좋을 것 같습니다. 글자를 임의대로 붙여서 풀이 하기가 곤란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거듭 말씀을 올립니다만, 대화의 장소로는 블로그 보다는 카페가 편리할 것 같아서 제가 운영하는 카페를 알려 드렸사오니 그곳에서 이런 저런 토론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향기로운 잔에 도소주를 따를 사람이 없으니/ 낯설은 타향에서 해가 바뀜에 ~ 놀란다./ 집은 해동의 기자국에 있는데/ 길은 하늘 북쪽 소공의 성에서 끊어졌네/ 장지는 풍진에 구렁이 담 넘어 가듯 사라지고/ 강한의 옛맹서는 백조처럼 외로이 날고 있네/ 세 번을 거듭... / 반 평생을 머리 돌려 길게 한번... / 시를 쓰신 분께서 아마도 중국에 가셔서 새해 아침을 맞는 심정을 노래한 것 같습니다. 근체시의 율격을 철저히 따랐고 3,4구와 5,6구는 기가 막히게 대를 이루어 냈습니다. 특히 청사와 백조를 대비하여 장대한 포부는 살아 가면서 꺽이어 버렸지만, 처음의 맹서는 백조처럼 도도하게 지키려니 외롭다는 뜻이 겠지요......

 

2. 작성자: 玄之又玄 (레벨2)

정초에 누가 다시 도소산을 권하리. 나그네 놀란 가슴 세월만 흘러가네.

내 집은 해동의 조선 땅에 있건만 지금은 궁벽한 중국 땅 소공의 도시에 있구나.

풍진에 장한 뜻 청사와 함께 늙어가고 강한의 첫 맹약도 백조처럼 외롭다.

세 번 다시 운당에 와 세 번 이름 드날렸으나 반평생 돌아보니 긴 한숨만 나오네.

 

*椒觴(초상)은 산초나무로 빛은 술로써 정월 초에 축하주로 쓰이는데 아마 여기서는 정초를 말하는 듯.

*도소산도 신년원단에 즐겨 마시는 약.

*天北은 북쪽하늘이라고 해도 되지만 천자의 나라인 북쪽이라고 해도 되겠슴다. 하여간 중국 땅이지요.

*召公은 주나라 무왕의 동생. 周公의 동생이기도 함.

*靑蛇는 집지키미 구렁이.

*江漢은 강수와 한수가 만나는 곳.

*운당(篔簹)은 어떤 지명인 듯한데 잘 모르겠음. 그래서 마지막 구절은 자신이 영 없습니다.

 

감상

새해를 낯선 땅에서 맞으며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아닌 지난 시절을 회고하면서 이루지 못한 꿈에 대한 자책과 회한이 담겨 있는 시다. 도소주 한잔 함께 하지 못하는 진한 외로움도 나타나 있다. <도소주 > 라는 단어를 통해 설날 아침을 연상할 수 있고, < 천북소공도> 라는 단어에는 지은이가 머물러 있는 처소가 암시되어 있다. <풍진> 이라는 시어에서는 이글이 쓰인 1674 년의 시대적인 배경을 암시하고 있다고 하겠다. 2 차 예송인 갑인 예송이 일어난 해이다. 필자는

1673 년 9 월 판중추부사 직책으로 사은사로 차임이 되어 중국을 다녀왔다.

 

두연 ( 1.2 연 ): 설날 아침의 심회 ( 외로움과 무상감의 정서 )

함연 ( 3.4 연 ): 지은이의 시적인 공간 ( 막힌 공간에서의 답답함. 窮; 막혀 있음의 답답함 )

경연 ( 5.6 연 ): 지난 시간의 회한감 ( 대조적인 이미지 -- 청사와 백조-- 지은이 암시 )

미연 ( 7.8 연 ): 현재의 자책감 ( 고사인용. 진부한 느낌 ) 서정적인 감정 --吁( 탄식할 우 )

 

주제 : 이루지 못한 꿈에 대한 자책과 회한

도소 ( 屠蘇 ) : 설날 아침에 가족들과 먹는 술. 이 술을 먹으면 사기( 邪氣 )를 물리치고 장수한다고 함. 길경, 산초 따위의 약초로 빚은 술이라고 하며 마실 때는 나이가 적은 사람부터 마신다고 한다.

 

장지 (壯志) : 큰 목표. 큰 뜻.

 

운당 ( 篔簹 ) 의 고사

운당은 대나무의 일종. 물가에서 자라고, 키는 수십 자나 되고 주위가 한자 대여섯 치로 대나무 종류에서는 가장 큰 나무라고 한다.

성리학자인 주자가 젊어서 운당포를 지나다가 벽에 써 놓은 다음과 같은 글씨를 보고 슬퍼했다는 고사.

 

煌煌靈芝 一年三秀 余獨何爲 有志未就(不就 )

(황황영지 일년삼수 여독하위 유지미취(불취 ))

빛나는 영지는 일 년에 꽃이 세 번이나 피는데, 나는 유독 어찌하여 뜻만 있고 그것을 이루지 못하는고.

