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가문 한시 모음/한시풀이

다산 선생님의 견여탄 시 감상

백촌거사 2007. 3. 12. 18:37

다산 정약용 선생님의

견여탄(肩輿歎) 감상 ( 1 )

1.人知坐輿樂 ( 인지좌여락 ) 사람들은 가마 타는 즐거움은 익히 알아도

2.不識肩輿苦 ( 불식견여고 ) 가마 메고 가는 이의 괴로움은 모르네

3.肩輿上峻阪 ( 견여상준판 ) 가마 메고 산비탈 오를 때면

4.捷若躋山麌 ( 첩약제산우 ) 그 빠르기는 산 오르는 산당나귀 같기만 하고

5.肩輿下懸崿 ( 견여불현악 ) 가마 메고 벼랑길 내려 갈 적엔

6.沛如歸苙羖 (패여귀립고 ) 우리로 돌아가는 양처럼 빠르기만 하구나

7.肩輿超谽谺 (견여초함하 ) 가마 메고 깊숙한 골짜기 지나갈 때엔

8.松鼠行且舞 (송서행차무 ) 다람쥐도 함께 덩달아 춤추며 달리는 것 같구나.

한자

輿( 수레 여) ( 어깨 견 ) ( 높을 준 ) ( 비탈 판) (이길 첩)

(오를 제 ) ( 큰 사슴 우 ) 崿 ( 낭떠러지 악 ) ( 늪 패 ) (짐승우리 맆)

(검은 암양 고) (골 휑할 함)( 골 휑할 하 ) (다람쥐 서)

감상

가마를 메고 힘든 산길을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가는 가마꾼의 힘들고 고통을 겪고 있는 모습이 여실히 그려졌다. 1-2 행에서 직서적으로 민중의 괴로움을 모르는 관리들을 우의적, 직서적인 감정으로 비판을 가하고 있다. 민중의 입장에서만 보면 가마를 메고 느끼는 노동의 흥겨움이 한편으로 반영이 되었다고 하겠지만 易地思之를 못하고 있는 관리들의 심정을 대변하고 있다고도 볼 수가 있다.

산길을 오르고 내려가고 골짜기를 지나는 모습을 자연 속에 놀고 있는 동물들에 빗대어 비유적으로 읊고 있다. 3-4 행과 5-6 행은 대구적( 對句的 )으로 짝을 맞추었고, 7-8 행에서는 가마꾼의 흥겨움에 다람쥐도 함께 동화가 된 듯한 느낌을 묘사하고 있다. 민중과 동화해 간 지은이의 심정도 읽을 수 있겠다.

분석

1.2 행 --- 총체적인 느낌 서술 ( 가마꾼의 괴로움--- 관리들의 비판적인 시각 서술 )

관리들---즐거움. 서민들 ---- 괴로움 ( 대조 )---- 민중적인 입장 서술

3.4 행 산길 오르는 모습 ( 산당나귀 ) 5.6 행 산길 내려가는 모습 ( 산양 )

7.8 행 골짜기 지나는 모습 ( 다람쥐와 동화 )

결국 1행--8 행은 가마를 메고 가는 가마꾼의 흥겨운 모습 (사실적. 비유적, 직서적인 감정 )

 

9.側石微低肩 (측석미저견 ) 바위 옆 지날 때엔 어깨 살짝 낯추고

10.窄徑敏交股( 착경민교고 ) 좁은 길 지날 때엔 다리 빠르게 꼬기도 하네

11.絶壁頫黝潭( 절벽부유담 ) 높은 절벽 아래로 검푸른 못을 내려다 보면

12.駭魄散不聚( 해백산불취) 놀라서 혼까지 흩어지는 듯 아찔해 보이기만 하는구나

13.快走同履坦 (쾌주동리탄 ) 평지 밟듯 빠르게만 달려가는데

14.耳竅生風雨 (이규생풍우 ) 귓구멍엔 바람이 세차게 쌩쌩 불어오네.

( 출전: 다산 시문선과 여유당 전서에서 )

 

한자

( 좁을 착 ) ( 넓쩍다리 고 ) (머리숙일 부 ) (검푸를 유 )

(놀랄 해 ) (평평할 탄 ) ( 구멍 규 )

감상

앞 행 보다는 더욱 심화된 서술로 가마꾼들의 힘겨운 모습이 표현되었다. 어려운 여러 가지의 장애물도 뚫고 가야만 하는 삶의 괴로움이다. 험한 절벽 길에서는 현기증이 날 정도로 고난의 길이지만 민중들의 삶의 일부였기에 묵묵히 가야만 하는 눈물겨운 정경이 펼쳐져 있다. 가마 속에 앉은 이들이 이 삶의 고통스럽고 아픈 삶의 정경을 느낄 수 있을까. 지은이는 민중의 입장에 서서 그런 고통스러움을 감수해야만 하는 아픔을 대변하고 있는 것이다. 어깨도, 다리에도 온몸에 전해져 오는 육신의 고통스러움이 눈물겨울 뿐이다. 침묵 속에서 전해오는 민중의 아픔이다.

 

분석

9행--10행 : 바위 옆과 좁은 길 가는 모습-- 어깨와 다리의 움직임 ( 사실적 묘사 )

11행--12행 : 높은 절벽에서 정신까지 아찔해지는 모습 ( 고난스러움의 구체화 )

13행--14행 : 빠르게만 달려가는 모습 ( 고난도 참고 견디는 모습 )

결국 9 행 --- 14 행까지는 앞 행 보다는 더욱 세밀히 가마꾼의 고난을 참고 가는 모습이 표현되었다. 어려운 장애물들도 이들은 평지를 가는 것처럼 노동을 즐기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귓구멍에서 바람소리가 쌩쌩 날 정도로 달려가는 흥겨움이 넘쳐나기도 한다. 그러나 지은이는 그 당시 무능하고 무감각한 관리들의 잘못을 강하게 비판을 하고 있다. 이렇게 험난한 길을 헤치면서 가는 농민들의 삶의 일부를 펼쳐 보이면서 2 행에서 말하고 있는 <가마 메고 가는 괴로움은 모르고 있다.> 라는 사실을 더욱 선명하게 그리고 있다.

 

1 행-- 2 행---- 주제의 암시 ( 가마꾼의 괴로움 ) 반어법 제시.

3 행--8 행 ---- 가마 메고 가는 이의 흥겨운 모습 ( 소재의 구체화 )

9 행 --14 행 --- 가마 메고 가는 이의 힘겨운 모습 ( 소재의 구체화 )

 2 부 풀이에서는 다산시문집 원본 이미지도  넣으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