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한담/서한문

조부님의 산소 앞에서

백촌거사 2007. 2. 16. 12:28

오늘 당신의 자리에 이렇게 모였습니다.

솔나무, 잣나무 짙은 향기가

저 앞 멀리 아미산 산 바람에 은은히 퍼져 오고 있습니다.

서속 골짜기 가을 들판에도 황금색 물결들로 넘치고 있습니다.

오늘 이 높은 산자락에 올라 당신 영혼을 추모하는 자리엔

당신의 고손자, 고손녀들도 함께 숨결을 내뿜고 있습니다.

당신의 작은 뿌리 들의 음성을 듣고 계십니다.

당신은 예순 살의 세월도 겪지 못하셨고.

한성부 판윤의 증손이셨던 당신은 살림을 거덜나게 하신

마음 속 아픔을 고이 안고 여주 땅을 버리고

이 곳 서속 깊은 골짜기까지 들어오실 때의 깊은 눈물이

이 산 등성이에 퍼져 있는 줄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 후 당신의 자식들이, 또 당신의 손자들이

그리고 당신의 증손들이, 고손들이

당신 뿌리를 굳게 이어가고 있습니다.

오늘 당신의 그 눈물은 우리들에게 보석같은 삶의 지표가 될 것입니다.

대쪽 같으신 고결한 선비의 인품을 가지고 계셨다는 것을 들었습니다.

당신 누워 계신 산의 깊은 덕성을

오직 믿음과 정직으로 살아오셨을 높은 정신을

언제나 후손들에게도 곱게 내려 비추어 주십시요.

언제나 안동가문의 긍지로 살아가는 넘치는 지혜를 베풀어 주시고

약한 힘이 될 때 당신 영혼의 밝음으로 굳센 힘을 주십시요.

당신의 후손들에게

아미산 산 자락의 높고 우뚝 솟아 있는 그 정기를

세찬 바람이 불어와도 헤치고 나가는 용기를

항상 넘치게 해 주십시요.

우리들 후손들은 언제 어디서도 귀 기울이며 듣겠습니다.

우리들 후손들은 당신 향하는 깊은 추모의 마음을 간직하겠습니다.

항상 밝음의 횃불을 안고 살아가는 후손들이 되겠습니다.

05 년 10 월 15 일.

가족을 대표하여 당신의 손자 창현 올림