주자는 이 글을 보면서 삼복( 三復 )하여 슬퍼했고, 그 후 40 년 후 다시 운당포를 지나며 느낌이 있어 다음과 같은 절구 ( 絶句 )시를 읊었다고 함

'冉冉百年能幾何 靈芝三秀欲何爲 金丹歲暮無消息 重歎篔簹壁上詩

( 염염백년능기하 영지삼수욕하위 금단세모무소식 중탄운당벽상시 )

"언뜻 지나는 백년 세월 그것이 얼마나 되랴. 세 번 꽃피는 영지는 무엇을 하려는고. 나이 늦도록 금단을 이룬 소식이 없으니, 운당포 벽 위의 시가 거듭 한탄스럽네

鼎鼎百年能幾時 靈芝三秀欲何爲 金丹歲晩無消息 重歎篔簹壁上詩]"

( 정정백년능기시 영지삼수욕하위 금단세만무소식 중탄운당 벽상시 )이라고 표현한 곳도 있음

 

 

 

고마운 분들을 소개드리며 이 글을 싣는다.

이 세상을 살다보면 진정 고맙고 존경스럽고 감사드릴 분이 참 많다. 30 여 년을 강단에서 학생들에게 한시도 강의를 했지만 가장 기본적인 지식만을 전달하였고, 한시 번역을 하는 일에는 너무도 문외한이라 지금 한참 애를 쓰며 배우고 있는 한 사람이다. 내 조상님들의 한시들이 너무나 방대한 것에 놀라움을 가지며 늦었지만 조상님들의 한시를 배우면서 풀이를 해 가고 있는 중이다.

인터넷을 배우고 난 후에 윗 시의 한 부분이 도저히 풀이가 되지 않아 다음 싸이트의 지식을 질문하는 곳에 질문을 올렸지만 한 달이 넘어도 그 해답은 기대할 수가 없어 고민을 하던 차에 인산 선생님의 블로그에 들어가 질문을 올렸더니 너무나 감탄스러운 풀이를 해 오셨다. 그런데 잘 쓰여지지 않는 한자가 인산 선생님께 잘 전달이 되지 않아 이 시의 마지막 결구인 삼부 운당삼수어는 그냥 미완성인 것으로 남겨 두고 있었다. 인산 선생님의 힘을 얻어 일부는 풀이를 전해 받았고, 나머지 한 구절은 많은 자료를 찾는 동안에 귀중한 해답을 얻게 된 것이다.

인산 선생님을 만나 뵌 적은 없지만 대단한 정성과 깊은 지식을 가지신 분인 것 같았다. 스스로 한시도 지으시고, 서예도 하시는 분이라고 생각을 하였다. 요즘 댓글을 통해서 서로 지식의 교환을 나누고 있는 즐거움을 맛보고 있다.

운당의 고사를 알고 난 후에 가지는 뿌듯함이란 무엇으로 표현해야 할지. 인산 선생님 같은 좋은 분을 만나게 된 인연의 즐거움으로 요즘은 더욱 더 분발하는 자세로 내 조상님들 한시풀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다음 신지식 싸이트에 올린 질문에 대한 해답이 玄之又玄 이라는 분의 풀이가 왔고, 다음(DAUM )에서 이메일로 연락을 받고는 나의 감상과 함께 이 글을 올리게 된 것이다.

두 분의 좋은 풀이에 깊은 감사를 드리고 싶은 마음뿐이다. 함께 우리 선조들의 묻혀져 있는 자료들을 탐구한다는 것에 새로운 용기를 가지게 된 것이다.

 

참고로 운당 시어가 쓰인 한시를 대충 살펴보았다.

 

一歲何三秀 篔簹有苦吟 晦翁珍重意 深感暮年心( 송시열의 영지동 시에서)

海岸篔簹百尺高 如今不中釣船篙( 다산의 탐진 촌요 시에서 )

兒童不必煩驚 吹折篔簹碧玉心 ( 강희안의 시에서 )

淫雨霏霏久不晴。篔簹長筍綠苔生。金風八月猶炎瘴。自愧疏慵職贊成。(경재 하연 시에서 )

與子從遊歲月深。希賢希聖是初心。如今野外重携手。空歎篔簹壁上吟( 창랑 성문준 시에서 )

故人病時寄我書。使我作記篔簹谷。含思未抒君不起。孤負幽明永相隔。( 청음 김상헌 시에서 )

珊瑚珠碧光靑熒。家家橘柚傍梅叢。篔簹竦尋常淸風 (현주 조찬한 시에서)

尙愧淸寒終養髮。每憐眞樂早逃官。篔簹壁暗芝頻秀( 삼연 김창흡 시에서 )

候鴈且隨陽。冒雪篔簹直。深山橘柚香 ( 노가재 김창업 시에서 )

蘇翁意思與同般。欲知一幅凌雲勢。試把數節看( 성호 이익 시에서 )

仙家消息邈金丹。千古共此嘆。近覺兼山存義。刊除枝葉反躬觀。 ( 정암 민우수 시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